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 [위키피디아]
류큐 왕국의 땅
센카쿠 열도는 과거 해상 국가인 류큐 왕국의 땅이었다. 류큐 왕국은 1429년 오키나와 섬을 중심으로 146개 섬으로 국가를 세웠다. 류큐 왕국은 중국(명·청), 일본(왜), 한국(조선), 동남아 등과 교역하며 독자적인 문화를 누렸지만 일본에 강제로 병합돼 오키나와현이 됐다. 일본은 청일전쟁(1894∼1895년) 당시 ‘무주지’(無主地)였던 센카쿠 열도를 오키나와현에 정식으로 편입시켰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오키나와와 센카쿠 열도를 점령했다. 일본은 패전 후 미국과 맺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센카쿠 열도를 오키나와와 함께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 이를 조약에 명기했다. 미국은 1972년 센카쿠 열도와 오키나와를 일본에 이양했다.반면 중국은 1403년 명나라 영락제 시기 문헌을 근거로 자국이 댜오위다오를 가장 먼저 발견했고, 이때부터 계속 관할권을 행사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류큐 왕국이 명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번속국(藩屬國)이라고 강조해왔다. 중국은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후 시모노세키(下關)조약에 따라 대만과 그 부속도서 등을 일본에 할양했지만 2차 대전 종전 후 카이로 선언·포츠담 회담 등에 따라 일본이 강점했던 영토를 돌려받았는데, 당시 댜오위다오도 포함됐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중국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회의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섬들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점거를 승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양국이 최근 들어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놓고 또 다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해경선들을 일본이 주장하는 센카쿠 열도의 영해 안쪽으로 진입시키는 등 ‘도발’을 해왔다. 이에 맞서 일본 정부는 해상보안청 순시선들을 센카쿠 열도에 출동시켜 중국 선박들을 퇴거시켜왔다. 실제로 중국 해경선들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사상 최장인 111일 연속으로 센카쿠 열도의 접속수역을 항행하는 등 위협을 가했다. 접속수역은 영해와 공해의 중간수역으로서 통상 영해 밖 12~24해리(22~44㎞) 구간에 설정된다. 중국 해경선들은 이 가운데 11번은 영해로 진입했고, 39시간이나 머문 적도 있다.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중국 선박들이 반복적으로 센카쿠 열도 해역에 들어오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해경선들이 수시로 센카쿠 열도 영해에 진입하자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미·일은 8월 30일 괌에서 열린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센카쿠 열도가 미국의 일본 방위 의무를 규정한 양국 안보 조약 제5조의 대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제5조는 일본의 행정력이 미치는 영역에 대한 무력공격을 받을 때 미국과 일본이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도록 행동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댜오위다오 디지털 박물관’ 개설
중국 정부가 개설한 댜오위다오 디지털 박물관 홈페이지.
일본 정부는 중국 정부의 센카쿠 열도에 대한 도발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해상보안청 순시선들을 대거 파견하는 등 경계태세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상황은 2012년 8월 홍콩의 친중국 민간단체 회원들이 센카쿠 열도에 무단으로 상륙해 오성홍기를 내걸고 반일 시위를 벌였던 때와 비슷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들을 모두 체포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항의하는 등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양국은 센카쿠열도 인근 해역에 함정들을 대거 배치하는 등 무력 충돌을 벌이기 일보직전까지 갔었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최근 상황으로 볼 때 중국 해경선과 자국 순시선이 우발적으로 충돌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중국 정부에 자제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신임 관방장관은 “우리나라의 영토와 영해, 영공을 단호히 수호한다는 방침 하에서 센카쿠 열도 주변에 대한 경계감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도 스가 총리에게 센카쿠 열도의 실효지배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건의했다. 그 내용을 보면 센카쿠 열도를 비롯한 난세이 제도 공항과 항만의 자위대 사용 및 항구 확대, 해상보안청 예산 대폭 증액과 순시선 대공레이더 탑재 등이다.
‘킨 소드’(Keen Sword) 연합 훈련
미국 레이건 항모 전단과 일본 함정들이 지난해 킨 소드 연합훈련을 하는 모습. [US Navy]
이번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미 해병대 제3원정군(MEF)과 일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이 실시하는 연합 상륙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륙기동단은 미 해병대를 모델로 2018년 만들어진 ‘일본판 해병대’로 불린다. 수륙기동단은 나가사키현 사세보 소재 아이노우라에 주둔하고 있으며, 병력은 2100명으로 도서 탈환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양국 해병대는 중국군이 센카쿠 열도를 점령할 경우 상륙작전으로 이를 탈환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케빈 슈나이더 주일미군 사령관은 “중국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센카쿠 열도의 일본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일본을 도울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또 미 해군 항공모함 함재기 훈련용으로 제공하기 위해 가고시마현의 무인도 마게시마(馬毛島)를 매입하는 등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전체 면적이 8㎢로 서울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마게시마는 2차 대전 당시 오키나와를 방어했던 일본군의 공군기지가 있던 섬이다. 동중국해에 있는 마게시마는 중국 상하이까지 900㎞에 불과해 센카쿠 열도에서 긴급사태가 벌어질 경우 미군이 중국군을 견제할 수 있다. 센카쿠 열도를 방어하기 위한 최적의 기지가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마게시마가 미·일 군사동맹의 새로운 전략 거점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일 양국은 오키나와 가데나 미군 공군기지에 배치된 전투기를 마게시마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마게시마가 유사시 미 해군의 불침항모(不沈航母·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미국의 군사력을 방패삼아 중국의 도발에 맞서 센카쿠 열도를 반드시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