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뉴시스]
하지만 정부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11.4만호의 공급물량 목표는 의욕적이나 단기간에 달성가능성은 불확실하고 미지수이다. 매입 임대의 경우는 기존 대책의 연장선 내지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전세물량 부족이 문제인데 다가구, 단독, 노후빌딩, 노후 관광 호텔은 주거입지와 주거공간 편리성 측면에서 최적주거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대책은 신규공급 물량이 아니다. 주로 매입임대 방식으로 종전의 주거복지 대책이 전월세 시장대책으로 둔갑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재고물량 총량을 늘리는 효과는 미미하며 순증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근본 해법,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음 대책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임대차3법이 매물 잠금과 전세 갈등 부추겨
올해 들어 주택시장은 매매가격은 급등하고 전세가격은 폭등했다. 매매시장은 7년째 상승중이고 전세시장은 5년 만에 최고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매매시장은 조금 진정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데 반해 전세시장은 수도권, 지방할 것 없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전세값이 무차별적으로 단기 급등하는 바람에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 고통은 커지고 전세난민은 급증하고 있다.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KB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서울아파트 전세값은 5억3677만원으로 2011년 이후 최대상승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는 우리나라만 존재하며 매매와 달리 3가지 특징을 지닌다. 전세는 투기적 가수요가 없고, 버블(거품)이 없으며, 오직 수급에 의해서만 시장 임대료가 결정된다. 그리고 집값이 2%이상 오르지 않는 한 주거비가 가장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 전세난이 심화된 근본이유는 뭘까. 3가지를 꼽는다. 공급부족, 임대차3법 시행, 저금리다.
우선은 주택공급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가구수 대비 적정한 주택공급 물량이 공급되고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주택보급률 지표를 보면, 전국 103%, 서울 95.9%, 경기도 101%로써 서울지역이 몹시 심각한 상황이다. 적정지표인 105%에 비해 주택수가 9%가량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5%는 자연 혹은 정상공실률이다. 인구 1000명당 주택수도 380가구로 일본450가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자가 보유율도 48%선에 그친다. 한마디로 서울은 주택공급이 구조적으로 절대 부족하고 만성적 수급불균형 상태가 누적되어 왔다.
둘째, 주택임대차 3법 시행이다. 올해 7월 3법 시행으로 임대차 기간이 4년으로 두 배 늘고 재계약에 따른 임대료 인상률은 5%로 제한되었다. 그래서 매물 잠금 현상으로 시중 유통물량이 감소한데다 매입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함으로서 전세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눌러앉는 재계약 세입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세물량이 시장에 나오질 않으니 전세매물은 품귀상태를 빚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초강력 규제조치도 전세난에 한몫했다. 예컨대, 2년 실거주를 해야 1주택자 양도세비과세를 받을 수 있고, 재건축 집주인은 조합원 분양권을 받기 위해서 2년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투기과열 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대출을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물절벽을 유발하는 규제와 시장왜곡이 넘쳐났다는 얘기다. 집주인과 세입자간 힘겨루기와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도한 규제로 음성적 거래, 이중거래가 성행함은 물론 법적소송 등으로 아예 빈집으로 남겨진 주택도 늘어나는 추세다
셋째, 초저금리 기조로 집주인은 월세, 세입자는 전세를 각각 선호한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 유리한 주거유형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 전세는 씨가 말랐지만 월세 수익을 노린 혹은 반전세, 보증부 월세가 눈에 띄는 이유다. 강남은 보증금 1억원에 대한 월세전환 이율이 연 4~5%에 달할 정도로 높게 형성된 점도 세입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싸움터
주택임대차 3법 시행 이후 4개월을 지나고 있지만 전월세 시장은 대혼란 속에 이전에 목격하지 못했던 불편한 현상들이 잇따르고 있다. 전세시장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분쟁으로 커다란 혼란과 갈등에 휩싸이고 싸움터로 변한지 오래다.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임대차 관련 분쟁 상담 건수가 2만5000여건으로, 40%이상 급증했다. 집주인과 세입자는 원초적, 잠재적 갈등관계에 놓인 셈이다. 갈등 유형을 보면 먼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집주인의 실거주권이 충돌하고 있다. 세입자는 1~6 개월 전에 계약갱신을 청구하면 되고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문제는 집주인이 직접 살겠다고 하고 세입자를 내 보낸 뒤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가 발생한 경우다. 이때, 세입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가 있다. 허위 실거주로 계약갱신청구권 거절은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된다.
두 번째 갈등 유형으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경우다. 현실임대료가 급등함에 따라 5% 상한제를 둘러싸고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세 번째 유형은 다양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있는 현실이다.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이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위로금은 보편화되고 집 구경을 하는 데도 구경비를 내라고 한다. 중개사에게 성공보수 등을 지급하는 것도 이런 유형에 해당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 만원까지 지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의왕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서 세입자에게 위로금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 번째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퇴거의사를 확인하고 다른 사람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다. 세입자가 변심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는 사례도 나타난다. 이 경우도 위로금을 주고 해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때의 위로금은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때 나타난다. 면접을 보거나 제비뽑기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포착된다. 골치 아픈 세입자를 방지하겠다는 것이 집주인의 생각이지만, 세입자 과당경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전세자금 대출계약 불가, 퇴거 시 감가상각비청구, 세입자에게 보증금 외에 시스템에어컨, 세탁기 등 풀옵션 가구일 경우 별도사용료를 받도록 하는 특약도 세입자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극약처방이 필요한 때
그렇다면 전세 갈등을 해소하고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해법은 무엇일까. 지금은 극약처방이 필요한 때이다.첫째, 정책우선목표를 전월세 안정대책으로 전환하고 아파트 공급은 늘리되, 규제 정책은 일부완화가 급선무이다. 전월세신고제, 표준임대료제 등 규제정책은 중장기적 효과는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래서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단기 공급확대 방안으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노후단독주택을 인허가 간소화, 세제 및 금융, 설계 지원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세대 주택(2룸 이상)을 대상으로 재건축을 유도할 수 있다.
셋째, 단기간에 유통물량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 다주택자, 법인 매물이 많이 나오도록 내년 6월 1일 이전에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집주인 2년 거주 조건을 앞으로 취득자에 한해 적용하고 종전의 계약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중장기적 공급확대 방안으로 1기신도시 전면적 리뉴얼, GTX-A B C 및 신안산선 신설역 주변에 미니신도시건설, 그린벨트해제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