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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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중심에 대만이 있다” 대만 찾아 ‘AI 동맹’ 역설한 젠슨 황

‘컴퓨텍스 2024’ 참석해 차세대 GPU ‘루빈’ 공개… 삼성전자 테스트 실패설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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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6-0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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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엔 코드네임(영업기밀)이 있고 우리는 이것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매우 노력합니다. 직원 대부분은 이를 알지조차 못하죠.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 명칭은 ‘루빈(Rubin)’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월 2일(이하 현지 시간) ‘컴퓨텍스(COMPUTEX) 2024’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아키텍처 ‘루빈’을 전격 공개하며 한 말이다. 컴퓨텍스는 매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컴퓨팅·정보기술(IT) 콘퍼런스로, 황 CEO는 올해 이 행사 참석을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대만에 체류했다. 황 CEO는 이날 연설에서 2026년 출시 예정인 루빈의 존재를 일찌감치 발표하며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월 2일(현지 시간)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2024’ 전야제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월 2일(현지 시간)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2024’ 전야제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루빈에 HBM4 8개 탑재된다”

    황 CEO는 기조연설 초반 ‘가속 컴퓨팅’과 ‘인공지능(AI)’이 컴퓨터 시장을 재편할 것이라고 역설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컴퓨터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중앙처리장치(CPU) 성능 확장엔 한계가 있다”며 “이에 오늘날 데이터센터 전력량이 증가하고 컴퓨팅 비용은 계속해서 오르는 ‘계산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우리가 CPU에 GPU를 달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100배 향상시킨 아키텍처를 만들어낸 것이고 이때 전력은 단 3배, 비용은 1.5배만 증가한다”며 “그 덕에 인터넷상 데이터를 활용해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시키는 게 상식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용 엑셀 프로그램의 가속화 전후 비교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황 CEO는 이날 가속 컴퓨팅을 가능케 하는 GPU 아키텍처를 1년에 하나씩 새롭게 공개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2022년 발표한 GPU 아키텍처 ‘호퍼(Hopper)’를 기반으로 현재 H100 등 데이터센터용 GPU 칩을 양산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엔 새 GPU 아키텍처 ‘블랙웰(Blackwell)’을 출하하고 내년엔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블랙웰 울트라’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아키텍처가 등장하는 데는 약 2년이 걸렸는데, 이날 황 CEO가 후속 모델 루빈을 공개하면서 그 주기를 1년으로 앞당긴 것이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의 리듬은 1년 주기”라며 “전체 데이터센터 규모를 구축하고 1년 주기로 구성 부품을 판매하며 모든 것을 기술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게 우리의 기본 철학”이라고 밝혔다.

    루빈에 탑재되는 AI 반도체로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가 채택됐다. 이날 황 CEO는 “지금 이 사실을 공개한 걸 후회할지도 모르겠다”면서 “블랙웰 울트라엔 5세대 HBM인 HBM3E(12단) 8개, 새로운 루빈엔 HBM4 8개, (2027년 출시되는) ‘루빈 울트라’엔 HBM4 12개가 탑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ARM 아키텍처 기반의 신규 CPU ‘베라(Vera)’도 루빈에 장착된다.



    93세 모리스 창과 야시장 찾아

    황 CEO는 기조연설 막바지에 “다음 AI 물결은 물리적 AI일 것”이라며 AI 로봇에 대한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휴머노이드만 로봇은 아니며 종국엔 모든 사물이 로봇이 될 것”이라면서 “엔비디아는 책상(PC)과 호주머니(스마트폰), 데이터센터를 위한 컴퓨터를 만들어왔고, 컴퓨터 기술은 로봇 기술과 아주 유사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걷거나 바퀴로 굴러가는 컴퓨터(로봇)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월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GTC 2024’ 기조연설에서도 AI로 학습시킨 로봇 2대를 공개 시연하며 로봇 제작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 밖에 황 CEO는 현지 야시장, 야구장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친대만’ 행보를 보였다. 그는 5월 29일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차이밍제 미디어텍 회장, 린바이리 콴타컴퓨터 회장 등 대만 거물 IT 기업가 10명과 함께 타이베이 8대 야시장 중 하나인 닝샤 야시장을 찾았다. 대만 언론은 특히 93세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모리스 창 창업자가 황 CEO를 위해 생애 처음 야시장을 찾은 것을 두고 “엔비디아와 TSMC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했다. 황 CEO는 또 6월 1일 대만 프로야구 경기 시구자로 나서 “대만엔 TSMC, 콴타, 폭스콘 등 엔비디아를 30년 이상 지지해준 친구들이 있다”며 “인공지능 시대 중심에 대만이 있고 엔비디아는 (대만)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며 성장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는 6월 4일 대만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퀄테스트 실패설’을 직접 부인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전자 HBM이 엔비디아 품질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있다”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 “(테스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3사와 협력하고 있고 모두로부터 HBM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도 그들(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최대한 빨리 자격을 갖추고 우리 제조 공정에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황 CEO 발언에 6월 5일(한국 시간)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79% 오른 7만74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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