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 출신이자 영화 ‘국제시장’ 실제 모델 권이종 교수 초청 인성특강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 열리는 부산에서 개최, 2500여 명 참석
하나님의 교회, 명사 특강과 견학·체험활동, 자원봉사 등 청소년 인성교육에 힘써
청소년 인성 함양을 위한 명사 초청 특강에 강연자인 권이종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앞줄 가운데)와 학생, 청년, 장년 등 2500여 명이 함께했다. [홍태식]
꿈으로 일군 성공
1월 5~6일 권 교수의 강의에는 총 2500여 명이 모였다. 6일은 비가 오는 궂은 날이었음에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넓은 강연장을 꽉 채웠다. 하나님의 교회 관계자는 이번 강연에 대해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들을 응원하는 동시에 세대 간 단절과 불통을 해소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러한 강의 기획 의도는 성공한 듯 보였다. 10대 학생들은 2시간 남짓한 강의 시간 내내 졸거나 휴대전화를 꺼내 들지 않았다.참석자들은 모두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인 권 교수의 강연에 집중했다. 권 교수가 어렸을 때 한국은 아직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 세 끼 먹는 것이 소원일 정도. 권 교수의 집안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동아일보’에 실린 파독 광부 모집기사를 보고 1964년 스물넷 나이에 광부가 돼 독일로 떠났다. 권 교수는 “당시 독일로 떠난 사람의 상당수가 대졸 이상이었다. 그때 우리나라는 너무 가난해 대학을 나와도 할 일이 없었다. 광부로 떠나긴 했지만 그래도 출국할 당시에는 독일이라는 나라를 동경하는 부푼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뒤셀도르프국제공항에 내린 이후 3년은 하루하루가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이었다. 지하 수천m까지 내려가는 막장에서 섭씨 36도를 웃도는 열기로 온몸이 땀과 탄가루로 뒤범벅이었다. 얼굴과 등에는 당시 탄가루가 여기저기 박혀 있다. 그때 왼손을 다쳐 지금도 주먹이 꽉 쥐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8시간씩 갱도에서 탄을 캐는 일은 고됐다. 그는 “영화 ‘국제시장’에도 나왔지만 매일 아침 광부끼리 ‘글뤼크 아우프(glu..ck auf·살아서 만납시다)’라는 인사를 나눴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생사를 넘나들 정도로 고된 시간이 이어졌지만, 권 교수는 짬이 날 때마다 독일어 문법책과 사전을 손에 들었다.
그가 공부를 놓지 않았던 이유는 꿈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너도 선생님이 돼라”는 담임교사의 막연한 한마디가 그의 소원이 된 것. 권 교수는 탄광에서 일하던 시절 문법책과 사전을 다 외우다시피 했다.
권 교수는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서는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삶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고 역설했다. 권 교수는 어려운 시절 닦은 독일어 실력을 바탕으로 독일 아헨대 사범대학에 유일한 외국학생으로 입학하고, 이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에는 국내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전념했다. 한국교원대 건립에 참여했으며, 한국청소년개발원장과 대통령 청소년 자문위원, 서울시 청소년종합상담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청소년 교육에 힘을 쏟았다.
그는 “꿈을 가진 사람은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 성공하는 삶은 머리가 좋고 나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사느냐 아니냐에 달렸다. 억지로 3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주도적으로 30분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생활습관을 자기 주도적으로 영위하는 사람은 삶을 긍정적으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세대 간 불통, 이해하면 사라질 장벽
하나님의 교회는 청소년의 밝은 미래를 응원하며 꾸준히 인성교육을 개최해왔다. 사진은 경기 분당 새예루살렘 판교성전에서 열린 인성교육이다. [사진 제공 · 하나님의 교회]
권 교수는 강연에서 “어떤 사람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대의 얘기를 듣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이념 대립보다 무서운 것이 세대 간 이해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기성세대로서 요즘 젊은이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고,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과 항변 같은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가 한 일을 과소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파독 광부로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힘 중에는 ‘우리 후손에게는 부강한 나라를 물려주자’는 희망도 있었다. 나는 비록 가난하게 살았지만 우리 후손은 부자 나라에서 잘살기를 바라는 하나 된 마음이 있었다. 물론 대등하고 수평적 관계에서 기성세대는 젊은이를 이해하고, 젊은이도 기성세대를 이해하며 함께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성 교육은 사춘기 이전에
5~6일에 부산수영 하나님의 교회에서 청소년 인성 함양을 위한 명사 초청 특강이 열렸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파독 광부 에피소드의 실제 모델인 권이종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청중들은 하나같이 경청하며 강연에 집중했다. [사진 제공 · 하나님의 교회, 홍태식]
청장년은 강연을 통해 부모 세대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됐다고 소회했다. 박봉철(53) 씨는 “우리 부모들의 고난이 단순히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은 다음 세대를 위한 헌신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겪는 불합리나 불편, 가난을 다음 세대에 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준 용기에 감사한다. 우리 사회도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대립할 것이 아니라, 서로 감싸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동관(38) 씨는 “꿈을 잃지 않는 의지와 인내는 우리도 배워야 하는 삶의 태도다. 긍정적이고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권 교수는 강의 내내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교육에는 시기가 있다. 10세 이하 아동기는 부모가 아이를 끌어가는 시기고, 청소년기는 부모가 자녀 옆에서 함께 가는 시기다. 그리고 그 후는 자녀를 앞에 세우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시기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시기가 사춘기 이전”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권 교수는 나뭇가지 하나를 꺼내 휘어 보였다.
하나님의 교회, 청소년 인성 함양 위해 힘써
“연한 부분은 아무리 휘어도 꺾이지 않지만 조금 굵은 부분은 꺾인다. 이런 이치처럼 심리학에서도 15세 이전에 형성된 인성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한다. 우리 옛말에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같은 말이 있지 않나. 그래서 가장 좋은 교육은 가정교육이다. 나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나눔과 봉사활동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난한 와중에도 항상 동네 사람들에게 베풀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덕분인 것 같다.”그러면서 권 교수는 하나님의 교회가 시행하는 봉사활동을 언급하며 인성 교육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인성 교육의 중요한 덕목이 나눔과 봉사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도 소유보다 의미 있는 삶에 초점을 맞춰 살았다. 이런 측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하나님의 교회는 인성 교육의 중요한 장이 된다”는 것이다.
인성 교육 활동 계속 펼쳐
하나님의 교회 신자들이 원주 신림면 황둔리에 위치한 농가에서 토마토 수확을 돕고 있다. 이런 봉사활동은 청소년들이 가족, 이웃과 함께 봉사하며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기회가 된다. [사진 제공 · 하나님의 교회]
올해도 서울, 대구, 군산 등 각처에서 인성 교육을 진행한다. 경북 구미에서는 1월 5일 ‘긍정적인 마인드와 인간관계’라는 주제로 인성 특강을 개최했다. 전주에서는 1월 8일 특강을 열어 청소년기를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이외에도 동·하계 학생캠프를 통해 청소년들은 독립기념관, 박물관, 법원, 과학관 등을 견학하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시야를 넓힌다. 동시에 소외 이웃을 위한 연탄 배달, 농촌 일손 돕기, 벽화 그리기, 요양원 청소봉사, 환경정화 등 자원봉사 체험을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배우면서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로 성장해간다.
하나님의 교회는 “앞으로도 지구촌 가족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미래 세대가 올바른 인성과 가치관, 감성을 함양해 더 나은 세상을 힘차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