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폭탄 ‘KGGB’. [사진 제공 · LIG넥스원]
해병연안연대의 핵심은 기존 해병전투대대를 개편한 연안전투팀(LCT)이다. LCT의 주요 무기체계는 ‘미군 차세대 험비’인 신형 고기동 전술 차량 JLTV의 무인화 버전에 해상타격미사일(NSM) 2발을 탑재한 일명 ‘로그 파이어스’다. 미 해병대는 9월 말 로그 파이어스 시스템을 제작하기 위해 특수차량 제조업체 ‘오시코시’에 무인화 JLTV를 대량 발주했다. 본격적인 대함 타격 자산 확충에 나선 것이다. 기존에는 적 군함을 공격하는 임무는 해군이 맡는 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미 해병대는 해군 주도로 추진하던 대함 타격 자산 강화 사업에까지 참여하고 나섰다. 해당 사업명을 ‘해군·해병대 원정 선박 차단 체계(NMESIS)’, 일명 ‘네메시스’로 바꾸면서까지 적 군함에 대한 타격 능력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함 타격 능력 강화, 미 해병대의 변신
미 해병대가 변신에 나선 이유는 바로 중국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해군력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이 한 해 2~3척 건조하는 대형 방공 구축함을 동시에 5~6척씩 건조하는가 하면, 호위함급 무장을 갖춘 초계함을 10척씩 찍어내고 있다. 중국은 심지어 민간 선박에도 무장한 민병 조직을 승선시키고 있다. ‘해상민병(海上民兵)’이라는 이름의 해군 보조 병력을 확충하고 나선 것인데, 그 규모가 수십만 명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처럼 해군력을 확장하는 이유는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꺾고 ‘팍스 시니카(Pax Sinica)’, 즉 중국 중심의 패권 질서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바다를 접한 주변 국가를 평정하고, 더 나아가 태평양에서 미국을 꺾으려면 강력한 해공군력 건설이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최근 10년간 무서운 속도로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다.미국도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중국 해군을 저지할 전력을 구축하는 데 군사력 건설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 해군은 해병대와 함께 네메시스를 구축하고, 공군은 폭격기는 물론 수송기에서도 스텔스 공대지·공대함미사일을 대량 투발할 수 있는 ‘래피드 드래건(Rapid Dragon)’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육군 역시 지대지 로켓 무기 ‘하이마스(HIMARS)’에서 발사되는 지대지 전술 탄도미사일 ‘프리즘(PrSM)’의 사거리와 정확도를 크게 늘리고 대함 타격 능력을 부여하고자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수십억 원 미사일로 소형 선박 제압?
중국 ‘해상민병’ 선단. [뉴시스]
중국 해상민병은 정확한 수를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은 주요 분쟁 해역에서 ‘회색지대 전술’을 구사하고자 퇴역 군인을 해상민병으로 대거 고용했다. 그 수가 75만~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남중국해 분쟁에서 중국은 동시에 선박 200~300척을 동원해 몇 주간 무력시위를 할 정도로 해상민병 세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해상민병도 단순한 민병대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조직적이고 호전적이다. 2019년 당시 미 해군참모총장이던 존 리처드슨 제독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상민병의 움직임에 대해 “그들을 정규 해군으로 간주해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당장 미국으로선 중국 해상민병에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해상민병 조직이 보유한 선박 수는 적게 잡아도 수천 척에 달한다. 유사시 민간 어선, 여객선, 화물선에 기관포나 로켓무기를 장착해 ‘전투함’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선박의 전투 능력은 정규 해군 전투함보다 크게 떨어져도 수백 척씩 떼 지어 물량 공세를 펴면 제아무리 미군이라 해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미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100% 명중하더라도 미사일보다 중국 선박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1발에 수십억 원 하는 미사일을 수천 발씩 사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1척에 1억 원도 채 하지 않을 해상민병 선박을 잡으려고 수십억 원짜리 미사일을 쏠 순 없기 때문이다.
소형 선박의 물량 공세 가능성은 비단 중국 해상민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란 역시 소형 선박으로 구성된 대규모 함대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도 구식이지만 소형 고속정을 수백 척 단위로 운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란과 중국은 발전된 형태의 무인수상정까지 대거 확충하고 나섰다. 소형 선박에 대한 대응 능력 강화가 미군의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미 공군 주도로 개발해 미 해병대가 대량 도입을 예고한 무기체계, 일명 ‘퀵싱크(Quick Sink)’는 바로 이런 과제를 해결하고자 등장했다.
미국 ‘퀵싱크’ 약점, 짧은 사거리
미국 GPS 유도폭탄 ‘JDAM’을 투하하는 전투기. [뉴시스]
퀵싱크는 미 공군과 해병대로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있지만, JDAM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결정적 약점을 안고 있다. 바로 사거리다. 추진체가 없는 폭탄인 JDAM의 사거리는 고고도에서 고속 비행하는 전투기가 투발했을 때 최대 30㎞ 정도다. 만약 중국 해상민병 선단에 단 1척의 호위함, 구축함이 있다면 투발하기 전 함대공미사일에 당할 수도 있다. 성능과 가격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퀵싱크의 짧은 사거리 탓에 미군은 고심에 빠졌다.
미군의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할 ‘게임 체인저’를 손에 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이 함께 개발 중인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의 개량형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판 JDAM인 KGGB는 500파운드급 항공폭탄을 더 멀리 정확히 투하하고자 개발됐다. 발당 가격은 약 1억 원으로 같은 무게의 JDAM인 GBU-38보다 비싸지만, 사거리가 100㎞ 이상이다. 미국 AGM-154 JSOW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사거리다.
FA-50, KGGB 장착해 ‘대함 공격기’ 변신 가능
FA-50 전투기. [사진 제공 · 공군]
이 같은 장거리 대함 유도폭탄 능력은 KGGB는 물론, 이를 주력 공격 무장으로 운용할 FA-50의 새로운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있다. FA-50에는 통상 6발의 500파운드 폭탄이 탑재된다. 유도키트를 장착한 KGGB도 최대 4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FA-50 1대로 적함 4척을 동시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FA-50은 이번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능동형위상배열레이더(AESA), 중거리공대공미사일 운용 능력이 추가되고 공중급유장치까지 장착한 블록 20 모델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평시에는 방공 작전과 지상 공격을 수행하는 다목적 전투기로 운용하다 유사시 개량형 KGGB를 달아 작지만 강한 대함 공격기로 변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KGGB와 FA-50의 조합은 세계 여러 나라에 매력적인 무기체계가 될 수 있다. 중국과 해상 영토 분쟁을 겪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발트해 주변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시달리는 유럽 각국, 이란 고속정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중동 나라들이 잠재적 고객이 되는 셈이다. 한국 정부 당국과 방산업계가 활발한 세일즈를 벌인다면 ‘한국판 퀵싱크’는 세계 최강 ‘갓성비’ 대함 타격 무기로 주목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