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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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하고 장엄한 알프스 보고 싶다면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떠나라!

[재이의 여행블루스] 융프라우 등 알프스 3대 봉우리 지척인 기차여행 출발지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4-04-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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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김없이 봄이 왔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봄의 전령사들은 변함없이 꽃봉오리를 피워내며 봄이 왔음을 알리느라 분주하다. 따스한 봄바람이 등을 떠미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다시 여권을 꺼낼 시간이다. 이번에 함께 떠나볼 여행지는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운 위엄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스위스 ‘인터라켄(Interlaken)’이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글을 쓸 때는 그 어느 나라보다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 핀셋으로 콕 집어 한 지역만 설명해도 원고가 차고 넘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면이 허락하는 한 빼놓지 않고 스위스 곳곳을 독자들과 함께 여행할 것을 약속드리며, 오늘은 광활한 알프스를 품은 도시 인터라켄에서 출발하는 산악 기차여행에 집중하고자 한다.

    스위스만큼 기차 시스템이 잘돼 있는 나라도 드물다. 나라 곳곳으로 실핏줄처럼 철로가 촘촘히 깔려 있어 기차가 통과하지 않는 지역이 거의 없을 정도다. 워낙 호수가 많고 알프스산맥도 지나가다 보니 특별한 구간이 아님에도 창밖 풍경 자체만으로도 여행길이 무척 즐겁다. 그중 루체른과 생갈렌의 그림 같은 풍경을 오가며 ‘프리 알파인 익스프레스(Pre-Alpine Express)’로도 불리는 ‘보랄펜 익스프레스(Voralpen Express)’, 루체른부터 몽트뢰 구간을 달리는 화려한 가을빛 정취가 환상적인 ‘골든패스 라인(Golden Pass Line)’, 체르마트에서부터 생모리츠까지 알프스의 숨 막힐 듯한 전경이 펼쳐지는 ‘빙하 특급(Glacier Express)’은 전 세계 여행자가 꼭 한 번 타보고 싶어 하는 기차여행의 로망이다.

    만년설이 뒤덮인 알프스 융프라우. [GETTYIMAGES]

    만년설이 뒤덮인 알프스 융프라우. [GETTYIMAGES]

    쇼핑·관광 명소 인터라켄

    예전에는 스위스의 고물가에 대한 공포와 유로화를 쓰지 않는 불편함 때문에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를 여행하다 하루나 이틀 정도 짧고 굵게 스위스를 찾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프스산맥과 호수를 낀 압도적인 자연 풍경은 물론, 산악 액티비티와 산간마을 구석구석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된 기차여행이라는 확실한 매력 때문에 낭만 여행을 꿈꾸는 여행객들의 성지가 됐다.

    인터라켄 회헤베크 거리 풍경. [GETTYIMAGES]

    인터라켄 회헤베크 거리 풍경. [GETTYIMAGES]

    모든 이의 로망과도 같은 여행지이기에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역시 매우 다양하다. 그중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있다면 아마도 ‘알프스’일 테다. 스위스 여러 도시 가운데 알프스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인터라켄이다. 인터라켄이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호수 사이’를 의미하는 ‘인터 라쿠스(Inter Lacus)’에서 비롯됐다. 이름처럼 도시 양옆에는 알프스 빙하가 녹아 형성된 아름다운 호수 ‘툰(Thun)’과 ‘브리엔츠(Brienz)’가 있다. 도시 전체 분위기는 한가롭지만 생각보다 즐길 거리가 많다. 쇼핑 및 관광 명소가 모여 있는 ‘회헤베크(Ho‥heweg)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몽블랑을 비롯한 여러 스위스 브랜드의 시계, 반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키르히호퍼 카지노 갤러리(Kirchhofer-Casino Gallery)’와 1818년에 문을 연 스위스 요리 전문점 ‘그랜드 카페 레스토랑 슈(Grand Cafe Restaurant Schuh)’를 비롯한 각종 레스토랑, 상점, 펍, 카페가 있어 둘러만 봐도 신바람이 난다. 패러글라이딩의 착륙 장소로 유명한 ‘회헤마테(Ho‥hematte)’ 공원도 회헤베크 거리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신이 심혈을 기울인 유럽의 보석’이라는 찬사를 듣는 ‘융프라우’(Junfrau·4158m) 모습을 막힘없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언제라도 도심에서 장엄하게 빛나는 융프라우 자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경관을 해치는 건물을 세우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인터라켄 도시 전경을 한눈에 살펴보고 싶다면 ‘동역’(오스트역·Interlaken Ost) 근처에 있는 ‘하르더 쿨름’(Harder Kulm·1322m) 전망대로 가면 된다. 붉은색 푸니쿨라를 타고 10분가량 올라가면 나오는 유리 전망대에서는 환상적인 인터라켄 전경을 만끽할 수 있다. 시가지와 호수 2개, 그리고 아레강의 에메랄드빛 물결과 알프스의 새하얀 봉우리들까지 눈앞에 펼쳐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밖에도 인터라켄에서는 광활한 스위스 자연을 활용한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 등 스피드와 스릴이 넘치는 다양한 레포츠도 체험할 수 있다.

    알프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 툰. [GETTYIMAGES]

    알프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 툰. [GETTYIMAGES]

    융프라우 철도 교통 패스 이용해야

    해발 567m에 자리한 인터라켄은 ‘알프스의 3대 봉우리’로 일컬어지는 융프라우, ‘아이거’(Eiger·3970m), ‘묀히’(Mo‥nch·4099m)를 지척에 두고 있어 1년 365일 여행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중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융프라우로 떠나는 산악기차는 인터라켄에서 시작된다. ‘라우테르브루넨’(Lauterbrunnen·796m), ‘그린델발트’(Grindelwald·1034m), ‘벵겐’(Wengen·1274m), ‘클라이네 샤이데그’(Kleine Scheidegg·2061m), ‘피르스트’(First·2168m),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3454m) 등 융프라우 지역의 보석 같은 산간마을들을 찾아갈 때도 반드시 인터라켄을 거쳐야 한다. 인터라켄에는 시내를 중심으로 동쪽에 동역, 서쪽에 ‘서역’(웨스트역·Interlaken West)이 있다. 동역은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모든 열차가 출발하는 곳이며, 서역은 유럽 국가와 스위스 다른 도시를 오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두 역 사이 거리는 도보로 20분 정도로 멀지 않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역 주변은 각종 호텔과 수많은 상점, 레스토랑, 카페가 모여 있어 밤늦도록 불을 밝히지만, 동역은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다. 알프스를 기차로 여행하는 일정을 세웠다면 숙소는 동역 주변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인터라켄에서 즐길 수 있는 기차여행 코스는 여행자의 시간과 예산,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다만 융프라우에서 연속으로 하루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살인적인 스위스 물가를 고려할 때 융프라우철도 교통 패스를 구매하는 편이 낫다. 머무는 시간별로 구매 가능하며, 사용 기간 내 융프라우요흐 1회 왕복을 포함해 6개 노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유스 패스도 별도로 판매하고 있어 허니문이나 배낭 여행객뿐 아니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유용하다. 여름과 겨울 시즌으로 구분되며, 인터라켄 동역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까지 가는 산악열차. [GETTYIMAGES]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까지 가는 산악열차. [GETTYIMAGES]

    산악열차로 갈 수 있는 여러 코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인터라켄을 출발해 라우테르브루넨, 벵겐, 클라이네 샤이데그를 경유해 융프라우요흐 전망대까지 오르는 코스다. 만년설이 덮인 산봉우리와 평화로운 산간마을,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은 물론,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오두막집, 세상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웅장한 협곡과 굽이치는 계곡 옆으로 웅장하게 솟구친 알프스 산봉우리, 절벽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와 만년설이 녹은 회색빛 물이 힘차게 굽이치는 강, 투명하게 빛나는 호수가 만들어낸 장엄한 풍경은 완벽함 그 자체다. 자연이 보여줄 수 있는 절대 비경의 모든 것을 이 코스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어느 구간 하나 지나칠 곳이 없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손가락이 멈출 틈이 없다.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클라이네 샤이데그와 융프라우요흐를 연결하는 12㎞ 구간이다. 클라이네 샤이데그를 출발한 산악열차는 ‘아이거 글라치어’(Eiger Glacier·2320m)까지는 바깥을 볼 수 있는 산악지대를 지나고, 그 후에는 막대한 양의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조성한 7122m 길이의 긴 터널을 통과한다. 터널을 지나는 구간에서는 ‘아이거반트’(Eigerwand·2865m)와 ‘아이스메어’(Eismeer·3160m) 역에서 약 5분씩 두 번 정차한다. 지하역이기에 창문을 통해 넓게 펼쳐진 빙하와 암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쯤부터 고산 증세로 두통이 올 수 있으니 몸 상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종착역인 융프라우요흐에서는 일반적으로 간단하게 식사한 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3571m ‘스핑크스 전망대(Sphinx Observatory)’에 올라 360도 파노라마 뷰로 만년설과 빙하가 빚어낸 장엄한 알프스 풍경을 감상한다. 그다음 ‘플래토(Plateau)’로 나와 직접 설원을 걸어보고 스위스 국기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는다. 대부분 비슷한 패턴으로 시간을 보낸 뒤 하산하지만 고산병 증세가 없고 평소 산행에 자신이 있다면 하얀 설원을 따라 ‘묀히쇼흐 산장(Mo‥nchsjoch Hut)’까지 빙하 트레킹을 다녀와도 좋다.

    다양한 액티비티 즐길 수 있어

    머무는 일정에 따라 노스페이스로 불리는 ‘아이거 북벽’(Eiger North Face·3970m) 아래에 있는 ‘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피르스트’까지 가는 코스를 선택하거나 ‘빌더스빌’(Wilderswil·584m)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비밀의 화원으로 불리는 ‘쉬니게플라테’(Schynige Platte·1967m)로 향할 수 있다. 또 라우터브루넨에서 가파른 절벽 위에 세워진 마을 ‘뮈렌’(Mu‥rren·1661m)까지 가는 코스와 벵겐에서 33번 하이킹 코스가 유명한 ‘멘을리헨’(Ma‥nnlichen·2343m)으로 가는 여정도 추천할 만한 기차여행 코스다. 곤돌라 탑승 시간이나 기·종착지가 개방되는 시점은 계절마다 다르니 방문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코스마다 스노보더와 스키, 마운틴 카트, 트로티 바이크 등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나 자전거 하이킹, 트레킹 등 알프스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포츠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으니 시간이 허락된다면 꼭 체험해보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스위스로의 낭만 여행을 꿈꾼다. 영화에서나 봤던 알프스 영봉들이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는 인터라켄이야말로 상상했던 스위스의 모든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에는 어디로 떠나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면 낭만을 담은 산악기차에 올라 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의 오색찬란한 풍경 속으로 훌쩍 떠나보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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