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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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식만 또 떨어진다” 한국주식 망하고 미국주식 시작 [한여진의 투자 다이어리]

플러그파워 28%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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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1-04-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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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투자 스타일에는 투자자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인 사람은 주식도 급하게 사고판다. 반면 침착하고 차분한 사람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투자한다. 물론 후자가 ‘성투’할 확률이 높다. 주위를 살펴보면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는 40대 전업주부가 많다. 특히 20대에 결혼해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40대 주부들이 그렇다. 시간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으니 유심히 봐오던 종목이 조정에 들어갈 때 ‘무심하게’ 툭툭 매수한다. 주식 관련 지식도 전문가 못지않다. 남편 출근하고 아이 등교시킨 뒤 오전 9시부터 여유 있게 시세를 체크하고 종목도 분석하면서 지식을 쌓기 때문이다.


    다이내믹한 수익을 기대했지만, 실패 후 가치투자한 셈 친 미국주식.

    다이내믹한 수익을 기대했지만, 실패 후 가치투자한 셈 친 미국주식.

    초통령 ‘로블록스’ 매수

    같은 40대지만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출산한 워킹맘의 경우는 정반대. 우선 항상 시간에 쫓긴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다 보면 일분일초가 아쉽다. 이 와중에 주식투자까지 하려니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여기에 속한다. 그럼에도 주식투자를 접지 못하는 이유는 이거라도 안 하면 진짜 벼락거지가 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1월 21일 시작한 주식투자는 3개월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변변치 못하다. 당분간 박스권이 지속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것을 보니 상반기에는 다이내믹한 성과를 내긴 힘들 듯하다. 

    한국주식 수익률이 -20%까지 떨어졌을 때쯤부터 불면의 밤이 시작됐다. 그러던 중 불현듯 스친 단어, ‘미국주식!’. “미국 기업은 한국 기업에 비해 시가총액 단위 자체가 다르고 배당금도 안정적이다.” 미국주식 전문가들의 말이 새삼 뇌리를 스쳤다. 그렇다면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잠자는 시간만 좀 줄이면 온전하게 주식에 집중할 수 있다. 그래, 큰물에서 한번 놀아보자! 

    그동안 눈여겨봐온 미국주식 종목을 관심 폴더에 담는 것으로 미국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며칠간 종목 시세를 분석하고 드디어 매수. 첫 번째 매수 종목은 바로 이름도 유명한 애플(AAPL)! 144달러까지 올랐던 애플 주가가 130달러 아래로 떨어진 2월 24일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동안 배운 대로 129달러, 126달러로 분산해 매수했다. 매수하자마자 주식창은 빨간 물결. ‘진작 미국주식을 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 후 JP모건이 수소에너지 대장주로 미래가 유망하다는 리포트를 발표한 플러그파워(PLUG)와 캐시우드의 ARK Innovation ETF(ARKK)를 각각 44.55달러, 120.35달러에 매수했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BLX)도 76.98달러에 매수. 매수하는 족족 크진 않지만 주가가 오르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전업투자자’라는 꿈이 어쩌면 미국주식으로 이뤄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더군다나 미국주식은 한국주식처럼 하루에 10~20%씩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심리적으로 안정감까지 생겼다. 



    그리고 며칠 뒤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열어본 주식창. 도대체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온통 파란 물결이었다! 이후 애플은 116달러까지 쭉쭉 내려갔고, 로블록스도 67달러까지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플러그파워는 회계장부 오류 발표까지. 플러그파워 주가가 끝없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 악재라고 평했다. 그래 물타기를 하자. 10% 이상 하락한 플러그파워를 추가 매수해 물타기를 시작했다. 왜냐고? 곧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타기 뒤에도 주가는 쭉쭉 떨어지면서 30.78달러까지 내려갔다. 이제야 부정적 이슈가 있는, 특히 장부 문제가 있는 기업 주식은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또 물렸다.


    본의 아니게 미국주식 가치투자

    그즈음 눈에 들어온 종목이 있으니 바로 ChargePoint Holdings Inc(CHPT·이하 차지포인트)다. 미국 전기차 충전 1위 기업으로, 3월 1일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차지포인트는 상장 당일 종가 30.11달러를 기록한 뒤 하락세였다. 20달러까지 떨어지면 매수 버튼을 누르리라 마음먹고 밤마다 예의주시하며 때를 기다렸다. 지금까지 패턴을 보면 꼭지에서 조금 떨어질 때 매수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물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이번만은 꼭 최저가에 매수하리라 다짐했다. 3월 25일 20.2달러를 기록했지만 매수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내일을 기다렸다. 내일이면 분명 20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또 무슨 일? 차지포인트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아닌가. 그다음 날도. 다음 날은 상승세여도 꼭 매수하겠다고 다짐하며 주식창을 열어보니 9% 폭등. 아, 어쩌란 말인가. 내일 좀 떨어지면 매수하겠다고 생각하며 주식창을 닫았다. 하지만 차지포인트는 지금까지 연일 10% 이상씩 상승 중이다. 나는 1주도 매수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결국 미국주식 수익도 국내주식처럼 참 볼품없다. 이럴 땐 가치투자한 셈치고 묻어둬야 속 편하다. 이렇게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본의 아니게 가치투자가 시작됐다. 그런데 ‘왜 내 주식만 떨어지지?’ 주식 접고 비트코인을 시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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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한여진 기자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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