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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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투자가 끝물? 그만한 성장 산업 없다”

김지훈의 훈훈한주식 대표 “최근 하락은 과열된 주가 제자리 찾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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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09-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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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2차전지 관련주가 일제히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는 9월 11일 황제주(주당 100만 원 넘는 주식) 자리를 반납한 데 이어 13일 90만 원 선도 무너지며 89만9000원으로 하락 마감했다(그래프 참조). 개인투자자들은 9월 들어서도 2차전지 종목을 대거 사들이고 있지만 대세 하락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이런 흐름을 “과열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진단한다.

    '김지훈의 훈훈한주식' 김지훈 대표 역시 “어느 업종, 어느 기업이든 주가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올랐다면 당연히 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한양대 응용화학공학부 출신으로 메리츠증권, 메리츠자산운용 등에서 근무한 김 대표는 정확한 데이터로 주식 트렌드를 분석한다. 경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2차전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투자 정보를 전하고 있다. 김 대표를 9월 12일 만나 흔들리고 있는 2차전지주 투자법에 관해 물었다.

    '김지훈의 훈훈한주식' 김지훈 대표. [홍태식]

    '김지훈의 훈훈한주식' 김지훈 대표. [홍태식]

    2차전지 상장기업 올해 평균 투자수익률 58%

    2차전지 관련 기업 주가가 예외 없이 하락하는 추세다.

    “1월부터 9월 12일 오전까지 실적 추정이 가능한 2차전지 관련 48개 기업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58%로, 같은 기간 코스피(14.4%)나 코스닥 지수(35.1%) 투자수익률을 압도적으로 초과했다. 특히 에코프로, 포스코홀딩스, 고려아연, 코스모화학 등 광물 소재 업종의 평균 수익률이 232%를 기록했다. 물론 최근 최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연초 이후 단 한 번도 2차전지 밸류체인 업종의 주가가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 수익률을 하회한 적이 없다. 따라서 단기간에 많이 오른 만큼 당연히 부담이 있고, 현재 그에 따른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주가 급등 이외에 다른 요인은 없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2차전지 기업은 공매도의 집중 타격을 받고 있다. 그래서 2025년까지 2차전지주를 팔지 않겠다고 했던 개인투자자 가운데 일부가 수익 실현을 한 부분도 있다. 또한 그동안 2차전지와 관련해 부정적 이슈를 양산하고 밸류에이션이 비싸다고 얘기해온 기관투자자들이 수급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반쪽자리 수급이라는 한계도 있었다. 개인투자자들과 공매도 전쟁을 벌인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같은 해외 기관 투자자들이 2차전지 업종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 입장이라는 점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과도하게 오른 주가는 어떤 방식으로 조정을 받나.

    “주가가 오르려면 회사가 순수하게 벌어들이는 이익이 증가하든지, 그 회사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기댓값(멀티플)이 올라가야 한다. 2차전지 주가가 좋았던 이유는 회사의 이익 증가폭과 사람들의 기댓값이 모두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의 기댓값이 영업이익을 너무 많이 추월한 것이 문제가 됐다. 물론 2차전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2027년, 많게는 2030년 영업이익까지 끌어와 주가에 반영됐다고 하는데, 원래 주가의 속성은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주가가 단기간 내 오른 부분에 대한 가격적 부담, 수급상 충돌 등이 마무리되면 밸류체인에 구조적 문제가 없는 만큼 다시 정상적인 기업실적을 따라 주가가 안착될 것이라고 본다.”

    “2차전지株 여전히 최고 투자처”

    2차전지 시장이 2025년까지 고속 성장한다고 보는 이유는.

    “데이터를 보면 7월 말 미국 신차 기준 전기차 시장 침투율이 9% 정도다. 전기차가 전체 완성차의 절반만 된다고 가정해도 5배 넘는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 유럽은 지금 22%가량 되니 2.5배 성장 여력이 남았다. 중국이 32%까지 올라와 성장 여력이 줄기는 했으나 전체 평균을 보면 아직 채 20%가 안 돼 성장 여력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국 2차전지 회사들을 보면 설비투자를 엄청나게 하고 있다. 양극재, 분리막, 전해액 같은 설비투자 증가율이 50%에 달하기도 하는데, 이런 투자는 확실하게 예정된 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전기차 시장 침투율이 증가하고 2차전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산업이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26~2027년까지 가파르게 성장하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차전지주를 고점에 매수한 이들은 손실이 큰 상황이다.

    “에코프로 주가가 훗날 300만 원까지 오른다 해도 자신만의 매매 원칙이나 투자전략, 투자 기준 없이 매수했다면 당장 파는 것이 맞다. 반대로 매수 타이밍을 잘못 잡아 비싸게 샀지만 에코프로라는 회사가 매년 매출과 이익 모두 50%씩 성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앞으로 3년간 버틸 수 있다면 지금처럼 단기간에 40%, 50%씩 빠졌을 때 조금씩 더 매수해 주식 수를 늘려가는 전략을 써도 좋을 듯하다. 앞으로 3년, 5년 성장성을 비교했을 때 2차전지만큼 매력적인 종목이 없기 때문이다.”

    2차전지주 투자를 끝물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2차전지 주가가 막 빠지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2차전지를 대체할 만한 산업이 있을까. 현재 인공지능(AI)과 로봇이 핫한데, 물론 두 산업 모두 앞으로 매출이 엄청 커지겠지만 아직은 실체가 다소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로봇 대장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시가총액이 4조 원 미만이고 영업이익은 적자다. 올해 흑자로 전환된다 해도 아마 매출 200억 원에 영업이익은 50억 원도 안 될 것이다. 반면 에코프로는 시가총액 24조 원에 올해 영업이익 1조 원이 전망되는 회사다.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인 회사의 시총 24조 원과 연간 50억 원 버는 회사의 시총 4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비싼가. 지금 AI 대표주자로 엄청 주목받는 루닛 역시 앞으로 폭풍 성장하리라 의심치 않지만 내후년까지는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 2차전지를 대신할 만한 산업이 없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2024년은 포스코의 해

    어느 분야나 그렇듯 조정 과정을 거치고 나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기업이 나온다. 앞으로 주목해야 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2차전지 밸류체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리튬이다. 2차전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 광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리튬 가격이 많이 하락하면서 여러 우려를 낳고 있는데, 리튬과 관련한 글로벌 전망에 따르면 향후 1~2년은 공급 과잉이 생길 수 있지만 이후에는 철저히 공급이 부족해져 가격 하락이 일어날 수 없다고 한다. 특히 리튬은 소위 ‘리튬 삼각지대’로 불리는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에 집중돼 있는데, 경제가 망가진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곤 정부 규제가 강한 편이다. 이렇게 리튬 생산업체가 더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행히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염호를 확보해 2024년부터 매출이 발생할 예정이다. 또 2030년 수산화리튬 생산량을 기존 30만t에서 43만t으로 늘리면 매출만 21조 원, 영업이익은 10조~11조 원이 될 전망이다. 과거 에코프로가 2차전지 밸류체인을 완전하게 평가받으면서 주가가 10배 올랐던 경험을 그대로 포스코홀딩스에 적용하면 내년은 ‘포스코의 해’가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포스코홀딩스 외에 주목해야 할 기업은 없을까.

    “2차전지 분야에서는 충전과 방전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데, 충방전 용량이 뛰어나려면 실리콘 음극재를 써야 한다. 지금까지는 적용 가능 차종이 별로 없어 거의 사용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한솔케미칼, SK머티리얼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S와 엘앤에프 합작사 등 대기업들이 들어온다고 할 만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 효율이 10배 이상 좋은 실리콘 음극재 공급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다. 또 실리콘 음극재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수혜 대상이기도 하다. 현재 대주전자재료가 중국 BTR, 일본 신에츠화학에 이어 글로벌 3등인데 미국의 BTR 배제 가능성, 신에츠화학의 보수적 운영, 대주전자재료의 공격적 설비투자를 감안하면 신에츠화학과 대등한 상황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 유럽에서도 3개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품질 문제를 가진 BTR 대신 일본만큼 품질이 뛰어나면서 가성비까지 좋은 업체로 대주전자재료가 각광받고 있다.”

    비상장기업 가운데 주목할 곳은 어디인가.

    “국내 유일 전구체 생산 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70%를 차지하는 중간 제품으로 여기에 수산화리튬을 더하면 양극재가 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현재도 생산능력이 국내에서 압도적 1등인데 향후 4~5배까지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 시장에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받는 밸류에이션이 3조 원이다. 만약 하반기에 상장돼 3조 원이 에코프로그룹에 유입된다면 양극재 밸류체인에 좀 더 원활한 투자가 이뤄질 테고, 에코프로비엠은 전구체 내재율이 상승해 이익이 더 커질 것이다. 또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경우 포스코홀딩스처럼 직접 리튬 광산이나 염호를 갖고 있지 않다 보니 밸류에이션을 엄청 할인해야 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2분기 실적을 보면 26%라는 견조한 이익률을 기록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도 적정 밸류에이션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에코프로씨엔지도 이미 상장된 동일 업종 기업인 성일하이텍, 새빗켐 등을 기준으로 벨류에이션을 책정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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