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기존 중국 중심 공급망을 재편해 한국 기업과 협력을 늘리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ESS·FSD 핵심 파트너로
테슬라와 한국 기업의 협력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배터리다. 그동안 테슬라는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부과로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배터리 동맹의 특징은 EV뿐 아니라, ESS 시장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다.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과 화재 안정성이 높아 ESS 시장에서 주력 제품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테슬라와 43억 달러(약 6조6000억 원)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5년간 유럽에서 팔린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의 75% 이상을 공급했다. 같은 기간 CATL의 공급 비중은 24% 미만이었다. 삼성SDI 역시 올해 초 테슬라로 추정되는 고객사와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부터 3년간 매년 10GW씩 총 30GW 규모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사실상 핵심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협력이 차량을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로까지 확장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해 하반기, LG이노텍은 내년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로봇용 핵심 부품 양산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테슬라의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V3’ 부품 공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2분기에는 신규 로보택시용, 하반기에는 휴머노이드용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레이더 등을 하나로 통합한 복합 센싱 모듈을 개발해 휴머노이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유명 휴머노이드 고객사 대부분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기가팩토리 공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테슬라 유튜브 캡처
옵티머스가 여는 새로운 기회
디스플레이 역시 테슬라가 한국 기업과 협력 전선을 구축하는 분야다. 테슬라 차량은 별도 계기판 대신 대형 중앙 터치스크린을 중심으로 설계돼 디스플레이 품질이 중요하다. LG디스플레이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테슬라 플래그십 차량용 OLED와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최근 디스플레이 협력의 새로운 축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다. 지난해 하반기 테슬라 공급망에 진입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옵티머스용 OLED 공급 후보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자율주행 칩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8인치 OLED 공급도 함께 논의됐다. 차세대 옵티머스 Gen3에는 얼굴(머리) 부위에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외부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데, 업계에서는 해당 OLED 패널 공급을 삼성디스플레이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옵티머스 생산이 본격화할수록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옵티머스 양산은 하반기로 예상되는데 공급망 규모가 커질수록 중국 중심 공급망이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액추에이터와 손 관련 부품은 테슬라가 직접 통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차량과 에너지 사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규모가 커질수록 지정학적 관점의 공급망 디리스킹(de-risking)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최근 2년간 역성장했지만, 올해는 8%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회복과 ESS 증설은 K-배터리에 이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국내 업체들이 미국 ESS용 배터리 공급을 확정한 상태이며 양극재와 전해액, 첨가제, 전지박 등 소재 분야에서도 테슬라향 물량 증가가 확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티빙 개인정보 유출 피해 1953만 명… 역대 4번째 규모
“하자가 사라지는 순간 집값은 올라”… ‘1주택 유목민’의 성공 방정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