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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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미 ‘물씬’ 탐나는 오픈카

메르세데스 벤츠 뉴 SLK 200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입력2012-07-16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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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미 ‘물씬’ 탐나는 오픈카
    7월 첫째 주말, 낮에는 햇볕이 뜨거워 도저히 못 하고 해가 넘어간 밤이 돼서야 ‘차의 뚜껑(지붕)을 열고’ 도로를 달렸다. 뜨거운 도심 밤공기를 피해 산악도로를 10여 분 달리자 어느새 뜨거웠던 몸 열기가 식어 가슴속까지 시원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장마철까지 있는 한국에서 지붕이 열리는 오픈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교통체증이 심한 서울 같은 도심에서는 매연에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까지 더해져 오픈카를 탈 기회는 더욱 드물 수밖에 없다. 조건이 이런데도 최근 한국 도로에서 지붕이 열리는 차를 많이 볼 수 있다. 차를 더는 이동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즐기는 도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오픈카 중에서도 운전자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로드스터(Roadster)다. 로드스터는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자동차로, 일반적으로 차문 2개에 차체 높이가 낮은 지붕 개폐형 2인승 스포츠카를 지칭한다.

    #볼륨 강조해 역동적인 3세대 SLK

    국내에서 팔리는 로드스터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벤츠)의 ‘뉴 SLK 200 블루이피션시’를 만났다. SLK는 독일어로 ‘스포티(Sportich)하고 경쾌하며(Leicht) 작다(Kurz)’는 의미로, 간단하게 경량의 소형 로드스터를 지칭한다. 벤츠는 1996년 SLK 1세대를 처음 선보인 뒤 2004년 2세대를 출시했다. 이후 7년 만인 2011년 가을 3세대를 출시했고, 국내엔 올해 1월에 들여와 한 달 평균 60대를 팔고 있다. 경쟁 모델이 많아야 20대가량 파는 것과 비교하면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3세대 SLK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기다란 보닛에 콤팩트한 실내, 짧은 후면의 전통적인 로드스터 모습을 그대로 따랐음에도 볼륨을 강조해 더 역동적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수직으로 세우고 크기도 키워 남성미를 더했다. LED 헤드램프는 장식을 피하고 단순한 느낌의 전설적인 1950년대 로드스터 190 SL을 계승했다. 덩치를 키웠음에도 공기저항계수는 0.3Cd로 기존 모델(0.32Cd)보다 향상됐다. 유려한 디자인 덕분이다.

    실내는 4분할한 원형 송풍구 4개와 스포티한 메탈, 가죽 버킷시트 등 벤츠가 만든 스포츠카 패밀리룩을 그대로 따랐다. 스티어링 휠은 ‘D’자형으로 설계하고 운전자가 주로 잡는 3시와 9시 방향을 두툼하게 만들어 조작을 편리하게 했다. 시트는 태양열 반사 가죽을 씌워 장시간 지붕을 연 채 주행해도 뜨겁지 않고 쾌적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수납공간이 적은 것은 불편했다. 보통 2인승 차량이 좌석 뒷부분에 약간의 화물공간을 두는 것과 달리 SLK는 공간이 부족해 외투나 작은 사물을 놓아둘 곳조차 없다. 지갑이나 조그만 손가방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트렁크에 넣어야 한다. 다행히 트렁크는 동급 경쟁차보다 넓은 편이다. 평소 지붕을 닫고 다닐 때는 세단 수준은 아니어도 어지간한 화물을 실을 정도의 공간이 있고, 지붕을 넣은 상태에서도 약간의 공간(225ℓ)이 나온다.

    #정확한 핸들링에 배기음도 만족

    신형에는 벤츠의 최신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다. 가변식 밸브 타이밍과 터보차저의 1.8ℓ4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5kg·m의 힘을 발휘한다.

    3.5ℓ인 이전 모델 ‘SLK 350’보다 배기량이 절반 가까이 줄고, 최고출력도 121마력이나 감소했지만 묵직한 힘은 여전했다. 커브길에서 제어능력도 뛰어났다. 구불구불한 산악도로에서 차를 거칠게 몰아붙였으나, 방향 변경을 돕는 다이렉트 스티어 시스템과 주행 및 도로 상황에 맞춰 민첩하게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다이렉트 컨트롤 서스펜션 덕에 오차 없이 정확하게 움직였다.

    산악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고속도로에 오르자마자 속도를 높여봤다. 순식간에 150km/h를 넘겼지만 흔들림이 거의 없고 안정적이었다. 가속페달을 좀 더 밟자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속도에 따라 점점 커지는 배기음도 충분히 즐길 만했다. 차량이 고속에서 스스로를 충분히 제어하고 안정적이라는 것은 일상 속도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시승할 때 한 번씩 초고속 영역으로 주행해보는 것도 이런 점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정지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0초, 최고안전속도는 237km/h이다.

    남성미 ‘물씬’ 탐나는 오픈카
    #오픈카 즐기려면 최고속도 130km/h가 적당

    오픈카의 지붕을 열고 주행할 때 어느 정도 속도가 적합할까. 물론 각오한다면 최고속도까지 달릴 수 있겠지만, 경험상 120km/h 내외가 아닐까 싶다. 뉴 SLK도 직접 달려보니 130km/h 이하가 적당했다. 그 이상 속도를 높이면 바람 때문에 운전에 집중하기 힘들고 시야가 좁아지며, 소음 또한 커져 운전을 방해했다. 더 높은 속도를 즐기려면 지붕을 닫는 것이 좋다. 뉴 SLK의 지붕을 열거나 닫을 때 걸리는 시간은 20초다.

    뉴 SLK에는 한 단계 더 진화한 자동 7단 변속기(7G-TRONIC PLUS)를 탑재했다. 이미 E클래스나 S클래스를 통해 입증된 변속기는 운전자가 기어 변속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주행모드는 노멀(D), 스포츠(S), 수동(M)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운전을 제대로 즐기기에 노멀은 반 박자 늦은 느낌이 들어 스포츠 주행이 적당했다.

    #차가운 바람은 에어스카프와 에어가이드로 막아

    뉴 SLK는 추운 날씨에도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도록 몇 가지 장치를 추가했다. 먼저 에어스카프는 시트 목 부분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난방장치로, 마치 두툼한 스카프를 두른 듯 어깨와 목 주위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헤드레스트 뒤쪽에 부착한 에어가이드는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을 막아주는 동시에 소음도 감소시켜 쾌적한 주행을 돕는다. 공인연비는 11.8km/h로 스포츠카치고는 나쁘지 않다.

    국내 판매가격은 6750만 원이다. 일반 가정에서 세컨드 차로 즐기기엔 만만치 않은 수준이지만, 국내에 수입한 전체 벤츠 모델 가운데 여덟 번째로 잘 팔린다.

    남성미 ‘물씬’ 탐나는 오픈카

    뉴 SLK 200의 실내는 4분할 원형 송풍구 등 벤츠 스포츠카 패밀리룩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왼쪽). 고속주행 시 운전자를 잡아주는 가죽 버킷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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