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 자리잡은 ‘향적봉대피소’.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덕유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눈꽃 명산 중 하나다. 금강의 본류와 가까운 데다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많은 눈을 뿌려 남부지방의 산치고는 적설량이 많기 때문이다.
무주구천동 33경의 마지막 절경인 향적봉에 올라서면 수많은 산봉우리의 실루엣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이맘때면 봄꽃보다 더 곱고 화사한 눈꽃이 날마다 피고 진다. 또한 늦가을부터 이른 봄 사이엔 하얀 상고대(서리꽃)가 눈꽃 못지않은 진풍경을 연출하고, 웅장한 산맥을 배경 삼아 펼쳐지는 해돋이와 해넘이도 장엄하다.
향적봉 정상에서 해돋이와 눈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향적봉대피소에서 하룻밤 묵는 것이 좋다. 대피소에서는 담요, 침낭 등 침구를 대여할 수 있고 전기온돌이 깔려 있어 잠자리가 따뜻하다. 라면, 통조림, 커피, 음료수 등 간식거리도 판다. 1인당 이용료는 7000원.
덕유산은 정상인 향적봉(해발 1614m)을 중심으로 두문산 거칠봉 칠봉 중봉 삿갓봉 무룡산 남덕유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작은 산맥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종주산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무주구천동에서 향적봉까지의 등산 코스는 의외로 짧다.
무주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무주구천동의 상가지구가 들어선 삼공통제소에서 백련사까지는 약 1시간30분 동안 산책하듯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계곡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펼쳐지는 무주구천동 33경의 풍광에선 다른 계절엔 느낄 수 없는 적막감이 짙게 배어나온다. 빙설(氷雪)과 정적에 잠긴 겨울철 계곡을 바라보노라면, 앞만 주시하며 분주히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는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2시간가량 걸어야 하지만, 산행시간이 비교적 짧아 남녀노소 누구나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적설기엔 아이젠과 방한복을 착용해야 한다. 그래야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을 뿐 아니라 능선을 타고 휘몰아치는 강풍에도 체온을 빼앗기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이 넉넉하지 않거나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무주리조트의 관광곤돌라를 이용해 향적봉에 오르길 권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하산 편은 오후 4시30분)까지 운행하는 이 곤돌라를 이용하면 약 20분 만에 설천봉(1530m)에 도착할 수 있다. 거기서 환상적인 눈꽃터널과 나무계단을 번갈아 지나며 20분쯤 걸으면 향적봉 정상에 이른다.
사방으로 시야가 거침없는 정상에선 중첩한 고봉과 산줄기가 다채로운 톤의 실루엣을 그리며 한눈에 들어온다. 향적봉에서 중봉 삿갓봉 무룡산 등을 거쳐 남덕유산까지 기세 좋게 뻗은 백두대간의 등줄기도 손금처럼 훤히 내려다보인다. 멀리 동남쪽으로는 지리산 가야산 황매산 기백산 적상산 등 내로라하는 명산과 준봉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덕유산 눈꽃산행의 시발점인 무주리조트는 스키 슬로프와 관광용 곤돌라뿐 아니라 특급호텔, 가족호텔, 눈썰매장, 노천온천탕, 사우나 등 다양한 부대시설과 위락시설을 갖췄다. 더욱이 리조트 주변에 맛집과 숙박업소가 많아 겨울철 가족휴양지로 안성맞춤이다.
덕유산국립공원 북서부 지역인 적상산(1034m) 역시 한번 들러볼 만하다. 무주양수발전소가 들어선 뒤로 8부 능선까지 찻길이 개설된 덕에 수월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 이곳엔 고려 공민왕 때 최영 장군이 왕에게 건의해 축성한 적상산성(사적 제146호)과 충렬왕 때 창건됐다는 안국사가 자리잡고 있다.
적상산 정상 아래 자리한 안국사는 조선시대에 적상산 사고(史庫)를 지키던 승병들의 숙소였다. 지금은 댐 건설로 본래의 절터를 옮기는 바람에 고풍스런 멋을 느낄 수 없지만, 경내 어디에서라도 덕유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조망이 빼어나다. 이곳은 눈이 많이 내리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므로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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