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항공교통(UAM)이 미래 도시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을 담은 상상도. [GettyImages]
도심 하늘의 UAM, 현실 될까
영국 코번트리시에 있는 세계 최초 UAM 전용 버티포트 이미지. [어반 에어포트 제공]
국토부는 한국형도심항공교통 실증사업인 ‘K-UAM 그랜드챌린지’에 출사표를 던진 46개 기업과 2월 22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UAM 그랜드챌린지는 2025년 UAM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는 UAM 사업이다. 실제 비행을 통해 UAM 기체 안전성을 검증하고 미래 모빌리티로서 운용 개념과 기술 기준을 마련하는 게 뼈대다. 해당 실증사업은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진다. △올해 8월~내년 12월 전남 고흥군 국가종합비행성능장에서 1단계 실증 △2024년 7월~2025년 6월 수도권 도심에서 2단계 검증이다. 국토부는 K-UAM 그랜드챌린지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서울 주요 도심을 오가는 UAM ‘에어택시’를 상용화할 방침이다.
이번에 MOU를 체결한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내 항공·자동차·통신·건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대기업과 빅테크, 공기업이 모두 포진해 있다. ‘현대차·KT·현대건설 컨소시엄’과 SK텔레콤·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로 구성된 ‘K-UAM 드림팀’, 카카오모빌리티·LG유플러스·GS건설이 꾸린 ‘UAM 퓨처팀’ 등 7개 컨소시엄이 UAM 통합 운영 실증사업에 나섰다. UAM 실증은 크게 보면 운항, 교통관리, 버티포트 분야에 걸쳐 이뤄진다. 각각 실제 UAM 기체를 운용하고, 안전한 비행을 위한 교통관리 시스템 및 이착륙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실증사업은 향후 천문학적 규모로 성장할 새로운 UAM 산업 기술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세계 UAM 시장 규모가 2025년 109억 달러(약 14조3000억 원), 2030년 615억 달러(약 80조7000억 원), 2040년 6090억 달러(약 8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항공안전기술원장을 지낸 김연명 한서대 항공산업공학과 교수는 “현재 세계 UAM 시장은 무주공산으로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선 국가가 없고, 뚜렷한 글로벌 기술 표준도 없다”면서 “그럼에도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UAM에 뛰어든 것은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서 가치가 주목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스탠더드 확보해 글로벌시장 선점해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23일 경기 김포시 아라마리나에서 개최한 시연 행사에서 UAM이 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전문가 사이에서는 UAM 산업의 잠재력이 크지만 국내 기업의 내실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UAM 산업을 놓고 국내 기업 간 경쟁이 과열된 모습인데, 아직 이렇다 할 기술적 실체가 있는지 다소 의구심이 든다”면서 “이번 K-UAM 그랜드챌린지를 통해 국내 기업의 UAM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하고 검증받는 동시에 향후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 UAM 산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술 스탠더드’를 빨리 확보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연명 교수는 “미국과 유럽은 큰 틀에서 UAM 형식인증에 기존 고정익·회전익 항공기 관련 기준을 준용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UAM 형식인증 기준을 마련해 선두 기업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항공기 안전 규제는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우선 항공기 제조사는 기체와 엔진, 프로펠러 등 설계가 각국 정부의 조건에 충족되는지 ‘형식증명’을 받아야 한다. 형식증명을 받은 설계에 따라 항공기를 제작할 역량을 실제 갖췄는지 ‘제작증명’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생산된 모든 항공기는 각각 운항 안전성 테스트를 받은 후 ‘감항증명’을 발급받게 된다. 감항증명은 사고 예방을 위해 항공기가 비행에 적합한 안정성과 신뢰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증명을 말하며, 항공법 제15조에 관련 내용이 규정돼 있다. UAM도 유인 비행체라서 기존 여객기에 준하는 까다로운 검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각국 정부가 이 같은 검증에 나서려면 일정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시장을 선점한 국가와 기업이 UAM 설계 및 평가 스탠더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UAM 산업에서 경쟁할 라이벌 국가들의 행보도 빠르다. 일본은 UAM을 활용한 ‘에어택시’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독일 UAM업체 볼로콥터가 일본 민간항공국으로부터 UAM 형식인증을 받아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기간에 에어택시를 운용할 계획이다. 일본 항공사 전일본공수와 미국 UAM 기업 조비 에이비에이션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 에어택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UAM, 자율주행차량 위한 교통망 입체화 필요”
아직 실감이 어려운 미래 교통수단인 UAM이 상용화되면 도시와 사람들의 생활상은 어떻게 바뀔까. 향후 UAM이 주로 운행될 공간으로 도시 해안이나 강안, 녹지 등이 주목받고 있다. 비행 장애물이 다른 도심에 비해 비교적 적고, 만에 하나 UAM이 비상 착륙할 때 여유 공간이 많이 때문이다. 통신 기반 네트워크로 비행하는 UAM의 특성상 전파 방해가 덜한 것도 장점이다. 서울의 경우 한강과 주요 지천변 상공이 UAM 비행 노선에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강을 매개로 서울 핵심 지역을 잇는 UAM 교통망의 가치가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상용화 가능성이 낮아 보이던 자동차가 100년 전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었듯, UAM과 자율주행차 등이 미래 신(新)교통혁명을 이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이 교수의 설명이다.“UAM이 상용화되면 일단 도시의 지상 교통체증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주목된다. 고층 빌딩에 조성된 버티포트에 UAM이 이착륙하면 기존 교통망과 연계도 용이해질 것이다. 현재 지하철 역세권이 각광받는 것처럼 미래엔 ‘드세권’이나 ‘유(U)세권’이 등장할 수도 있다. UAM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여건을 마련하려면 도시 교통 인프라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교통망 입체화다. 가령 서울 강변북로나 경부철도 구간을 지하화해 지하차도에선 자율주행차량이 달리고, 녹지화된 지상 위에선 UAM이 비행하는 식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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