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예요. 쿠팡이츠에서 진행하는 할인 행사에 참여하려고 최소 주문 금액을 낮게 설정했는데 1~2주가량 지난 후 배달의민족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최소 주문 금액을 쿠팡이츠와 똑같이 맞추지 않으면 ‘배민클럽’에서 저희 가게를 빼겠다고요. 지금은 모든 배달앱 조건을 똑같이 맞추고 박리다매 전쟁을 하고 있어요.”
서울 서대문구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A 씨가 올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로부터 받은 압박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한 말이다. 10월 8일 오후 3시쯤 기자가 가게를 찾았을 때 A 씨는 “배달앱에서 연락이 오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찾아보고 매출이 줄어들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하게 된다”며 “배달앱으로부터 2번 경고를 받은 뒤로는 또 힘든 일이 생길까 두려워 배달앱 설정을 못 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 플랫폼이 자영업자들에게 수수료와 광고료 등 비용을 과도하게 지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배달앱들이 “메뉴 가격, 쿠폰 지급, 최소 주문 금액 같은 조건을 다른 배달앱과 똑같이 맞추라”는 최혜 대우 요구를 이어오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쿠폰 똑같이 안 주면 배지 회수
최근 기자가 만난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의 최혜 대우 요구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배달앱이 이용자 수를 늘리려면 수수료를 내리는 방법도 있을 텐데, 배달앱이 자영업자에게 최혜 대우를 요구하면서 소비자가 더 비싸게 음식을 먹게 됐다는 것이다. A 씨는 “배달의민족 ‘가게배달’은 배달의민족이 주문을 중개하기만 할 뿐, 배달은 가게가 알아서 하기 때문에 배달의민족이 배달까지 하는 ‘배민1’보다 이윤이 많이 남아 ‘가게배달’ 손님에게 쿠폰을 더 줬던 것”이라며 “쿠팡이츠가 ‘배민1’뿐 아니라 ‘가게배달’에서 주는 쿠폰까지 쿠팡이츠 손님에게도 똑같이 주라고 하니 전체적으로 쿠폰을 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서울 서대문구 한 돈가스 가게 사장이 기자에게 보여준 1만3000 원짜리 돈가스에 들어가는 재료 비용. [임경진 기자]
“프랜차이즈 가게라 배달앱 수수료가 높아진다고 메뉴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요. 프랜차이즈 본사는 메뉴 가격을 높여준다고 하더니 두 달째 미루고 있고요. 먹고살려면 월매출이 1200만~1300만 원은 나와야 하는데 한참 못 미치죠. 이런 상황에서 배달앱은 수수료를 계속해서 올리고, 올해 9월에는 최소 주문 금액을 쿠팡이츠와 똑같이 맞추라고 배달의민족에서 문자메시지도 왔어요.”
배달앱이 수수료는 높게 받아가면서 자영업자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B 씨는 “깍두기를 서비스로 달라고 해서 줬더니 깍두기가 쓰다며 가게에 ‘별점 테러’를 하고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었다”면서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을 블랙리스트에 넣어 점주를 보호해달라는 요청을 배달의민족 측에 20번 넘게 했지만 지금까지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C 씨는 “눈이 오거나 날씨가 안 좋을 때는 배달의민족이 멀리서 들어오는 주문을 받지 못하게 제한을 걸어 매출이 더 줄어든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한 치킨 가게의 2024년 9월 주문 채널별 매출액. 배달앱 3사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임경진 기자]
차등 수수료는 자영업자 갈라치기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이 높은 수수료에 대한 해법이라며 내놓은 차등 수수료가 ‘자영업자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A 씨는 “매출액이 많을수록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직원을 많이 고용하고 임대료가 비싸서 매출액은 높지만 순이익은 적은 자영업자는 높은 배달 수수료를 내는 게 억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B 씨도 “나라에서 세금을 부과할 때 매출액이 적은 점포는 간이 과세를 해주지만, 세금이 적다고 해서 간이 과세 대상자가 되고 싶은 자영업자는 없다”며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할 것이 아니라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달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10월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장에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관계자를 불러 높은 배달앱 수수료 및 불공정 약관에 관한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우아한형제들의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의 피터얀 반데빌트 대표는 “약관이 한국 법률을 준수하고 있는지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는 입점업체와 배달앱의 상생 방안을 묻는 질문에 “상생협의체를 통해 진중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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