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치료제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에 도전하는 한미약품. 한미약품 제공
신약 개발 전문 연구개발(R&D) 중심 기업 한미약품도 이 거대 시장에 본격 진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무기는 차별화다. 현재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은 체중 감량 숫자에만 집중돼 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단순히 체중 감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질적 치료와 복약 편의성 개선, 체중 감량 후 관리 및 예방 등 환자 개개인의 필요성에 맞춘 치료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비만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
비만은 여러 질환의 근원적 위험인자
이를 위해 한미약품은 2023년부터 H.O.P (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 중이다. 한미약품은 비만을 단순히 체중 문제가 아니라 당뇨, 심혈관질환, 지방간질환 등 대사질환을 포함한 여러 질환의 위험인자로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꼼꼼히 분석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개발하면서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 특허분석 전문업체 IFI 클레임스(IFI CLAIMS Patent Services)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2020~2024년 비만치료제 관련 특허 출원 글로벌 상위 기업으로 선정돼 비만치료제 관련 기술에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음을 입증했다.현재 H.O.P 프로젝트는 6개 영역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체중 감량과 함께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가 탁월한 에페글레나타이드(2026년 하반기 출시 예정, 제품명 미정) △근 손실은 최소화하면서 계열 내 최고 수준(best-in class)의 체중 감량 효과가 기대되는 GLP-1/GIP/Glucagon 삼중 작용제인 HM15275(2025년 하반기 임상 2상 진입 목표) △세계 최초(first-in class) UCN-2 기전 기반으로 체중 감소와 근육 증가를 동시에 유도하는 혁신 치료제인 HM17321(2025년 하반기 임상 1상 진입 목표) △경구용 또는 패치제 등 복약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신규 제제 개발 △치료제 복약 순응도를 높이면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비만 관리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등 비만 전 주기에 걸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차세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식사 후 인체 내 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생성을 자극하는 인크레틴의 일종) 계열 약물로 주목받으며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와 신장 기능 보존에서 동급 최고 수준의 잠재적 효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체내에서 약물이 서서히 분출되는 방식(Slow Absorption)으로 위장관계 부작용을 크게 개선해 기존 GLP-1 계열 비만치료제와는 차별성을 갖는다.
식욕 억제 넘어 근 성장 유도
HM15275와 HM17321은 비만치료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기대되는 후보들이다. HM15275는 최고 수준의 체중 감량과 함께 근육 손실을 줄여 체중 감량의 질까지 개선할 수 있는 유망한 차기 비만 신약으로, 그리고 HM17321은 단순히 근 손실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근육량 증가’와 ‘지방 선택적 감량’을 동시에 구현하는 세계 최초 혁신 비만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HM15275는 정밀 설계된 삼중 작용제(GLP-1/GIP/Glucagon)로서 식욕 억제와 에너지 대사 촉진 기전으로 25%에 이르는 위 절제 수술을 능가하는 체중 감량 효과를 지향한다. 또한 GLP-1과 GIP(위 억제 펩타이드), 글루카곤 수용체에 대한 균형 잡힌 작용을 통해 체중 감소와 함께 혈당 조절, 에너지 대사 개선, 근육 손실 개선이라는 복합 효과를 유도한다.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발표한 임상 1상 결과에서도 매우 우수한 안전성, 내약성과 함께 주 1회 4주 투여만으로도 위약 대비 의미 있는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세계 최초 혁신 비만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는 HM17321은 GLP-1을 비롯한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CRF2 수용체 반응을 겨냥해 식욕은 억제하면서 근세포 기원인 위성세포의 분열과 분화를 촉진해 근 성장을 유도한다. HM17321은 전임상 연구에서는 골격근의 크기 증가뿐 아니라 혈당 조절 효능, 근섬유 단면적(CSA) 향상, 에너지 대사 개선, 근력 및 운동능력 개선까지 입증됐으며, 이는 기존 경쟁 약물에서 확인되지 않은 기능적 개선 효과다.
한미약품은 HM17321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올해 하반기 내 진행할 예정이며, 단독 요법뿐 아니라 인크레틴 계열과의 병용 및 스위칭(switching) 전략까지 병행 개발해 파이프라인 확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방 감량, 근육 증가, 기능 개선이라는 복합 효능을 동시에 지향하는 HM17321은 향후 비만 및 근 감소 동반 대사질환 치료의 새로운 퍼스트인클래스(first-in class)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종합적인 전략은 향후 근 감소성 비만, 고령층 비만, 운동 기능 저하 환자군 등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