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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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만의 한국어 배우기 열풍, 내년 3대 외국어 될 것”

인터뷰 | 대만 내 한류 분석한 논문 낸 대만 전칭쯔 국립정치대 한국어학과 교수

  • 타이베이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입력2019-10-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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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타이베이국제박람회’에 소개된 한류 콘텐츠들. [동아DB]

    ‘2017 타이베이국제박람회’에 소개된 한류 콘텐츠들. [동아DB]

    한국과 대만은 45년간 유지하던 긴밀한 외교관계를 1992년 8월 23일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에 단교를 선언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많은 국가가 단교했지만 문제는 ‘한국의 일방적 선언’이 대만 국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점.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대만 사람들은 “이제 모두 과거 일”이라고 말했다. 한때 소원하던 대만과 관계는 요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변했다. 

    먼저 쌍방이 외국인 관광객 3위 방문국이다. 2017년만 해도 한국을 찾은 대만인은 92만 명, 대만을 찾은 한국인은 105만 명에 달했다. 대만인의 한국 관광은 한류의 영향이 컸고, 한국인의 대만 여행은 2013년 TV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유럽&대만편’이 계기가 됐다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 대만의 남녀노소 불문하고 ‘방탄소년단(BTS)’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고교생과 대학생들은 한국어 배우기에 열심이었다. 

    대만 국립정치대 한국어문학과 부교수 겸 학과장이자 한국문화교육센터 센터장인 전칭쯔 교수는 한류 연구 전문가다. 1999년 대만 국립정치대를 졸업하고 한양대 국문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에는 ‘한류 용어의 어원 및 대만 한류발전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쓰기도 했다. 10월 8일 타이베이에서 그를 만났다.

    대만 한류 시작은 94년 드라마 ‘마지막 승부’

    한국과 이란의 농구경기에서 한국을 응원하는 대만 젊은이들, 타이베이 도심 한가운데 있는 삼성전자 대리점, 대만 TV에서 대만어로 더빙돼 방송 중인 한국 드라마 ‘SKY캐슬’(위부터). [사진공동취재단, 허문명 기자]

    한국과 이란의 농구경기에서 한국을 응원하는 대만 젊은이들, 타이베이 도심 한가운데 있는 삼성전자 대리점, 대만 TV에서 대만어로 더빙돼 방송 중인 한국 드라마 ‘SKY캐슬’(위부터). [사진공동취재단, 허문명 기자]

    그는 대만 내 한류의 시작을 1994년 8월 23일 저녁 8~9시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서 찾았다. 

    “장동건 씨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모두 대만에 와 농구선수들과 자선경기를 했을 정도였죠. 이듬해 드라마 ‘모래시계’ ‘제4공화국’이 방영됐지만 크게 관심을 못 받다 1998년에 가수 클론의 대만 첫 음반이 30만 장 가까이 팔리면서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드라마 ‘장희빈’도 떴고요. 1999년 2월에는 클론, 디바, H.O.T., S.E.S. 등 당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던 가수들이 한꺼번에 타이베이 콘서트를 열었는데 대성공을 거뒀죠.”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류’ 관련 기사도 1998년에 시작해 2001년 한 해에만 136건이 쏟아졌는데, 단순 연예 기사를 넘어 스포츠, 생활·문화, 사회, 정치, 경제 분야로 확대됐다고 한다. 

    “요즘 한류에 관한 관심은 드라마가 1위, 2위가 케이팝(K-pop)입니다. 한국의 패션, 음식, 전자제품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져 인기 가수나 배우들의 화장법, 옷들도 인기 상품이 됐죠.”

    제2외국어로 한국어 택한 대만 고교 403곳

    타이베이에서 만난 전칭쯔 대만 국립정치대 한국어학과 교수는 한국어가 유창하다. [허문명 기자]

    타이베이에서 만난 전칭쯔 대만 국립정치대 한국어학과 교수는 한국어가 유창하다. [허문명 기자]

    실제로 대만 TV를 틀면 ‘SKY 캐슬’ 같은 최근 한국 드라마가 대만어로 더빙돼 방송되고 있었다. 이런 한류 열풍은 한국어 배우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 교수의 말이다. 

    “우리 대학 한국어학과만 해도 한 학년에 28명, 총 178명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졸업하면 거의 100%가 취업이 돼요. 내년쯤 가면 한국어가 일본어, 독일어에 이어 3대 외국어가 될 것 같아요.” 

    그가 속한 국립정치대뿐 아니라 중국문화대(문화대), 국립가오슝대 한국어학과에도 2018년 기준 각각 329명, 209명이 등록해 공부했다. 고등학교에서도 최근 5년간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한 학생이 2014년 6300명 수준에서 2018년 1만2000명까지 증가했고 제2외국어 채택 학교 수도 241곳에서 403곳으로 늘었다. 다시 전 교수의 설명이다. 

    “대만에서는 갈망하다, 희망하다는 뜻의 대만어를 한국어와 조합해 만든 ‘하한족’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특히 해외 기업들은 대만을 중국 진출을 위한 테스트시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만 내 한류는 단순히 대만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주변 국가에 영향을 미쳐 한류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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