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대에 과연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수 있을까. 미국 평화운동가 톰 헤이든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해병 2500명을 호주에 파병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냉전을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 냉전이 정치·경제 외교전이 되리라고 전망하면서 무력전은 오히려 한국과 북한, 중국과 대만, 인도와 파키스탄의 대리전 양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외교정책’지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폭넓게 전개되리라고 내다봤다.
미국 패권 상대적 약화
중국을 70회 이상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중국과 미국은 공존관계이면서 대결구도를 지닐 것이라고 자신의 저서 ‘중국에 대하여’에서 밝혔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세계질서 전망보고서’는 2025년까지 국제질서가 더욱 복합적으로 변하고 미국이 계속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지배적인 국가’로 변모하리라고 예측했다. 또한 2025년경 국제질서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가들의 세계화에 따른 경제발전과 인구 증가, 지역 발전으로 더욱 다극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분석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미국 패권의 상대적 약화와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의 위상 변화는 2008년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이 흔들리는 양상으로 이어졌고, 그 여파로 미국 경기는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마지막 업무보고에서 “국제적 지위에 걸맞은 강한 군대를 건설하자”고 강조하면서 “툭하면 무력을 쓰거나 무력으로 위협하는 것, 다른 나라의 합법적 정권을 전복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또한 “어떤 외압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국가주권과 안보, 발전에 따른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선진국과의 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고 의견 차이를 적절히 처리해 안정적이고도 건설적인 새로운 국제관계를 수립할 것”을 강조했다.
이는 군사력을 갖춰 미국에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고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결코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뜻이자, 미국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에서 진행 중인 일본, 필리핀과의 영유권 갈등, 아시아 재개입을 선언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강공외교를 펼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을 총서기로 하는 5세대 지도부의 향후 5년간 통치 방향을 담았다고도 볼 수 있다. 중국이 언젠가 미국을 제치고 초대강국으로서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중국은 과연 미국을 압도할 수 있을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서구 석학이 중국과 동양에 큰 관심을 보였다. 10여 년 전 놈 촘스키 등 서구 석학들은 “지난 20세기 우리가 얻은 최고 수확은 동양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물질문명과 산업화로 앞서가던 서구 지성들이 정신문화를 앞세운 동양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중국 철학을 쉽게 풀이한 책들이 미국에서 200만 부 이상 팔리고 있다. 일반인도 중국에 관심을 쏟는 것이다.
개방 이후 급부상하는 중국은 이러한 동풍을 타고 21세기 거대한 드라마를 쓸 것이 확실하다. 특히 중국 경제의 놀라운 성장과 능동적 외교는 이미 동아시아 판도를 바꿔놓았고,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더 큰 중국의 힘과 영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중국 드라마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현 체제를 바꿀지, 그대로 유지할지도 알 수 없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
잘 알려진 바처럼 일부 미래학자들은 서구 질서가 동양의 영향력에 의해 변화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시대는 끝나리라고 예측한다. 세계가 동양 질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역사학자 니엘 퍼거슨은 “피로 물든 20세기는 서양 몰락과 동양 중심의 재편성을 암시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실주의자들은 중국의 부상과 흔들리는 미국 위상을 주의 깊게 주목하고, 일부 전략가는 중국이 서구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계패권 이양에 따른 긴장과 불신, 갈등이 초래되리라고 전망한다. 중국 성장드라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아시아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압도할 수 있을까. 중국 지도자들은 불리한 여건만 주어지지 않는다면 미국을 앞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여기서 중국 지도자들의 역사의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지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우외환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내부 혼란과 외부 침략이 나라를 망친다는 점을 굳게 믿고 또 경계한다. 명나라가 망한 이유도 농민반란과 청나라 침략 때문이었고, 청나라가 몰락한 것도 내부 폭동과 서양 열강 및 일본의 침략 때문이었다. 중국 국민당 정권이 몰락한 이유도 소련의 영향을 받은 국내 반란과 외부 국제 공산당의 영향 때문이었다.
중국 지도자들은 적은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다는 불신감에 세뇌됐다. 외국이나 외부 세력의 내부 접근과 그 영향을 가장 두려워하면서 본능적으로 막는 것도 그래서다.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도 중국인의 잠재의식 때문이다. 그들은 닭싸움에 대해 잘 안다. 수탉끼리 싸우다 벼슬에서 피가 나면 지는 것이다. 피가 나는 수탉을 보면, 나머지 닭들이 그냥 보고만 있지 않고 다 함께 공격해 아예 죽여버린다. 흔히 중국인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직한 사람을 바보라고 생각하며 멀리한다. 왜냐하면 언젠가 나의 결함이 드러날 때 그의 정직성이 나를 공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인은 비밀이 많다.
어느 나라도 중국을 꿰뚫어볼 수는 없지만,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 하나는 경제성장 속도다. 2002년 1조5000억 달러였던 국내총생산이 2011년 7조5000억 달러에 이르렀고, 매년 10%씩 경제성장을 유지한다. 이에 따라 개인 수입도 2002년 1000달러에서 2011년 3500달러로 상승했다. 도시인 수입은 이보다 더 높다. 중국의 에너지 사용량도 10년 사이 2배나 증가했는데, 2009년 23억t으로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런던시장 경제고문을 역임하고 상하이 자오퉁대학 교환교수로 일하는 켄 리빙스턴은 “큰 정책적 실수가 없는 한 5~7년 안에 중국 국민총생산이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다만 “미국 기업과 기술이 계속 발전해나간다면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기는 어려울 것이며,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이념이나 정치적 문제로 갈등하지 않고 서로 존중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일본 등 여러 나라와 영토 분쟁에 휘말려 있다. 중국의 국가적 관심도 영토 분쟁으로 인한 인접 국가와의 갈등에 집중돼 있다. 영토 분쟁은 당분간 지속될 테고, 이 분쟁으로 다양한 변수가 나타날 전망이다. 일본에서 센카쿠 열도 국유화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당시 시진핑 부주석은 코웃음을 치며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일본은 코가 꿰어 중국 주권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존 로스 교수는 “이번 사건이 중국의 실수가 아니며 오히려 중국의 외교 대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논평했다. 로스 교수는 중국이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미국을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기에 반대의견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디자이트’ 발행인 요제프 요페는 미국의 패권 쇠퇴설을 부인한다. 그는 “미국 쇠퇴론이 10년마다 불거졌지만 국제질서에서 미국의 힘과 사명감을 대신할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2008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한 금융위기로 미국의 5대 은행 가운데 3개가 무너졌지만 그해에도 미국의 국내총생산은 14조2646억 달러로 2위인 일본을 3배나 앞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해 국방비가 607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방비의 40%를 차지한 것만 봐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단언한다.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위기
중국 지도자 중에도 중국이 미국을 앞서리라고 이야기하는 이는 없다. 단지 겸손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숨기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실제 국력을 숨길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2010년 3월 발표한 공식 국방예산은 780억 달러로 6000억 달러 이상을 쓰는 미국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중국 국가회계 방식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국방예산으로 1100억 달러 이상을 쓰는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국방예산만으로 추산하면 2000~2009년 중국 국방예산은 연평균 11.8%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9.6%였던 것과 비교하면 군사력이 경제력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이 과거의 낙후한 군대가 아니라, 정보화와 기계화에 주력해 첨단 정보기술과 산업기술로 무장한 현대 군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다. 중국의 군사전략은 ‘신시대 국가 군사전략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대 전쟁을 “정보화 조건하의 국지전”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군대를 양성하고 배양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한편 미국은 재정위기 극복이 당면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더글러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부회장은 “앞으로 다가올 중·미 관계의 어려움이 오바마의 가장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이 상대해야 할 가장 큰 경쟁 국가가 중국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시진핑 정권도 수많은 문제를 타개해야 하는 처지인 것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대외적인 갈등 해결 능력과 부패척결, 빈부격차 해소 같은 내부 문제 처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존 로스 교수는 “중국은 지금 가장 중요한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선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재정적자와 경기침체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 향후 아시아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중국과의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국제연구소 쿠싱 박사도 앞으로 닥칠 여러 영토 분쟁 문제에 대해 “중국의 새 지도자들은 외교 능력과 기술을 더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중국과 미국 간 외교전쟁에서 필요한 기술을 강조했다.
여러 전망과 예측을 종합해볼 때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지 여부는 이런 변수와 난관을 어떻게 잘 대응하고 극복하느냐에 달렸다.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무역적자와 재정위기 등 당면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중국은 적어도 경제성장 측면에서는 미국을 압도할 전망이다.
미국 패권 상대적 약화
중국을 70회 이상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중국과 미국은 공존관계이면서 대결구도를 지닐 것이라고 자신의 저서 ‘중국에 대하여’에서 밝혔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세계질서 전망보고서’는 2025년까지 국제질서가 더욱 복합적으로 변하고 미국이 계속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지배적인 국가’로 변모하리라고 예측했다. 또한 2025년경 국제질서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가들의 세계화에 따른 경제발전과 인구 증가, 지역 발전으로 더욱 다극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분석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미국 패권의 상대적 약화와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의 위상 변화는 2008년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이 흔들리는 양상으로 이어졌고, 그 여파로 미국 경기는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마지막 업무보고에서 “국제적 지위에 걸맞은 강한 군대를 건설하자”고 강조하면서 “툭하면 무력을 쓰거나 무력으로 위협하는 것, 다른 나라의 합법적 정권을 전복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또한 “어떤 외압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국가주권과 안보, 발전에 따른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선진국과의 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고 의견 차이를 적절히 처리해 안정적이고도 건설적인 새로운 국제관계를 수립할 것”을 강조했다.
이는 군사력을 갖춰 미국에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고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결코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뜻이자, 미국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에서 진행 중인 일본, 필리핀과의 영유권 갈등, 아시아 재개입을 선언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강공외교를 펼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을 총서기로 하는 5세대 지도부의 향후 5년간 통치 방향을 담았다고도 볼 수 있다. 중국이 언젠가 미국을 제치고 초대강국으로서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중국은 과연 미국을 압도할 수 있을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서구 석학이 중국과 동양에 큰 관심을 보였다. 10여 년 전 놈 촘스키 등 서구 석학들은 “지난 20세기 우리가 얻은 최고 수확은 동양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물질문명과 산업화로 앞서가던 서구 지성들이 정신문화를 앞세운 동양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중국 철학을 쉽게 풀이한 책들이 미국에서 200만 부 이상 팔리고 있다. 일반인도 중국에 관심을 쏟는 것이다.
개방 이후 급부상하는 중국은 이러한 동풍을 타고 21세기 거대한 드라마를 쓸 것이 확실하다. 특히 중국 경제의 놀라운 성장과 능동적 외교는 이미 동아시아 판도를 바꿔놓았고,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더 큰 중국의 힘과 영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중국 드라마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현 체제를 바꿀지, 그대로 유지할지도 알 수 없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
잘 알려진 바처럼 일부 미래학자들은 서구 질서가 동양의 영향력에 의해 변화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시대는 끝나리라고 예측한다. 세계가 동양 질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역사학자 니엘 퍼거슨은 “피로 물든 20세기는 서양 몰락과 동양 중심의 재편성을 암시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실주의자들은 중국의 부상과 흔들리는 미국 위상을 주의 깊게 주목하고, 일부 전략가는 중국이 서구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계패권 이양에 따른 긴장과 불신, 갈등이 초래되리라고 전망한다. 중국 성장드라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아시아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압도할 수 있을까. 중국 지도자들은 불리한 여건만 주어지지 않는다면 미국을 앞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여기서 중국 지도자들의 역사의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지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우외환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내부 혼란과 외부 침략이 나라를 망친다는 점을 굳게 믿고 또 경계한다. 명나라가 망한 이유도 농민반란과 청나라 침략 때문이었고, 청나라가 몰락한 것도 내부 폭동과 서양 열강 및 일본의 침략 때문이었다. 중국 국민당 정권이 몰락한 이유도 소련의 영향을 받은 국내 반란과 외부 국제 공산당의 영향 때문이었다.
중국 지도자들은 적은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다는 불신감에 세뇌됐다. 외국이나 외부 세력의 내부 접근과 그 영향을 가장 두려워하면서 본능적으로 막는 것도 그래서다.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도 중국인의 잠재의식 때문이다. 그들은 닭싸움에 대해 잘 안다. 수탉끼리 싸우다 벼슬에서 피가 나면 지는 것이다. 피가 나는 수탉을 보면, 나머지 닭들이 그냥 보고만 있지 않고 다 함께 공격해 아예 죽여버린다. 흔히 중국인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직한 사람을 바보라고 생각하며 멀리한다. 왜냐하면 언젠가 나의 결함이 드러날 때 그의 정직성이 나를 공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인은 비밀이 많다.
어느 나라도 중국을 꿰뚫어볼 수는 없지만,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 하나는 경제성장 속도다. 2002년 1조5000억 달러였던 국내총생산이 2011년 7조5000억 달러에 이르렀고, 매년 10%씩 경제성장을 유지한다. 이에 따라 개인 수입도 2002년 1000달러에서 2011년 3500달러로 상승했다. 도시인 수입은 이보다 더 높다. 중국의 에너지 사용량도 10년 사이 2배나 증가했는데, 2009년 23억t으로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런던시장 경제고문을 역임하고 상하이 자오퉁대학 교환교수로 일하는 켄 리빙스턴은 “큰 정책적 실수가 없는 한 5~7년 안에 중국 국민총생산이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다만 “미국 기업과 기술이 계속 발전해나간다면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기는 어려울 것이며,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이념이나 정치적 문제로 갈등하지 않고 서로 존중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일본 등 여러 나라와 영토 분쟁에 휘말려 있다. 중국의 국가적 관심도 영토 분쟁으로 인한 인접 국가와의 갈등에 집중돼 있다. 영토 분쟁은 당분간 지속될 테고, 이 분쟁으로 다양한 변수가 나타날 전망이다. 일본에서 센카쿠 열도 국유화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당시 시진핑 부주석은 코웃음을 치며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일본은 코가 꿰어 중국 주권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존 로스 교수는 “이번 사건이 중국의 실수가 아니며 오히려 중국의 외교 대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논평했다. 로스 교수는 중국이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미국을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기에 반대의견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디자이트’ 발행인 요제프 요페는 미국의 패권 쇠퇴설을 부인한다. 그는 “미국 쇠퇴론이 10년마다 불거졌지만 국제질서에서 미국의 힘과 사명감을 대신할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2008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한 금융위기로 미국의 5대 은행 가운데 3개가 무너졌지만 그해에도 미국의 국내총생산은 14조2646억 달러로 2위인 일본을 3배나 앞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해 국방비가 607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방비의 40%를 차지한 것만 봐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단언한다.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위기
중국 지도자 중에도 중국이 미국을 앞서리라고 이야기하는 이는 없다. 단지 겸손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숨기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실제 국력을 숨길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2010년 3월 발표한 공식 국방예산은 780억 달러로 6000억 달러 이상을 쓰는 미국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중국 국가회계 방식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국방예산으로 1100억 달러 이상을 쓰는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국방예산만으로 추산하면 2000~2009년 중국 국방예산은 연평균 11.8%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9.6%였던 것과 비교하면 군사력이 경제력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이 과거의 낙후한 군대가 아니라, 정보화와 기계화에 주력해 첨단 정보기술과 산업기술로 무장한 현대 군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다. 중국의 군사전략은 ‘신시대 국가 군사전략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대 전쟁을 “정보화 조건하의 국지전”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군대를 양성하고 배양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한편 미국은 재정위기 극복이 당면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더글러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부회장은 “앞으로 다가올 중·미 관계의 어려움이 오바마의 가장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이 상대해야 할 가장 큰 경쟁 국가가 중국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시진핑 정권도 수많은 문제를 타개해야 하는 처지인 것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대외적인 갈등 해결 능력과 부패척결, 빈부격차 해소 같은 내부 문제 처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존 로스 교수는 “중국은 지금 가장 중요한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선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재정적자와 경기침체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 향후 아시아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중국과의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국제연구소 쿠싱 박사도 앞으로 닥칠 여러 영토 분쟁 문제에 대해 “중국의 새 지도자들은 외교 능력과 기술을 더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중국과 미국 간 외교전쟁에서 필요한 기술을 강조했다.
여러 전망과 예측을 종합해볼 때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지 여부는 이런 변수와 난관을 어떻게 잘 대응하고 극복하느냐에 달렸다.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무역적자와 재정위기 등 당면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중국은 적어도 경제성장 측면에서는 미국을 압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