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9

2004.08.26

풍자와 유머 빠진 뚱보 고양이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4-08-20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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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자와 유머 빠진 뚱보 고양이
    존 데이비스의 ‘가필드’는 1980년대 미국 대중문화가 낳은 가장 인상적인 스타다. 이 뚱뚱하고 게으르며 시니컬하고 야비하며 뻔뻔스러운 고양이는 지난 20여년 동안 심술궂은 얼굴을 세 칸짜리 신문만화에 내밀면서 독자들을 매료시켜왔다. 이 형편없는 고양이의 무엇이 그렇게 사람들을 잡아당겼을까?

    아마 이 지극히 인간다운 고양이의 뻔뻔스러운 솔직함 때문이리라. 누군들 가필드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며 퍼질러져 살고 싶지 않겠는가? 직장도 다니지 않으면서 월요일이 싫다고 꾸물거리는 이 털 달린 라자니아의 한탄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필드의 어마어마한 인기는 지금까지 수많은 부산물을 만들어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로렌조 뮤직이 나른한 목소리로 이 뚱보 고양이의 목소리를 더빙한 텔레비전 시리즈와 스페셜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소개할 영화 ‘가필드’는? 아쉽게도 영화가 텔레비전 시리즈의 인기를 뛰어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이 영화도 가족영화 섹션에 진열되어 꽤 오랫동안 대여순위에 오르긴 하겠지만.

    영화 ‘가필드’는 도그 캐처에게 잡힌 오디를 가필드가 구출한다는 내용의 텔레비전 스페셜 ‘Here Comes Garfield’에서 스토리를 빌려왔다. 단지 이 영화에서 오디를 위험에 빠뜨리는 건 도그 캐처가 아니라 오디를 이용해 한몫 잡으려는 타락한 연예인인 해피 채프먼이다.



    풍자와 유머 빠진 뚱보 고양이
    많은 순수주의자들은 이 영화를 보고 실망할 것이다. 가필드의 컴퓨터 그래픽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오디, 너멀, 알린과 같은 조연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만화 속의 모습 대신 보통 강아지와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가필드의 주인 존 아버클은 원작보다 훨씬 실력 있고 여자와도 편하게 지내는, 비교적 사는 데 덜 서툰 평범한 젊은이다. 수의사 리즈는 존을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온 친구로 만화에서처럼 차갑지도 않다.

    이것들이 문제가 될까? 사실 그렇다. 순수주의를 무조건 옹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각색물이 원작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그 빈자리를 채울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도 못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리고 ‘가필드’는 그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원작의 냉소주의와 사디스틱한 농담을 흉내내는 척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장편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는지,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뻔하디 뻔한 감상적인 미국 가족영화의 공식을 따라간다. 아무리 빌 머레이의 쿨한 가필드 목소리 연기가 원작의 날카로움을 흉내내도 영화 ‘가필드’에는 원작의 풍자와 유머는 없다. 아무래도 할리우드는 이 뚱뚱한 고양이가 적응할 만한 곳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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