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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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화 전략’으로 한국시장 공략하는 BYD

[조진혁의 Car Talk] 가성비 뛰어난 블레이드 배터리가 핵심 기술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4-12-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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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한국시장에 출시될 BYD 승용차 후보군으로 꼽히는 ‘씰(SEAL)’(왼쪽)과 ‘오토3(ATTO3)’. [BYD 제공]

    내년 한국시장에 출시될 BYD 승용차 후보군으로 꼽히는 ‘씰(SEAL)’(왼쪽)과 ‘오토3(ATTO3)’. [BYD 제공]

    2025년은 한국 전기차 시장에 기념비적인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테슬라, 현대차·기아, 유럽·일본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BYD(비야디)가 본격적으로 참전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전기 지게차, 전기버스, 전기트럭 등 상용차로 한국에 얼굴을 알린 BYD가 이제는 ‘승용 전기차’로 도전장을 내민다는 점에서 시장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소비자는 ‘단순한 전기차’를 넘어선 ‘우수한 전기차’를 찾는 데 익숙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전기차는 보조금, 유지비, 친환경 이미지 정도였지만, 지금 소비자들은 배터리 효율성과 퍼포먼스, 디자인 경쟁력, 브랜드 가치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가격 못지않게 주행거리와 성능, 정비를 비롯한 사후 지원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 전기차 시장은 가성비뿐 아니라 ‘가치’가 중요시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BYD가 단순히 ‘저렴한 중국차’ 이미지를 내세워 한국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을까.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보면 가능할 것도 같지만, BYD는 냉정하게 한국시장을 파악한 듯하다. BYD의 2025년 한국시장 진출 전략은 플래그십 모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현지화된 서비스 네트워크를 신속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소비자 마음을 얻으려면 가격 경쟁력보다 신뢰, 품질, 이미지 구축이 필수라는 점을 인지한 것 같다.

    안정성 높고 수명 긴 블레이드 배터리

    BYD가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유럽, 동남아, 남미에서 BYD는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성과를 거뒀다. 유럽시장에서는 디자인과 기술, 안전성 측면에서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며 점차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해왔다. 동남아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내구성을 앞세워 대중적으로 안착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택시나 공유 차량으로 BYD 전기차가 사용돼 브랜드 인지도가 향상됐다. 해외 경험을 토대로 BYD는 한국에서도 초기 브랜드 인지도 구축에 힘쓰는 한편,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반영한 모델 라인업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BYD가 주력하는 블레이드 배터리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뛰어난 안정성과 긴 수명, 효율적인 원가 구조를 갖추고 있다. BYD가 해외시장에서 가성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주행거리, 충전 속도, 내구성을 꼼꼼히 따지는 한국 소비자에게 블레이드 배터리는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더구나 BYD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부품 조달부터 완성차 생산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나 원자재 비용 상승 등 외부 변수에 대응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많은 한국 소비자가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과거 중국 자동차가 ‘저가·저품질’ 이미지로 각인된 바 있고, 국산 및 수입차 대비 차량 완성도가 부족한 사례들이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12월 3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BYD가 앞서 진출한 일본시장 사례처럼 한국시장에서도 초기 성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소비자들이 자국산 차량을 선택하고, 중국산 제품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이러한 이유로 BYD가 렌터카나 법인용 차량을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배터리 산업과 관련된 정책 변화도 변수다. 한국 정부가 향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장착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어떻게 운영할지, 원자재 수급 문제와 배터리 재활용 의무화 조치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정책과 산업 육성 의지가 중요한데, 특정 기술에 대한 보조금 축소나 변동이 발생한다면 BYD의 가격 경쟁력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BYD가 가진 장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출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2025년에는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시장 또한 전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서 더 많은 브랜드와 모델이 투입될 경우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된다. 만약 BYD가 고급화 전략과 탄탄한 서비스,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실현한다면 기존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브랜드 선입견 지우기가 관건

    BYD가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기대 이상의 상품성과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차량 성능, 품질 보증, 신속한 부품 수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제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2025년 BYD는 한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한 차례 테슬라라는 충격 요인을 겪은 후 국산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가 벌이는 다층적 경쟁이 일상화된 상태다. 소비자들은 이제 전기차 구매 측면에서 매우 합리적이고 까다로운 심사관이 됐으며, 제조국가보다 차량 자체의 완성도와 서비스, 기술력을 본다. 이런 상황에서 BYD가 기대에 부응한다면 중국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은 서서히 옅어질 수 있다. BYD가 2025년 초반부터 큰 판매량을 기록하지는 못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만족도를 차근차근 쌓아간다면 3~4년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2025년 BYD의 한국시장 진출은 단순히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의 등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 전기차 시장이 다시 한 번 ‘글로벌 표준’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고, 국내 제조사와 외국 기업 모두가 기술, 서비스, 가격 정책을 재점검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전기차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을 BYD에 한국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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