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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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에 새로운 ‘6共 비자금’ 소환한 노소영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에 비자금 300억 맡기고 받은 어음 김옥숙 여사가 보관’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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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3-18 11: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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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노 관장 측이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경 비자금 300억 원을 최종현 전 회장에게 건네고 어음을 담보로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단락됐던 ‘6共 비자금’ 문제가 다시 소환됐다. 특히 노 관장 측이 50억 원 어음 사진 일부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김옥숙 여사가 4장을 실물로 보관하고 있고 나머지 2장은 추징금 완납 과정에서 사용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김 여사도 비자금 문제에 다시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SK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의 불똥이 비자금 이슈로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이 3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1차 변론을 마친 뒤 각각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이 3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1차 변론을 마친 뒤 각각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SK 측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에게 건넸다는 300억 원의 존재는 전혀 실체가 없는 거짓”이라며 오히려 노 관장 측에서 자금 출처가 어디인지, 누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전달했다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자금 수사 및 재판, 추징금 집행 과정은 물론, 이혼소송 1심에서도 전혀 거론되지 않은 사항이 기본적인 증거도 없이 노 관장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기돼 황당하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약속어음이란 ‘주겠다는 약속’이지 ‘받았다는 증거’가 아니므로 노 관장 측 주장은 비약이 있다”며 돈을 받은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라 단지 주겠다고만 발행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6共 정권에 제공하던 시절임을 고려하면 상납 요구를 받은 끝에 사돈 기업으로서 당장 현금을 건네는 것에 부담을 느껴 정권 말에 형식적으로 써준 어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당시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선경은 30억 원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만약 300억 원이 결혼 ‘지참금’ 성격으로 제공된 것이라면 이에 대해 사돈 간에 약속어음을 발행한 것부터 비정상적이며, 비자금 보관 목적의 ‘대여금’이라면 어음이 아닌 ‘차용증’을 받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소영 측 ‘추징금 납부 위해 SK 측에 어음 일부 사용’ 주장

    노 관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2012년 추징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SK그룹 측에 100억 원을 마련해달라고 타진하면서 50억 원 어음 2장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시기에 노 전 대통령 일가는 남은 추징금 납부 문제를 놓고 노 전 대통령의 동생인 노재우 씨,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과 민·형사 소송을 벌였으며 2013년 9월 재우 씨와 신 전 회장이 잔여 추징금을 나누어 대납키로 할 때까지 별도로 추가 반환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되었다는 어음과 해당 자금의 행방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주간동아는 노 관장 측 입장을 듣기 위해 3월 18일 전화나 문자 등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대중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 인상을 심어주었지만 기업 총수 부인 등과 활발한 접촉을 가졌다는 말이 재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5·6공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당시 일부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안방 비자금’, ‘김옥숙 비자금’이 따로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실제 당시 민주당 비자금 진상조사위원회는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김 여사가 별도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2005년에는 약 12억 원이 입금된 김 여사 명의의 예금계좌 2개가 발견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의해 추징되기도 했다. 김 여사는 가족들이 별도로 관리해오던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다만, 비자금 여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계속되자 김 여사는 “정 그렇다면 가져가라”며 납부 의사를 밝혔고, 당시 검찰은 “비자금이라는 강한 의심이 있지만 추징에 응한 이상 자금 출처는 따로 조사하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왼쪽)과 부인 김옥숙 여사. [동아DB]

    노태우 전 대통령(왼쪽)과 부인 김옥숙 여사. [동아DB]

    비자금 문제에 거론되는 김옥숙 여사

    이후 김 여사는 비자금 추징을 놓고 친인척과 벌인 소송전에서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김 여사는 맡겨놓은 비자금을 돌려달라며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였다. 이에 대해 친인척들은 노 전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집행하지 않으면서 친인척 재산을 먼저 내놓으라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소유 부동산이나 운전기사 명의 차명계좌 등이 다수 폭로되며 친인척 간 이전투구가 심화됐다. 특히 2009년에는 노 전 대통령이 동생 재우 씨와 조카 호준 씨를 상대로 비자금으로 설립한 회사를 내놓으라며 낸 소송에 김옥숙 여사가 직접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 민·형사 소송 법정에 출석한 첫 사례였다. 또 2013년 김 여사는 검찰에 “친인척에게 차명으로 맡겼던 비자금을 국가가 환수해주면 미납 추징금 231억 원을 모두 납부하겠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만약 노소영 관장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오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이 추가로 존재하고 ‘과소 추징’된 것으로 볼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노 관장 측이 항소심 막바지에 이르러 부친의 비자금까지 소환하는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라며 “정확한 증빙이 없다면 법정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외 여론전을 벌이는 것으로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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