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 플레이스 내촌창고 프로젝트’를 벌이기 위해 소매 걷고 나선 사람은 화가 출신 목수 이정섭.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개인전까지 연 그는 붓질을 접고 망치질을 시작했다. 애초에 집 짓는 대목으로 출발했다가 지금은 가구 만드는 소목으로 일하고 있다. 2002년부터 이진경 작가와 함께 내촌면에 자리잡고 내촌목공소를 꾸려온 그는 마을 자체를 예술마을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아트매니저인 김민식 씨가 그의 파트너. 오지마을에 아트숍을 열고 상설 전시장과 기획 전시장을 꾸릴 계획을 하고 있으니 서른 중반을 넘어서는 그의 삶은 이제 도시의 미술 엘리트들과는 다른 실험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중진작가 4인, 농협창고를 조각·회화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켜
예술이 시골로 찾아가는 이유는 주로 전원마을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다. 복닥거리는 도시에서는 불가능한 ‘일로매진 아트의 꿈’을 이룰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마을에 들어간 예술가가 주민들과 함께 그 마을을 활기 넘치는 공간으로 바꾸는 공간 재생 프로젝트의 사례가 늘었다. 관람객도 거의 없고 컬렉터도 없는 인구 2500명 남짓의 면 단위 시골마을 농협창고에서 예술을 꿈꾸는 이정섭. ‘이 친구 여전히 지독한 낭만주의자로구먼’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주민 대표의 연설을 들었다. ‘육신의 양식을 쌓아두던 창고를 마음의 양식을 기르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예술의 꿈을 칭찬하고 있었다. 마음이 놓인다. 수천명 관람객과 힘 있는 컬렉터보다 소중한 자산이 작가에게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