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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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확 올려 구멍 난 곳간 메우자?

복지부 금연 명분 ‘1000원 인상’ 논란 계속 … 稅收에 민감한 재경·행자부 ‘헛기침’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3-06-25 1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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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뱃값 확 올려 구멍 난 곳간 메우자?

    담뱃값 1000원 인상 효과에 대한 각 부처의 이견으로 가격 인상 논의가 한 달 넘게 표류하고 있다.

    김화중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장관의 ‘담뱃값 1000원 인상’ 발언으로 촉발된 담뱃값 인상 논쟁이 한 달이 다 되도록 계속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대폭 줄여나가겠다는 복지부와 물가 인상 및 담배 소비 감소로 인한 세수 감소를 들어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 및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의 이견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6월16일 복지부를 포함해 재경부 행자부 기획예산처 환경부 실무자 등이 참여해 실무협의를 했으나 부처간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추가 협의는 아직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주장대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하 건강부담금)을 현행 150원에서 1150원으로 인상해 담뱃값을 올렸을 경우 담배 소비가 얼마나 줄어들고 금연 인구가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한 명확한 통계치가 없다 보니, 부처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논란만 있을 뿐이다.

    복지부는 3년 전인 2000년 통계청이 집계한 도시가계지출 통계를 근거로 담뱃값이 100% 오르면 흡연 인구가 20%는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격 인상 소비 감소 예측 어려워

    그러나 재경부나 행자부 등 다른 부처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담배 수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이 예고되면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뿐 아니라 담뱃값 인상의 효과 역시 기껏해야 5∼6개월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담배 소비자 운동단체에서는 “과거 택시값이 오를 때마다 택시 이용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국 그대로이지 않았느냐”면서 가격 인상을 통한 담배 소비 억제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피울 사람은 다 피우는데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피해만 서민층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담뱃값 인상이 실제 담배 소비 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내의 유일한 연구결과는 2000년 8월 충북대 의대 강종원 교수팀의 설문조사 결과다. 강교수 팀은 당시 15세 이상 성인남자 1026명을 대상으로 담뱃값과 금연율에 관한 전화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담뱃값이 3000원으로 오른다면(당시 담뱃값은 1200원 수준) 담배를 끊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조사대상자의 44% 정도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설문조사에서 ‘담배를 끊겠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도 실제로 담배를 끊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외국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강교수에 따르면 ‘담배를 끊겠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 실제로 금연을 실천하는 사람은 2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가 갖는 함정도 있다. 응답자들이 자신의 답변이 담뱃값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면 담뱃값 인상을 방해하기 위해 ‘담뱃값이 오르면 끊어버리겠다’고 답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 조사를 실시했던 강교수도 적어도 담뱃값을 5000원 정도 수준으로 높이지 않는 한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담배가격을 올려 담배 소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담배 판매를 수입원으로 하는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KT&G에서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담뱃값 인상에 따른 수요의 가격탄력도가 0.14라고 밝히고 있다. 가격탄력도란 담뱃값 인상이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 즉 담뱃값을 10% 올리면 담배 소비가 1.4% 감소한다는 의미다. 복지부의 주장대로 담뱃값을 2000원에서 3000원으로 50% 올릴 경우 담배 수요가 7%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수치 역시 정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KT&G 황인선 기획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담뱃값 변수뿐만 아니라 지난해의 경우 이주일 신드롬, 언론의 금연 캠페인 등 담배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너무 많아 이를 제대로 추정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KT&G는 최근 들어서야 사내 연구소를 중심으로 담배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담배가격 등 각종 변수들에 대한 정밀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게다가 당장 담배 소비가 줄어들면 지방세 세수 위축으로 곤란을 겪게 될 행자부는 아예 이번 기회를 세수 증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담배 판매가 감소하게 되면 덩달아 줄어드는 지방세 세수를 보전할 방법을 마련하기 전에는 담뱃값 인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행자부 지방세제담당관실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폭을 먼저 결정하고 건강부담금, 담배소비세, 연초생산안정기금 등을 각각 얼마나 올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복지부는 내심 건강부담금을 올려 구멍 난 건강보험 재정을 메워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상자기사 참조). 한마디로 각 부처가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빠져 있는 것이다.

    포기할 수 없는 ‘안정적 세원’

    행자부가 담뱃값 인상 논의를 계기로 지방세 세수 확보에 나서려는 것은 결국 각 부처가 관리하는 예산에서 담뱃값이 포함된 각종 세금 및 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01년 담배 판매를 통해 거둬들인 지방세는 모두 2조5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같은 해 지방세 총세수 규모는 26조6648억원. 지방세 총세수 중 담배소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육박하는 것이다. 특히 담배소비세는 자동차세나 취득세 같은 다른 지방세와 달리 부과 고지나 독촉 등이 필요 없이 담배 판매량에 따라 자동으로 꼬박꼬박 거둬들일 수 있는 ‘안정적’ 수익원이라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세원 중 하나다.

    결국 복지부와 재경부, 행자부 등 담뱃값 유관 부처들은 김장관의 ‘담뱃값 인상’ 발언을 계기로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셈이다. 연세대 이규식 교수(보건행정학)는 “담뱃값 인상 논란이 흡연 인구를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세수 등 다른 목적에서 추진된다면 국민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간에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담뱃값 방정식’은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목표는 간단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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