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0일 서울지하철 용산역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BTS RM 전역을 축하하는 팬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 뉴시스
거리 걸으며 K팝 호흡하는 즐거움
K팝에서 현장성은 무척 중요한 개념이다. 이제 콘서트도 스마트폰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시대지만, 팬들은 구체적인 장소의 감각을 즐긴다. 특히 지하철 광고판은 팬덤이 점유한 ‘영토’이자, 아티스트와 팬이 상징적으로 연결되는 ‘포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2010년대 중반부터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습생 응원 광고도 크게 늘었다. 그 과정에서 광고판은 팬들의 염원, 즉 지지하는 연습생의 데뷔라는 꿈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의미도 갖게 됐다. 광고판 주위로 응원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21세기 서낭당’이라는 농담이 돌았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테다.
요즘 팬들은 아이돌에 몰입하며 그들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한다. 아이돌이 역경을 딛고 마침내 성공하듯이, 자신 또한 고난을 거쳐 언젠가 빛을 보리라 기대한다. 그런 이들에게 지하철 광고판은 아이돌과 함께하는 꿈과 염원의 실체적 공간이다.
또한 팬덤 광고는 서울을 ‘K팝의 도시’로 감각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외국이나 한국 서울 외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 서울은 K팝의 도시로서 어떤 ‘쿨함’을 갖는데, 곰곰이 따져보면 K팝의 공간이란 게 별로 없다. K팝 관광객에게 “내가 K팝의 도시에 왔구나”라는 감각을 제공하는 건 공연장이나 방송국, 기획사 건물 앞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오로지 지하철 팬덤 광고뿐이다. 팬덤 광고는 서울을 거니는 모든 순간에 K팝을 호흡하게 한다. 이 도시 어딘가에서 빛나고 춤추며 살아가는 아이돌의 존재를 의식하게 만든다.
최근 서울 지하철 역사 광고판 곳곳이 텅 빈 채 방치된 모습이 인터넷 공간에서 화제가 됐다. 아이돌 팬덤이 선호하던 일부 지하철 역사 광고 단가가 오르면서 한때 넘쳐나던 광고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흔적이다. 팬덤이 하는 행동은 대부분 애정의 발로인데, 이를 볼모로 삼듯 부당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광고판이 팬덤을 등치는 곳이기보다 팬덤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현장이 되길 바란다. 팬덤 광고는 분명한 문화적 의의를 갖고 우리 도시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