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즉시연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즉시연금이란 목돈을 넣고 다달이 일정금액을 생활비로 받아 쓰는 금융상품이다. 통상 금융기관에서 판매하는 연금상품은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거나 거치한 다음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반면 즉시연금에 가입하면 바로 다음 달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별다른 준비 없이 정년을 맞은 은퇴자에게 인기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즉시연금 가입자가 급증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08년 3306억 원이던 즉시연금 수입보험료가 매년 2배 가까이 증가해 2011년 2조3798억 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즉시연금이 서민의 노후안정자금이 아닌, 부자의 자산관리 수단으로 더 많이 활용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즉시연금에 가입해 매달 원하는 만큼의 생활비를 타 쓰려면 1억~2억 원으로는 턱도 없다. 현재 금리 수준에서 원금을 깨지 않고 다달이 이자만 받는 상속형 즉시연금에 1억 원을 납부하면 매달 35만 원 정도를 연금으로 받는다. 그러니 월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최소 5억~6억 원은 필요한 셈이다.
우리나라 50대 가구의 가계순자산은 평균 3억2000만 원이고, 60세 이상 고령가구의 경우 2억7000만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즉시연금에 한꺼번에 5억~6억 원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서민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즉시연금 가입자 중 상당수가 부유층인 것도 이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3개 보험사의 즉시연금에 5억 원이 넘는 목돈을 맡긴 사람은 370명. 이들이 즉시연금에 넣은 돈은 3500억 원으로 즉시연금 가입 총액의 3분의 1이 넘는다.
비과세에 금액 제한도 없어
부자들이 뭉칫돈을 즉시연금에 밀어 넣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소득세법은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인 저축성보험의 차익은 이자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여기서 보험차익이란 보험계약이 만기가 되거나 중도해지할 때 돌려받는 환급금에서 납부한 보험료를 뺀 것으로, 보험에 가입해 얻은 수익이라고 보면 된다. 즉시연금도 여기에 해당돼 비과세혜택이 있다. 더욱이 즉시연금은 이자나 배당소득이 4000만 원이 넘을 경우 해당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시중 예금금리가 4%라고 가정하고 은행 정기예금에 10억 원 이상을 넣어두면 이자소득이 4000만 원을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4000만 원 이상의 이자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과세하는 것이다. 상당수 부유층은 이미 다른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이 있어 최고 세율(38%)을 적용받기 때문에 그만큼 세후 소득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30억 원을 세후 4% 정기예금에 예치하면 1년 이자소득이 1억2000만 원인데, 그중 4000만 원을 제외한 8000만 원에 대해 다른 소득과 합산해 과세하는 것이다.
그런데 즉시연금은 이자소득세도 없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해당하지 않으니 부유층에겐 여러모로 이득이다. 게다가 다른 비과세 금융상품 대부분이 가입금액을 제한하는 데 반해, 즉시연금은 이러한 제한도 없다. 부유층이 거액 자금을 관리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병원건물을 매각해 현금 50억 원이 생긴 안정준(65) 씨는 이 같은 장점에 끌려 30억 원을 상속형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안씨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이 돈을 즉시연금에 넣어두면 세후 수익이 훨씬 많다”며 “즉시연금에서 다달이 1000만 원 남짓 나오는데 이를 생활비로 쓰고, 원금은 내가 죽었을 때 자녀들이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하면 된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내년 과세 가능성, 변동금리도 감안해야
즉시연금이 노후소득 마련이라는 본연의 목적과는 달리 고소득층의 조세 회피 수단으로 전락하자, 부유층에 지나친 세제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과세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급기야 2012년 세법개정안에서는 보험상품에 대해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이라 하더라도 10년 이내 납부한 보험료나 수익에서 일부를 중도인출할 경우 이자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가입 즉시 연금을 수령하는 즉시연금은 이자소득세를 납부해야 할 뿐 아니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부유층으로선 굳이 10년 동안 자금을 묶어두면서 즉시연금에 가입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이 밖에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조세 형평을 구현하려는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먼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4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인하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 대상자가 4만9000명 정도인데, 내년부터 기준 금액을 인하하면 대상자가 4만~5만 명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유층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려고 많이 활용했던 채권과세제도도 정비했다. 지금까지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권은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그 이자와 할인액에 대해 30% 분리 과세가 가능했는데, 내년부터는 3년 이상 보유 후 발생한 이자와 할인액에 대해서만 분리과세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물가연동채권의 원금 상승 부분에도 과세하기로 했다. 물가연동채권은 표면이자율이 낮은 대신 물가가 상승한 만큼 원금 가치가 상승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까지는 원금 상승 부분을 자본차익으로 보고 과세하지 않았다.
이 같은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되면, 부유층은 발등에 불 떨어지는 상황을 맞는 셈이다. 뭉칫돈을 가진 부자들이 서둘러 즉시연금에 가입하려는 것도 올해 안에 가입해야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일선 금융기관의 즉시연금 판매량을 살펴보면 이전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남들이 가입한다고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다. 즉시연금 상품은 변동금리 상품이기 때문에 가입한 다음 금리가 떨어지면 다달이 받는 연금도 줄어든다. 보험사는 1개월 단위로 즉시연금에 적용하는 이율을 변경하는데, 이율이 떨어지면 연금수령액도 달라진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더욱이 즉시연금은 한 번 가입하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평생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넉넉지 않은 중산층은 가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즉시연금이 서민의 노후안정자금이 아닌, 부자의 자산관리 수단으로 더 많이 활용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즉시연금에 가입해 매달 원하는 만큼의 생활비를 타 쓰려면 1억~2억 원으로는 턱도 없다. 현재 금리 수준에서 원금을 깨지 않고 다달이 이자만 받는 상속형 즉시연금에 1억 원을 납부하면 매달 35만 원 정도를 연금으로 받는다. 그러니 월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최소 5억~6억 원은 필요한 셈이다.
우리나라 50대 가구의 가계순자산은 평균 3억2000만 원이고, 60세 이상 고령가구의 경우 2억7000만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즉시연금에 한꺼번에 5억~6억 원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서민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즉시연금 가입자 중 상당수가 부유층인 것도 이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3개 보험사의 즉시연금에 5억 원이 넘는 목돈을 맡긴 사람은 370명. 이들이 즉시연금에 넣은 돈은 3500억 원으로 즉시연금 가입 총액의 3분의 1이 넘는다.
비과세에 금액 제한도 없어
부자들이 뭉칫돈을 즉시연금에 밀어 넣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소득세법은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인 저축성보험의 차익은 이자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여기서 보험차익이란 보험계약이 만기가 되거나 중도해지할 때 돌려받는 환급금에서 납부한 보험료를 뺀 것으로, 보험에 가입해 얻은 수익이라고 보면 된다. 즉시연금도 여기에 해당돼 비과세혜택이 있다. 더욱이 즉시연금은 이자나 배당소득이 4000만 원이 넘을 경우 해당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시중 예금금리가 4%라고 가정하고 은행 정기예금에 10억 원 이상을 넣어두면 이자소득이 4000만 원을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4000만 원 이상의 이자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과세하는 것이다. 상당수 부유층은 이미 다른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이 있어 최고 세율(38%)을 적용받기 때문에 그만큼 세후 소득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30억 원을 세후 4% 정기예금에 예치하면 1년 이자소득이 1억2000만 원인데, 그중 4000만 원을 제외한 8000만 원에 대해 다른 소득과 합산해 과세하는 것이다.
그런데 즉시연금은 이자소득세도 없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해당하지 않으니 부유층에겐 여러모로 이득이다. 게다가 다른 비과세 금융상품 대부분이 가입금액을 제한하는 데 반해, 즉시연금은 이러한 제한도 없다. 부유층이 거액 자금을 관리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병원건물을 매각해 현금 50억 원이 생긴 안정준(65) 씨는 이 같은 장점에 끌려 30억 원을 상속형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안씨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이 돈을 즉시연금에 넣어두면 세후 수익이 훨씬 많다”며 “즉시연금에서 다달이 1000만 원 남짓 나오는데 이를 생활비로 쓰고, 원금은 내가 죽었을 때 자녀들이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하면 된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내년 과세 가능성, 변동금리도 감안해야
즉시연금이 노후소득 마련이라는 본연의 목적과는 달리 고소득층의 조세 회피 수단으로 전락하자, 부유층에 지나친 세제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과세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급기야 2012년 세법개정안에서는 보험상품에 대해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이라 하더라도 10년 이내 납부한 보험료나 수익에서 일부를 중도인출할 경우 이자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가입 즉시 연금을 수령하는 즉시연금은 이자소득세를 납부해야 할 뿐 아니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부유층으로선 굳이 10년 동안 자금을 묶어두면서 즉시연금에 가입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이 밖에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조세 형평을 구현하려는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먼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4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인하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 대상자가 4만9000명 정도인데, 내년부터 기준 금액을 인하하면 대상자가 4만~5만 명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유층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려고 많이 활용했던 채권과세제도도 정비했다. 지금까지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권은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그 이자와 할인액에 대해 30% 분리 과세가 가능했는데, 내년부터는 3년 이상 보유 후 발생한 이자와 할인액에 대해서만 분리과세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물가연동채권의 원금 상승 부분에도 과세하기로 했다. 물가연동채권은 표면이자율이 낮은 대신 물가가 상승한 만큼 원금 가치가 상승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까지는 원금 상승 부분을 자본차익으로 보고 과세하지 않았다.
이 같은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되면, 부유층은 발등에 불 떨어지는 상황을 맞는 셈이다. 뭉칫돈을 가진 부자들이 서둘러 즉시연금에 가입하려는 것도 올해 안에 가입해야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일선 금융기관의 즉시연금 판매량을 살펴보면 이전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남들이 가입한다고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다. 즉시연금 상품은 변동금리 상품이기 때문에 가입한 다음 금리가 떨어지면 다달이 받는 연금도 줄어든다. 보험사는 1개월 단위로 즉시연금에 적용하는 이율을 변경하는데, 이율이 떨어지면 연금수령액도 달라진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더욱이 즉시연금은 한 번 가입하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평생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넉넉지 않은 중산층은 가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