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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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저승사자’ 만난 한동훈, 한미 공조로 라임 펀드 수사 속도 붙나

美 부실 펀드로 흘러들어간 2400억 원… “투자금 종착지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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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2-07-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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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7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해 앤드리아 그리스월드 수석법률고문(오른쪽에서 두 번째부터)과 스콧 하트먼 증권금융범죄수사단장 등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법무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7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해 앤드리아 그리스월드 수석법률고문(오른쪽에서 두 번째부터)과 스콧 하트먼 증권금융범죄수사단장 등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법무부]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 한동훈 장관 취임 후 라임 사건 실체가 밝혀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번 미국 출장에서 중요한 수사 자료를 확보했길 바란다.”(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 피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한 후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재수사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장관은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당초 방미(訪美) 일정에 예정돼 있지 않던 뉴욕남부연방검찰청 방문이 추가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 맨해튼을 관할하는 곳으로, 미국 내 증권·금융범죄 수사의 최전선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검사 로버트 모겐소가 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전담 부서를 설립해 검찰의 금융범죄 직접수사가 본격화됐다. ‘월스트리트의 저승사자’로 불린다는 점에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둔 한국 서울남부지검과 닮은꼴이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없앤 합수단을 부활시킨 바 있다.

    “그것(라임 펀드 수사)도 포함해 협력 방안 논의”

    한 장관은 7월 5일(현지 시간)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해 전현직 증권·금융범죄수사단장을 면담했다. 법무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한 장관과 미국 검찰 인사들의 논의 내용은 △증권 및 금융, 화이트칼라 범죄 대응에 특화된 전문 수사기관(특히 한국 서울남부지검과 뉴욕남부연방검찰청) 협력 방안 △가상자산 관련 범죄 및 국제 부정·부패범죄에 대한 대응력 강화를 위한 공조수사 방안 등이다. 법무부 측은 “현재 한미 양국 검찰이 수사 중인 암호화폐 사건과 관련해 미 연방검찰이 확보한 수사 자료를 신속히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 공조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의 뉴욕남부연방검찰청 방문이 라임 펀드 수사와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법무부 관계자는 “딱 그것(라임 펀드 수사)만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포함해 (양국의) 협력 방안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한 장관과 미국 검찰 인사들 사이에 수사 관련 자료가 오가는 등 구체적 공조에 대한 협의가 있었는가”라고 묻자 “구체적인 내부 논의 내용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법무부 장관의 방미가 원론적 차원을 넘어 실제 수사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대개 외국과 공조수사는 부장검사급인 재외공관의 법무협력관이 조율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장관급이 직접 상대국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검사 시절 법무부에서 기획 업무를 여러 번 담당한 법조인의 설명이다.

    라임 사태는 조 단위 피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사모펀드 의혹 사건이다. 2019년 1조6679억 원 규모의 환매 중단으로 라임이 운용하던 173개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4035명과 법인 581곳이 피해를 입었다. 우리은행(3577억 원), 신한금융투자(3248억 원), 신한은행(2769억 원), 대신증권(1076억 원), 메리츠증권(949억 원) 등 금융사가 라임 펀드를 판매했다. 환매 중단 사태로 라임의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배당금을 주는 형태의 다단계 금융사기), 수익률 조작, 불완전판매 등 불법행위 의혹이 불거졌다.



    한 장관의 방미로 한미 공조 수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부분은 라임의 해외 자금 은닉 의혹 수사다. 라임의 모(母)펀드는 △국내 사모사채에 주로 투자한 플루토 FI D-1호 △국내 메자닌 채권에 주로 투자한 테티스 2호 △해외 무역금융 자산에 투자한 플루토 TF 1호 △무역금융 펀드 크레딧인슈어드 등 4개다. 이 중 플루토 TF 1호를 통해 미국 사모펀드인 인터내셔널 인페스트먼트그룹(IIG)에 투자된 2400억 원이 IIG 펀드 부실로 증발했다. IIG는 펀드 손실을 은폐한 채 허위 대출채권을 판매한 증권사기 혐의로 2019년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등록 취소 및 자산 동결 조치를 받았다. 이미 ‘깡통’ 상태였던 IIG 펀드에 사실상 마지막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플루토 TF 1호의 투자금 24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라임과 펀드 판매사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6월 IIG 펀드 부실을 인지하고 이듬해 1월까지 수익 구조를 여러 차례 변경했으나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실체 못 밝히면 비슷한 사고 재발”

    결국 2020년 7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플루토 TF 1호(2018년 11월 이후 판매액)에 대해 이례적인 투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렸다. “계약 당시 이미 투자 원금의 최대 98%가 부실 상태였다”는 이유를 들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이다. 다만 플루토 FI D-1호 등 일부 펀드의 경우 투자자와 금융사 간 분쟁 조정이 여전히 금감원 분조위에 계류 중이다. 분쟁 조정과 별개로 일부 투자자는 펀드 판매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금융범죄 사건 피해자를 지원한 이대순 변호사는 “IIG 펀드가 라임에서 돈이 들어온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무역에 기초한 금융상품이라면 L/C(신용장)나 매출채권 등을 근거로 해야 하는데 IIG의 경우 이런 흔적이 안 보인다”면서 “결국 해외에서 사라진 라임 펀드 투자금의 최종 종착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조사와 검찰 수사로 라임 펀드 자체의 구조적 문제는 드러났으나 투자금 용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미진한 상태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6월 항소심 재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징역 20년·벌금 48억 원을 선고받았다. 여야 정치인과 검사에게 금품 로비 및 접대를 했다고 주장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횡령과 사기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불리는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아직 해외 도피 중이다. 검찰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은 6월 8일 취임 직후 “사모펀드에 대해 (살펴)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하겠다”면서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건에 대한 재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정구집 ‘대신증권 라임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금감원장도 바뀌었지만 사고가 난 라임 펀드의 리스트조차 공개되지 않았다”며 “2019년 8월쯤 서울남부지검과 금감원이 라임 펀드의 환매 중단 가능성을 두고 조사했다고 하는데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환매 중단 전 라임은 4조 원 이상을 운용했고 이 중 기관투자자의 자금 2조 원은 환매에 큰 문제가 없었다. 환매 중단된 것은 대부분 개인투자자나 일반 법인의 돈”이라면서 “라임 펀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혀 범죄자들을 엄단하지 못하면 비슷한 대형 사고가 또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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