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3

2003.10.02

“아이를 둘로 자른다고?”… 법은 시민들의 상식

  • 입력2003-09-25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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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둘로 자른다고?”… 법은 시민들의 상식
    친생자 다툼을 단숨에 해결한 솔로몬 왕의 지혜는 현재의 ‘법 상식’을 토대로 봤을 때 과연 지혜로웠다고 할 수 있을까. 의료·청소년 문제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재천 변호사(사진)는 고개를 젓는다. 그는 차라리 두 여자로 하여금 아이한테 젖을 물리게 해 아이의 반응을 보거나 누가 아이를 낳고 길렀는지 목격자를 찾는 방법, 혹은 이웃이나 친척을 통해 확인하거나 아버지를 찾는 등의 방법으로 진짜 어머니를 가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마저 어려웠다면 ‘아이를 둘로 자른다’는 ‘벼랑 끝 협박’을 하는 대신 두 사람에게 1주일씩 번갈아 키우라는 화해나 조정안을 제시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말한다. 법은 무엇보다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

    최근 최변호사가 내놓은 법률 칼럼집 ‘굿바이 Mr. 솔로몬’(향연 펴냄)은 이처럼 ‘법은 상식과 통한다’는 논리로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났거나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 등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더불어 살고, 바르게 사는 삶을 위한 지혜들을 모은 이 책은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최변호사는 “이 책을 통해 시민들이 법전에 씌어 있는 법과 상식 간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법이 시민의 상식이 모여 이뤄진 것임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그의 칼럼들은 평범한 상식에 기초하고 있지만 읽고 나면 ‘아하,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 더욱이 개별 사건에 대해 단순한 법률적 해석을 넘어 소설, 영화, 드라마, 그림 등 사회·문화적인 지식들을 동원해 풀어내고 있어 흥미롭다.

    ‘굿바이 Mr. 솔로몬’은 크게 여섯 장으로 나뉘어,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죄와 벌의 형태, 사랑과 성에 관련된 새로운 범죄들, 트랜스젠더·청소년·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인간복제와 사이버 테러가 이루어지는 첨단기술 시대에 필요한 법 상식, 정치·경제·사회적 주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만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탈주범 신창원을 신고하지 않은 동거녀 네 명의 법적 처리문제, 자동차 급발진을 입증하는 문제, 음주운전을 하다 세 번째로 적발될 경우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삼진아웃제의 등장 이유 등이 그것.

    그의 ‘법 상식’ 잣대는 특정 사안의 경우 재판부의 판결 내용도 걸고넘어진다. 예컨대 대법원이 2000년 4·13 총선 때 시민단체들이 벌인 낙천·낙선운동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리고 집행부에 유죄를 선고한 사건. 그는 국민을 대표할 사람들에 대한 바른 정보를 알고자 하는 이런 시민운동은 헌법 위반이 아니라 오히려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 차원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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