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대표팀의 8강 진출이 확정되자 네덜란드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가를 관광하는 상품 ‘땡큐! 히딩크!’를 내놓은 자유여행사는 쇄도하는 예약 문의 전화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자유여행사에 따르면 지난 6월26일 28명의 ‘히딩크 고향 방문단’이 처음 출발했고, 7∼8월 두 달 동안 예약된 인원만 300여명에 이른다.
대박을 터뜨린 ‘땡큐! 히딩크!’ 상품을 만들어낸 장본인인 이 여행사 민경숙 이사는 오히려 고객들의 성화에 히딩크 마케팅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동안 네덜란드는 유럽 여행의 경유지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히딩크 감독의 인기가 높아지자 고객들이 먼저 그의 고향을 물어오기 시작했죠.” ‘땡큐! 히딩크!’ 일정에는 히딩크의 집과 단골 카페, 그리고 히딩크가 선수생활을 했던 PSV 아인트호벤 구단 전용구장 방문이 포함되어 있다. 히딩크 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월드컵 직전보다 예약률이 3배 이상 늘었다는 이 여행사는 한마디로 잔치 분위기.

연일 방송과 신문 등에서 히딩크 감독에 대한 보도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관련 서적 또한 계속 인기다. 대표팀을 취재한 기자들의 글을 모은 ‘세계가 놀란 히딩크의 힘’은 일주일 만에 교보문고 6월 넷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축구해설가 신문선씨가 쓴 ‘히딩크의 리더십: 기적을 창조하는 77가지 키워드’(리더스클럽)는 인터넷 서점에서 사나흘에 한두 권씩 팔리는 데 그쳤으나 월드컵 기간중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 현재 4만권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CEO 히딩크: 히딩크 경영리더십의 7가지 조건’(하서출판사), ‘CEO 히딩크: 게임의 지배’(바다출판사) 등도 출판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호텔에선 ‘히딩크 칵테일’ 등장
히딩크 감독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히딩크 인형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대표팀 미니어처 라이선스 업체인 ㈜빅터코리아의 이운형 마케팅부장은 “히딩크 붐이 일면서 생산이 달릴 정도”라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과 히딩크 감독을 꼭 닮은 미니어처는 사실 올해 초부터 편의점과 직영점을 통해 판매됐으나 월드컵 직전까지만 해도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체 판촉용으로만 일부 판매됐을 뿐. 하지만 월드컵 기간중 주문이 폭증해 현재 60만개 이상이 팔렸고, 국내에 재고가 없어 생산공장이 있는 중국에서 매일 3000~6000개씩 비행기로 실어 나르는 형편이다.

국내에 진출한 네덜란드 업계도 ‘히딩크의 나라’에서 왔다는 것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히딩크가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역임할 당시 그를 TV 광고모델로 기용한 적이 있는 ING생명의 모회사 ING그룹은 기존 광고에 우리 대표팀의 사진을 삽입해 다시 광고를 내보내는 재치를 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4강을 기원하며 ‘한국 축구를 이끈 명장 히딩크의 전략’과 ‘ING의 인생계획’을 동일시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ING생명의 노구미 차장은 “히딩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그를 직접 기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그 정도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또 “히딩크 효과가 직접적으로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당장은 숫자화하기 어렵지만 일단 기업 이미지가 높아진 만큼 향후 기업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1999년 ‘네덜란드생명’에서 ‘ING생명’으로 이름을 바꿨을 정도로 자국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않는 이 회사가 히딩크 마케팅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히딩크가 대단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히딩크에 대한 이러한 국민적 열광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는 일. ‘한철 장사’를 위한 각 업체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기만 하다.
주간동아 342호 (p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