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에게 ‘만화가는 엉덩이로 그린다’는 얘길 자주 해요. 갑자기 생각날 때 머리로 그리는 게 아니에요. 하루에 10시간 넘게 앉아서 파고들어야 하죠.”
‘머털도사’ ‘임꺽정’ ‘장길산’과 같은 만화는 오랜 시간 동안 그가 엉덩이로 그린 작품들이다. 강단에서 제자들에게도 그러한 성실성을 강조한다. 매년 여름이면 학교에서 정해진 수업시간 외에 따로 열흘 넘게 학생들을 데리고 ‘지옥캠프’를 다녀오는 것도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는 진리를 몸에 새기기 위해서다.
“지옥캠프라는 말은 지금 ‘츄리닝’으로 알려진 이상신이랑 국중록이란 친구가 만들었어요. 딱 가면 시골에 아무것도 없거든. 그냥 막사에 화장실은 재래식이고, 날은 덥거나 장마철이고…. 밥 먹고 만화 그리는 것밖에 할 게 없으니까 아이들이 지옥캠프라고 부르더라고.(웃음) 그렇지만 아이들하고 그렇게 하루 종일 만화만 그리고 서로 옆에서 작업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엄청나요.”
그는 지난 12월 초 정년퇴임식을 가졌다. 본래 정년은 2008년 8월 말이었지만 같은 대학 교수인 이현세를 비롯해 후배 만화가와 제자들이 ‘퇴임식을 꼭 해야 한다’며 자리를 마련했고, 퇴임식에는 300명 이상의 만화 관계자와 세종대 출신 제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퇴임식은 동시에 ‘조선을 그린 이두호’라는 책의 출간기념일이기도 했다. 이 책에는 만화평론가인 한창완 세종대 교수,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박석환 평론가 등 15명의 필자가 참여해 이 화백의 만화세계를 조명했다. 처음엔 “왜 쓸데없는 짓 했냐”고 헌정집을 기획한 후배를 다그쳤다는 그는 “막상 받아보니 많이 고맙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1965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중퇴한 후 1969년 ‘소년중앙’에 ‘투명인간’을 연재하며 만화가로 데뷔한 그에게 2009년은 데뷔 40주년인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올 한 해 동안 그는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며, 10권짜리 한국사 시리즈를 위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기회가 되면 개인적인 경험과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만화가는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은 직업이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도 펜 하나만 있으면 마음먹은 무엇이든 할 수 있거든요. 고통도 따르지만 고통만큼이나 보람이 큰 게 만화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