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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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지분 되사주며 하림 HMM 인수 ‘실탄’ 수혈한 호반… 두 기업 밀월관계 속내는?

“대한항공 지주사 지분,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로 연결된 끈끈한 정”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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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11-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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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위, 글로벌 8위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 인수에 나선 하림그룹의 움직임에 시장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산 규모 면에서 자사보다 덩치가 큰 HMM을 품기 위해 인수자금을 끌어모으는 하림에 호반그룹이 자금을 수혈한 배경에 특히 이목이 쏠린다. 호반이 하림 계열사에 판 한진칼 지분을 되사고, 하림그룹 여신전문금융사의 기업어음(CP)을 사는 등 수백억 원 자금 마련에 도움을 준 것이다. 두 기업은 어떤 배경에서 ‘주거니 받거니’ 식 밀월관계를 맺은 것일까.

    최근 하림은 HMM 인수 3파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HMM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포함된 하림과 동원, LX그룹은 한 달에 걸친 실사 작업을 11월 8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 입찰은 11월 23일 진행될 전망이다.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7월 20일 매각 공고를 내면서 HMM 매각을 본격화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왼쪽). 전북 익산시 하림그룹 사옥. [뉴스1]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왼쪽). 전북 익산시 하림그룹 사옥. [뉴스1]

    HMM 매각가 5조~7조 원 전망

    HMM은 본래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였으나 2016년 경영 악화로 6조8000억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산은의 관리를 받았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각각 HMM 지분 20.69%, 19.96%를 보유하고 있다. 매각 대상이 되는 주식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보통주 1억9900만 주, 영구채에서 주식으로 전환되는 2억 주를 합쳐 3억9900만 주에 이른다.

    산은 관리체제에서 HMM은 상당 부분 사세를 회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해운 물류 특수로 글로벌 8위권 해운사로 성장했고, 자산 규모도 약 28조 원으로 커졌다. 투자은행(IB) 업계가 추정하는 HMM 매각가는 5조~7조 원 정도다. 기업 인수합병에서 자금의 절반 정도를 인수금융으로 융통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HMM을 품으려면 2조5000억 원에서 3조5000억 원 현금이 필요하다. 이런 HMM의 덩치를 감안하면 10대 그룹이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현실은 달랐다. 현재 인수 후보인 하림(17조 원), LX(11조 원), 동원(9조 원)의 자산 총액은 인수 대상인 HMM보다 적다.

    이 때문에 HMM 인수전이 쉬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10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석훈 산은 회장은 HMM 매각과 관련해 “적격인수자가 없으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산은 측은 강 회장의 발언이 원론적 입장 표명이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업계에선 HMM의 연내 매각이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튿날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인수 후보 기업들의 자산 규모가 HMM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점을 들어 “새우가 고래를 삼킬 우려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금융 논리로만 매각에 집중한다면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고 해운업계 구조 건전성에도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운사 팬오션 인수 경험은 장점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왼쪽). 서울 서초구 호반그룹 사옥. [뉴스1]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왼쪽). 서울 서초구 호반그룹 사옥. [뉴스1]

    현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린 하림은 HMM 인수전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을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확보한 상황이다. 재계 순위 27위 하림은 양계시장 점유율 약 20%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양돈, 사료, 홈쇼핑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창업주인 김홍국 회장이 고교 3학년 때 사업자등록을 내고 종잣돈 4000만 원으로 전북 익산에 양계농장을 세운 게 오늘날 종합식품기업 하림의 시초다. 2016년 해운사 팬오션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고, 자산 규모도 경쟁자에 비해 큰 점은 하림이 HMM 인수 후보로서 유리한 대목이다.

    HMM 인수를 위한 하림의 선결 과제는 역시 ‘실탄’이다. 일각에서 HMM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핵심 부동산을 팔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내민 곳이 호반이다. 호반건설은 10월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자회사 호반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전부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한진칼 전체 지분의 5.85%에 달하는 390만3973주로 약 1628억 원 규모다. 지난해 건설 경기 불황 속에 호반건설은 한진칼 지분 333만8090주를 내놨는데, 이를 받아준 게 하림이다. 1년도 안 돼 두 기업이 한진칼 지분을 주고받은 것이다. 호반이 김홍국 하림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사실상 보유한 여신전문금융사 에코캐피탈 CP를 사들인 점도 눈에 띈다. 김 씨는 현재 JKL파트너스에서 근무하며 HMM 인수와 관련해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이 보유한 에코캐피탈 CP는 총 550억 원 규모에 달하는데, 이는 에코캐피탈이 발행한 전체 CP의 38%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호반은 비교적 낮은 금리에 에코캐피탈 CP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과 호반의 행보를 놓고 당초 “두 회장은 동향 출신” “회장 간 개인적 친분이 양사 협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다소 과장됐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김상열 호반 회장은 전남 보성, 김홍국 하림 회장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같은 호남 출신이긴 하지만 동향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자수성가한 사업가로서 기업을 일군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HMM의 컨테이너선. [HMM 제공]

    HMM의 컨테이너선. [HMM 제공]

    자수성가한 호남 출신 사업가 접점

    그룹 총수 간 교분 이외에 비즈니스 측면에서 설득력 있는 관측은 하림-호반 간 부동산 개발을 통한 ‘윈윈(win-win)’ 가능성이다. 하림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옛 화물터미널 부지 약 8만6000㎡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부지를 2016년 매입한 하림은 물류복합단지 개발을 추진했으나, 용적률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었다. 2021년 감사원이 공익감사를 실시한 결과 하림 손을 들어주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하림은 약 6조3000억 원이 투입되는 지상 49층 높이의 물류·업무시설과 공통주택·오피스텔, 숙박시설을 아우르는 복합단지 조성을 뼈대로 한 개발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하림이 보유한 옛 화물터미널 부지는 강남의 노른자위 땅으로, 상당한 개발이익이 기대된다”면서 “호반이 HMM 인수에 필요한 자금 수혈 등 상부상조를 통해 물류복합단지 개발 사업에서 하림과 윈윈하려는 포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림 관계자는 11월 8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HMM 인수자금 마련 방안과 호반의 지원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인수 관련 사안은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같은 날 호반 관계자도 하림에 자금을 수혈하는 등 지원에 나선 이유를 묻자 “공식적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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