주간동아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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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코믹에 으~ 하하하

  • 입력2005-05-30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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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측 불가능한 코믹에 으~ 하하하
    ‘인생은 생방송’ 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단 한번뿐, 되돌릴 수도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것이 생방송 프로그램과 인생의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생방송을 하는 방송국 스튜디오를 한번이라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방송이 시작되기 전의 그곳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녹화방송과 달리 생방송은 스튜디오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방송이 끝나는 시간까지 ‘그냥 가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이다. 리허설 때 ‘버벅대는’ 출연자는 PD의 호통을 듣기 일쑤고 스태프들은 소품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분주히 오간다.

    이 영화는 생방송 드라마를 한 시간 앞둔 라디오 방송국 스튜디오 안에서 시작된다. 시간은 밤 11시, 마지막 리허설이 끝나고 사람들이 부산하게 오가는 가운데 작가와 프로듀서, 성우들의 표정엔 긴장과 설렘이 묻어 있다. 라디오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주부작가 미야코는 리허설을 지켜보며 감격에 젖는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문제가 터진다. 왕년의 대스타 노리코가 극중 이름을 바꿔달라며 버티는 것. 노리코는 주인공의 직업까지 바꿔버린다. 다른 성우들이라고 자존심이 없을 리 없다. 결국 드라마 속 모든 등장인물이 미국 이름으로 바뀌고, 작은 어촌 마을은 뉴욕으로, 그리고 다시 시카고로 바뀌어간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도 생방송 시작을 알리는 빨간 불이 켜진다.

    작가와 프로듀서 그리고 성우들이 저마다 목청을 높이고,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도 생방송은 계속 진행된다. 바닷가 어촌마을에서 벌어지는 소박한 멜로드라마가 누아르와 법정드라마를 거쳐 SF활극으로 이어지리라는 건 생방송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이 막나가는 코믹드라마의 끝은 보는 이의 상상을 또 한번 뛰어넘으며 행복한 미소를 안겨준다.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에는 뚜렷한 주연이 없다. 그리고 ‘엑스트라’라고 할 만한 인물도 없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자신만의 색깔과 영역을 갖고 영화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 모두가 사건을 일으키고 웃음을 유발한다. 그 웃음은 화장실 유머와 섹스로 얼룩진 미국영화를 보면서 키득대는 웃음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쉘 위 댄스’나 ‘으랏차차 스모부’ 같은 영화를 볼 때처럼, 마치 색 바랜 사진을 보거나 오래된 친구와 차 한잔 나누면서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는 것 같은, 보다 ‘전통적인’ 웃음이랄까.



    익숙하지 않은 제목, ‘미타니 코키’라는 낯선 감독과 낯선 배우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에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 느껴진다. 그것은 대중적인 흡인력을 가진 내러티브와 생방송이라는 상황을 이용한 탄탄한 구성,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주는 매력에서 나온다. 일본에서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 등 같은 해 선보였던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일본의 아카데미상을 비롯한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던 작품.

    폐쇄된 공간과 제한된 시간 속에서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일본식 코미디의 힘을 느끼게 한다. 명랑만화처럼 귀엽고, 그러면서도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런 영화를 우리는 못 만드는 걸까, 안 만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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