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에서 번 큰돈, 실력일까 운일까

[돈의 심리] 초보 투자자가 돈 버는 일 흔해… 진짜 실력은 하락장에서 판명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6-01-25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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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증시가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주식으로 수익을 올렸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만난다. 삼성전자 주식으로 적잖은 돈을 벌었다는 사람, SK하이닉스 선물 거래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 한국 주식에 대한 해외 레버리지 상품을 매수해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자신의 수익을 적극 얘기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주식시장에 들어온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주식 초보자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다 보니, 스스로 주식에 재능이 있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흔하다. 자신이 주가 흐름을 제대로 읽고 판단했다고 믿는다.

    가끔 자신의 수익률을 알려주면서 내게 의견을 구하는 사람을 만난다. 대답이 쉽지 않다. 주식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큰 수익을 얻었을 때 뭐라고 말해주는 게 맞을까.

    주식 상승장에서 번 돈은 실력보다 운이 좋아서 일 확률이 높다. GETTYIMAGES

    주식 상승장에서 번 돈은 실력보다 운이 좋아서 일 확률이 높다. GETTYIMAGES

    축구를 막 시작한 사람이 정식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면 재능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올린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면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격려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처음 카지노에 갔는데 돈을 딴 경우는 어떨까. 카지노에 재능이 있으니 계속하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다른 분야에서는 초보자의 성과가 재능으로 해석되지만, 도박은 영역이 다르다. 도박을 하면 50%는 딴다.

    주식도 구조적으로 보면 오르거나 내리거나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가진 세계다. 주식시장에 처음 들어온 사람도 일정 확률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때 성과는 실력보다 운이 좋은 것으로 봐야 한다. 지금은 수익을 얻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손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초보의 수익은 재능이 아니다

    많은 투자자가 돈을 잃으면 시장을 떠난다. 이때 장을 떠나지 않고 주식을 계속하면 다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 투자자로서 경험이 쌓이고, 비로소 주식 투자의 특성을 이해하게 된다.

    “지금은 큰 수익을 얻었지만, 조금만 있으면 돈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번 돈을 거의 다 잃을 수 있고,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잃기도 한다.” 이런 얘기를 지금 수익을 내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말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방은 자신이 투자를 잘한다고 믿고, 그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하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기엔 조심스러운 지점이 많다.

    일부는 “단 한 번이 아니라, 몇 달 동안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고 반박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여러 차례 투자 판단이 맞았고, 그 결과 수익이 이어지고 있다면 실력이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조선시대 갑부로 불리던 반복창 사례가 떠오른다.

    일제강점기에 쌀 선물 거래로 큰돈을 번 반복창은 하락장에서 손실을 방어하지 못해 몰락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일제강점기에 쌀 선물 거래로 큰돈을 번 반복창은 하락장에서 손실을 방어하지 못해 몰락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일제강점기 인천에는 쌀을 선물로 거래하는 미두장이 있었다. 현재 주식거래소의 선물시장과 비슷하다. 가격 방향을 맞히면 수익을 얻고, 틀리면 손해를 본다. 레버리지를 크게 사용할 수도 있다. 인천 미두장에선 증거금으로 거래 금액의 10%만 내면 선물 거래가 가능했다. 레버리지가 큰 만큼 쌀값이 조금만 움직여도 큰돈을 벌거나 잃을 수 있었다. 

    고아 출신인 반복창은 어려서부터 일본 쌀 거래상에서 잔심부름꾼으로 일했다. 19세가 된 해인 1919년 그동안 모은 500원(현 가치로 약 5000만 원)으로 선물 거래에 뛰어들었다. 1920년 초부터 쌀값이 급등했고, 강세장이 이어졌다. 등락을 반복하며 가격이 계속 올라간 것이다. 반복창은 쌀값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연이어 성공해 큰 부를 축적했다. 1년 만에 그의 재산은 40만 원(현 가치로 약 400억 원)으로 불어났다. 21세 나이에 그는 조선과 일본에서 모두 유명한 인물이 됐다. 그 후 반복창은 화려한 삶을 살았다. 3만 원(현 가치로 약 30억 원)을 들여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고, 직원 몇십 명을 두고 큰 집도 지었다고 전해진다.

    쌀 선물을 시작하고 1년 반 동안 반복창의 예상은 모두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1921년 여름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미두장이 일본 상인들의 조선 쌀 수탈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시장 구조가 바뀌었고, 반복창의 예상은 이때부터 연이어 빗나갔다. 결국 그는 2년 만에 모든 재산을 잃었다. 보증금을 낼 돈조차 없어 선물시장에 참여하지 못했으며,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로 몰락했다. 이후 반복창은 움막집에 살면서 가난에 시달리다가 40세에 생을 마감했다.

    반복창은 1920년 한 해 동안 가격 흐름을 거의 완벽하게 맞혔다. 그렇다면 그는 특별한 재능이나 실력을 가진 투자자였을까. 만약 실력이 있었다면 이후에도 일정한 성과가 이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1920년에는 거의 모두 맞혔고, 1921년 이후에는 거의 모두 틀렸다. 마치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만 계속 나오다가, 이후에는 뒷면만 연속해 나오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런 ‘확률의 장난’에 반복창은 400억 자산가에서 움막집 빈민으로 운명의 굴곡을 겪었다.

    상승장은 시장 일부일 뿐

    주식은 기본적으로 오르느냐 내리느냐 두 가지 방향이 존재한다. 두 번 연속 맞힐 확률은 25%, 5번 연속 맞힐 확률은 약 3%다. 확률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시장에서는 종종 발생한다. 10번 연속 맞힐 확률도 1000분의 1 수준인데, 카지노에서는 이런 연속 결과가 흔히 나타난다. 상승장에서는 이런 일이 더 쉽게 벌어진다. 따라서 상승장에서 연속적으로 방향을 맞혔다고 해서 그것을 곧 실력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운이 아니라 실력이 드러나는 시기는 하락장이다. 특히 급락 국면에선 투자자의 판단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그대로 확인된다. 워런 버핏이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 있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운과 실력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하락기에는 차이가 분명해진다.

    상승장만 경험한 사람은 아직 시장의 한 국면만 본 셈이다. 급락장을 겪고도 시장에 남아 있는 이들이 비로소 주식시장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수익은 운일 수 있다.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하락장은 반드시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현 성과를 실력으로 단정하기보다 언젠가 닥칠 하락기에 대비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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