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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타다'가 부리고, 돈은 '카카오'가 먹나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20-01-06 11: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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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전국 확장” 

    • 택시업계, “카카오든 우버든 택시면허만 인수해준다면…”

    현재 베타테스트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택시 서비스 ‘벤티’. [사진 제공·카카오모빌리티]

    현재 베타테스트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택시 서비스 ‘벤티’. [사진 제공·카카오모빌리티]

    서울 시내에 ‘라이언 택시’가 등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가 내놓은 대형승합택시 ‘카카오T 벤티’(이하 벤티)다. 벤티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에서 20온스(591㎖)짜리 대형사이즈 커피를 ‘벤티(Venti·이탈리아어로 20이라는 뜻)’ 사이즈라고 부르는 데서 착안한 이름. 카카오 벤티는 11인승 카니발 혹은 스타렉스 외관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 이미지를 부착하고 달린다. 대형 차량에 친절 교육을 받은 기사, 차내 와이파이 서비스 등을 갖췄다는 점에서 ‘카카오의 타다’ 격. 아직 정식 서비스는 아니고, 기술 테스트를 위한 베타 서비스 단계다. 카카오는 2월 무렵까지 베타 서비스를 이어간 뒤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도 대형택시 선봬

    현재는 100여 대의 벤티만 베타 서비스에 투입됐기 때문에 실제 카카오T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벤티를 호출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벤티 체험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기사님 대박 친절’, ‘타다랑 비슷’ 등 호의적 반응이 많은 편. ‘타다’의 현행 사업 방식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여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고, 검찰이 타다 경영진을 여객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상황에서 결국 벤티가 타다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타다로 대표되는 ‘렌터카 기반’ 플랫폼 택시가 택시업계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이 카카오는 ‘가맹사업형’ 플랫폼 택시(이하 가맹택시)로 거듭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 지역 9개 법인택시를 인수, 900개에 가까운 택시면허를 확보했다. 이번 벤티 베타서비스에도 카카오가 직접 보유한 택시면허 차량만 투입했다. 업계는 카카오가 9개 법인택시를 인수하는데 45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들였을 것으로 추산한다. 카카오가 택시면허를 개당 5000만 원에 인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여객법 개정 추진이 맞물리면서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국내 택시가 카카오 위주로 재편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객법 개정안은 렌터카의 기사 알선 조건을 까다롭게 제한하기 때문에(그림 참조),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타다는 현행 방식으로는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없다. 입법 완료 1년 후부터 법안이 시행되고 처음 6개월 간 처벌을 유예하겠다는 것이 주무부처 국토교통부(국토부)의 방침이라, 타다로서는 최대 1년 6개월간의 시한부 운행만 가능한 상황. 타다 운영사 VCNC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

    900개 택시면허 확보한 카카오 VS 기여금 낼 여력 없는 타다

    현재 렌터카 기반으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 중인 ‘타다’, ‘차차’, ‘파파’(왼쪽부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경우 렌터카 기반 서비스는 사실상 불법이 된다. [뉴스1, 차차크리에이션 홈페이지, 사진 제공·큐브카]

    현재 렌터카 기반으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 중인 ‘타다’, ‘차차’, ‘파파’(왼쪽부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경우 렌터카 기반 서비스는 사실상 불법이 된다. [뉴스1, 차차크리에이션 홈페이지, 사진 제공·큐브카]

    여객법이 개정되면 타다와 같은 플랫폼 택시는 운영대수에 따라 여객자동차운송시장안정기여금(이하 기여금)을 내야 한다. 기여금 액수는 개정안 통과 후 시행령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되는데, ‘택시면허값’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국회 국토위 교통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한 김경욱 당시 국토부 2차관은 “택시 영업을 하려면 8000만 원 정도 자금을 가지고 면허를 산다. 공정성 측면에서 볼 때 비슷한 정도의 부담금을 기여금 형태로 받는 게 형평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여금을 대당 8000만 원으로 가정하면, 현재 1400대를 운영하고 있는 타다는 112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10월까지 타다의 연간 매출은 268억 원으로, 경영 실적이 기여금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규 투자 유치로 난관을 뚫는 타개책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타다 모회사 쏘카가 최근 유치한 투자금은 지난해 1월 알토스벤처스 등에서 받은 500억 원이 전부다. 6000억 원 수준의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던 계획은 지난해 10월 여객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 쏘카의 누적 투자금이 2000억 원에 가까운 타다의 사정이 이럴진대, 타다의 후발주자로 나선 ‘차차’(차차크리에이션), ‘파파’(큐브카) 등 초기 렌터카 기반 플랫폼 택시의 처지는 여객법 개정 이후 더욱 곤란해질 전망이다. 여객법 개정안 발의 이후 차차는 크라우드 펀딩 추진이 중단된 상태이며, 파파는 여객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에 국토부는 초기 사업자에 한해서는 기여금을 일부 깎아주거나 면제해주겠다는 방침이다. 기여금 부과 방식도 운행대수가 아닌 운행횟수 및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모빌리티 업계는 이러한 구제책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명예대표는 “플랫폼 운송 사업자가 자립하려면 각 회사가 서울에서만 2000대를 독자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전국적으로 연간 감차되는 택시는 900대 수준에 불과하다”며 “면허제를 고집하는 한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여객법 개정안에 따르면 플랫폼 운송 사업자가 운영할 수 있는 차량 대수는 택시 감차뿐만 아니라 이용자 수요를 고려해 결정되는데, 사실상 그 규모가 택시 감차 수준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택시업계도 “택시 총량 내에서 플랫폼 택시 면허를 허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의 가맹택시, 전국 확대 조짐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사업형 플랫폼 택시인 ‘카카오T 블루’. [사진 제공·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사업형 플랫폼 택시인 ‘카카오T 블루’. [사진 제공·카카오모빌리티]

    렌터카 기반 플랫폼 택시가 여객법 개정안이라는 암초에 걸려 갈 길 잃은 사이 가맹 택시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여객법 개정안이 차량대수·외관·요금 등 가맹택시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여객법 개정으로 가맹택시가 활성화되면 일반택시는 결국 가맹 형태로 플랫폼 업체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 ‘타다 효과’ 등으로 택시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이를 외면하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택시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해온 카카오 역시 가맹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의 고도화된 플랫폼 택시 운영 시스템을 실제 택시회사에 적용해보기 위해 택시회사를 인수한 것”이라며 “향후 이러한 노하우가 카카오와 가맹을 맺은 택시회사로 확장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택시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현 KM솔루션)를 인수해 ‘카카오T 블루’라는 이름으로 가맹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는 현재 서울에서 4000대 가량 규모로 운영 중인 카카오T 블루를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대구 지역 법인택시 40여 곳(운영 택시는 2800여 대)이 카카오T 블루에 합류하기로 했고, 성남 지역에서도 400여 대 택시가 카카오T 블루 가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대형택시 서비스 벤티 역시 가맹택시 형태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택시면허 값, 오르지 않겠나”

    2019년 12월 2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가운데)와 박재욱 VCNC 대표(오른쪽)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12월 2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가운데)와 박재욱 VCNC 대표(오른쪽)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택시업계는 여객법 개정안 통과로 택시면허를 사겠다는 모빌리티 기업이 속속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서울 지역 법인택시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적자인데 월급제 도입이다 뭐다 복잡해지니까 법인택시의 절반 정도는 카카오든 우버든 회사를 인수해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택시업계 관계자는 “과거 법인택시 면허가 대당 3000만 원에도 거래가 안 됐는데, 최근 카카오의 택시회사 인수로 대당 5000만원까지 올랐다. 좀 더 버티면 면허 값이 더 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있다”고 전했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 역시 “카카오 외에도 가맹택시 사업을 염두에 둔 모빌리티 기업이 몇몇 있는데, 인수할 택시회사를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들 한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2월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를 통과한 여객법 개정안은 국회 파행으로 연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해를 넘겨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월6일 임시국회가 열리면 이번 회기에 개정안이 의결될 수도 있지만, 총선을 의식해 법안 상정이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타다 규제’에 대한 반대 여론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편 여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 및 박재욱 VCNC 대표에 대한 2차 공판은 8일로 예정돼 있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로 카풀도, 렌터카 기반 차량 서비스도 모두 막히게 된 와중에 정부·국회가 내놓은 해결책이 결국 스타트업은 배제하고 대기업만 모빌리티 사업이 가능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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