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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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이 극찬한 메타 ‘오라이언’ 스마트 안경

가벼운 뿔테 안경… 착용 후 외국어 보면 AI가 번역해 음성으로 알려줘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4-10-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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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메타가 공개한 오라이언을 비롯해 가볍고 투명한 형태의 AR(증강현실) 안경이 개발되면서 육중한 헤드셋보다 일상에서 활용도가 더욱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 안경은 3D(3차원) 이미지와 홀로그램을 투사하는 시각 효과 외에 AI(인공지능) 기능도 탑재돼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스마트 안경이 AR 안경을 넘어 AI 안경으로 거듭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대체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오라이언, 풀 홀로그램 AR 안경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메타의 AR(증강현실) 안경 오라이언을 직접 테스트한 뒤 극찬했다. [메타 제공]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메타의 AR(증강현실) 안경 오라이언을 직접 테스트한 뒤 극찬했다. [메타 제공]

    9월 25일 메타는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에서 AR 안경 시제품 ‘오라이언(Orion)’을 공개했다. 오라이언은 투명한 안경테를 통해 가상의 시각적 정보를 현실세계에 중첩해 보여주는 풀 홀로그램 AR 안경이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오라이언의 기능을 보여주기 전 실리콘밸리 종사자, 미디어 관계자, 올림픽 선수 등 유명 인사들이 이 안경을 직접 착용한 후 보인 반응을 담은 영상을 상영했다. 그중 한 명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영상에서 제품을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황 CEO는 “안경 무게가 100g이라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추적 성능이 뛰어나고 밝기와 색상 대비, 시야 확보도 탁월하다”고 사용 소감을 전했다.

    메타가 개발한 AR 안경 오라이언. [메타 제공]

    메타가 개발한 AR 안경 오라이언. [메타 제공]

    오라이언은 애플 ‘비전프로’나 메타 ‘퀘스트’ 같은 헤드셋 형태를 탈피한 뿔테 안경으로 무게도 98g에 불과하다. 안경테는 무게를 줄이고 열을 고르게 분산하기 위해 마그네슘으로 제작했으며, 렌즈는 무게와 내구성, 굴절률에 강점을 지닌 실리콘 카바이드(탄화규소)로 만들었다. 오라이언은 70도를 지원하는 넓은 시야에 디지털 그래픽이 나타나 렌즈 너머로 보이는 현실세계에 3D 홀로그램을 입히는 방식이다. 이런 메커니즘은 외부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에게 주변 세계를 보여주는 ‘패스 스루’ 기술과는 다르다. 안경다리에 탑재된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프로젝터가 렌즈를 통해 빛을 반사시켜 눈앞에 입체 영상을 만드는 새로운 종류의 광학적 디스플레이 아키텍처를 도입한 결과다. 안경테에 내장된 카메라 7개는 가상 객체를 실제 공간에 고정하고 눈 추적을 지원한다.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능은 오라이언의 핵심 인터페이스인 ‘신경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오라이언은 사용자의 눈과 손 추적을 통한 신경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뉴럴링크처럼 뇌신경 인터페이스를 구현하지만, 뇌에 칩을 삽입할 필요가 없다. 핏빗(Fitbit) 같은 밴드형 근전도(EMG) 장치를 손목에 착용하고 손을 움직이면 제스처가 인식된다. 이와 함께 휴대전화 배터리 팩처럼 생긴 무선 장치가 구성돼 있다. 안경을 작동하는 데 별도의 휴대전화나 PC(개인용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지만, 무선 장치와 3.6m 넘게 떨어져 있으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번역, 검색 가능한 AI 챗봇 탑재

    인공지능(AI) 기능을 지원하는 레이밴 메타. [메타 제공]

    인공지능(AI) 기능을 지원하는 레이밴 메타. [메타 제공]

    메타는 이날 행사에서 신제품 ‘퀘스트 3S’를 함께 발표했다.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는 대표적인 VR 헤드셋으로 수백만 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퀘스트 3S는 ‘퀘스트 3’보다 200달러 저렴한 299달러(약 40만 원)에 판매되는 보급형 모델이다. 오라이언은 퀘스트의 시각적 효과에 AI 기능이 더해져 구현됐다. 오라이언은 메타 AI를 지원함으로써 마치 스마트 안경에 챗GPT가 탑재된 것처럼 주변 세계를 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라이언을 착용하고 냉장고를 보면서 “이걸로 어떤 요리를 만들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 내장된 AI 어시스턴트가 시야에 나타난 재료들을 보고 레시피를 알려주는 식이다. 메타 AI에는 메타가 자체 개발한 AI 챗봇이 탑재됐다. 이 AI 챗봇은 4월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메신저 등 메타의 애플리케이션(앱)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메타에 따르면 매달 4억 명 이상이 메타 AI를 사용하며, 이 중 1억8500만 명이 매주 쓰고 있다.

    오라이언을 착용하면 나타나는 시야.

    오라이언을 착용하면 나타나는 시야.

    ‌메타는 오라이언에 앞서 지난해 말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협력해 AI 기능을 지원하는 ‘레이밴 메타(Ray-Ban Meta)’를 출시했다. 가격은 299달러부터다. 내장 카메라와 스피커가 장착돼 있으며 별도의 디스플레이 장치가 없는 투명한 안경이나 선글라스 형태다. 안경을 쓰고 외국어 표지판을 보면 AI가 이를 번역해 사용자 귀에 음성으로 알려준다. 카메라로 QR코드를 스캔하거나 책 제목 같은 정보를 추출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이동 중 건물 정보 또는 경로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면 바로 응답해준다.

    오라이언이 공개된 이번 행사에서 레이밴 메타의 새로운 기능들도 발표됐다. 그중 하나는 사물을 기억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주차 공간의 번호를 보고 주차한 곳을 기억하라는 명령을 하면 나중에 주차 공간 번호를 알려준다. 이처럼 AI는 식료품 목록이나 이벤트 날짜, 전화번호 등 여러 가지 기억해야 할 정보들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저커버그 CEO는 이번 행사에서 오라이언을 소개하며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안경”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약 10년 전부터 AR, VR(가상현실) 기술에 투자하며 스마트폰을 대체할 AI 기기로 스마트 안경을 밀고 있다. 이 기술이 결국 컴퓨터그래픽과 정보를 현실세계에 덧입히는 가볍고 투명한 안경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어왔다. 스마트폰의 탄생과 모바일 플랫폼의 전환으로 페이스북이 하나의 앱으로 종속된 상황을 또다시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라이언은 스마트폰과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기기로 ‘얼굴에 쓰는 컴퓨터’를 지향하는 제품이다. 오라이언을 착용한 채 전 세계 친구들의 디지털 아바타를 보면서 마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이런 미래를 그리는 건 비단 메타만이 아니다. 최근 많은 업체가 AR·AI 안경 개발에 관심을 갖고 개발하고 있다.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2016년부터 개발해온 독립형 AR 안경 ‘AR 스펙터클’을 만들었다. 최근 공개된 5세대 모델은 오픈AI와 협력한 생성 AI 렌즈 앱을 탑재했다. 손 제스처로 브라우저와 다양한 앱을 실행할 수 있는 ‘스냅 OS’를 지원하며, 선글라스처럼 자동으로 어두워지는 렌즈를 탑재해 밝은 낮에도 시각적 효과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브릴리언트랩의 스마트 안경 ‘프레임’. [브릴리언트랩 제공]

    브릴리언트랩의 스마트 안경 ‘프레임’. [브릴리언트랩 제공]

    ‌싱가포르 스타트업 브릴리언트랩 또한 오픈소스로 개발한 스마트 안경 ‘프레임’을 349달러(약 46만 원)에 출시했다. 투명한 렌즈를 통해 AI 번역, 웹 검색, 시각적 분석을 모두 처리하고 볼 수 있다. 랜드마크를 식별하거나 상품을 검색하고, 음식의 영양 정보를 찾는 등 눈앞에 보이는 장면의 추가 정보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이 제품은 자사 앱 ‘Noa’를 통해 AI 어시스턴트를 지원한다.

    2027년 출시 목표, 가격 조정이 관건

    저커버그 CEO는 “지금으로선 오라이언을 타임머신이라고 생각하는 게 적합하다”며 “이 안경을 통해 꽤 흥미진진할 만한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라이언은 아직 시제품에 불과해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당분간 메타 내부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등 세부적인 조정을 거쳐 2027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 CEO가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면서 가장 주력한 것은 육중한 헤드셋 형태에서 탈피다. 헤드셋에 케이블이 연결돼 있어서는 안 되고, 무게도 100g 이하를 고집했다. 또한 넓은 시야와 밝은 디스플레이, 영화관 같은 큰 화면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2021년부터 AR 안경을 개발해온 코드명 ‘프로젝트 나자레’의 시제품으로 오라이언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퀘스트 시리즈는 경쟁사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수백만 대가 판매돼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지만, 아직까지 문화 현상이나 소프트웨어 생태계 속에 자리 잡았다고 보기 힘들다. VR 개발자들은 애플이 비전프로를 출시함으로써 새로운 앱과 사용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예상보다 훨씬 적은 100만 대 미만이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헤드셋 형태의 기기는 시야를 가리는 불편한 착용감과 무게 때문에 일상에서 활용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격이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메타는 2020년 이후 스마트 안경 개발에만 500억 달러(약 66조 원) 이상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라이언에 들어가는 값비싼 자재들로 인해 부품 단가를 맞춰야 하는 문제도 있다. IT(정보기술) 전문 리서치 업체 프레스터 리서치의 마이크 프루 디렉터는 블로그를 통해 “스마트 안경은 ‘안경’이라는 친숙한 폼팩터에 컴퓨팅 파워를 직접 넣는 형태”라며 “오라이언은 VR 헤드셋이 극복하지 못한 많은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미래 3D 컴퓨팅 플랫폼을 꽤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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