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장류에는 발효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1000종 넘는 미생물이 존재한다.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제공]
전통 장류에 함유된 다양한 미생물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장류는 세계적으로도 미생물 종류가 다양해 매우 우수한 발효식품으로 평가받는다. 세계 발효식품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보면 중국 전통 발효주(백주) 173~875종, 프랑스 와인 19~324종, 중국 전통 발효차(보이차) 59~62종, 요구르트 56~149종, 사우어크라우트 76~1157종, 치즈 20~200종인 데 반해, 한국 장류는 평균적으로 청국장 71종, 고추장 606종, 된장 610종, 간장 1998종에 이르러 다른 나라 발효식품에 비해 미생물 수가 많은 편이다(그래프 참조).한국형 미생물 10만 건 이상 자원화 기대
또한 전통 장류에 관여하는 미생물은 대부분 해당 지역 기후나 원료 등 환경은 물론, 장을 만드는 사람이 보유한 미생물도 함께 작용하기에 지역과 장류의 종류, 제조 시기, 제조사별로 다르다. 그뿐 아니라 발효·숙성 기간에 따라 장류 내 미생물 균총이 변화하는데, 이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생성되는 대사산물과 연관돼 장류의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전통 장류의 여러 기능과 우리 몸에 미치는 이로운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규명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원 아래 2020년 선행연구 사업을 기점으로 2025년까지 진행되는 ‘장류 기능성 규명 사업’이 대표적 예다. 전북 순창군과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은 미국 텍사스대 등 8개 국내외 대학·연구소·기업과 협업해 국내에 시판 중인 장류의 안전성을 모니터링하고, 효소·세포·동물·인체에 대한 기능적 우수성의 과학적 근거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을 기반 삼아 장류 미생물 분석을 통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국 전통 장류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장류 소비 확대와 글로벌 식품 육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면역 증진, 장 기능 개선, 항비만 등 다양한 기능성을 갖췄다. 소비자의 높은 관심 속에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인데, 동물성 유래 유산균(Lactobacillus rhamnosus GG 등)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전통 장류에도 우수한 프로바이오틱스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바로 고초균과 식물성 유래 유산균이다. 전통 장류에 무수히 많이 함유돼 있으며, 수천 년 전부터 선조들이 섭취해온 안전한 미생물이다. 전통 장류의 다양한 효능은 그 안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미생물이 생성한 대사산물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통 장류에서 분리된 미생물과 관련해 정장 및 항암 효과, 콜레스테롤 저하, 혈압 강하, 혈전 저해, 설사 방지, 항아토피, 항비만 등 다채로운 기능성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식품 섭취로 마이크로바이옴 조절 및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강과의 연계성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농식품부는 2022년 12월 전담 부서인 그린바이오산업팀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그린바이오산업법을 제정하는 등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그린바이오 산업이란 종자, 동물용의약품, 미생물, 곤충, 천연물, 식품소재 등 농업생명자원에 생명공학기술 등을 적용해 농업 생산성 향상, 신소재 개발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산업을 말한다.
된장과 고추장 등 전통 장류에 함유된 미생물이 암을 예방하고 혈압을 내리는 등 건강에 이로운 다양한 효능을 지닌다는 기능성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GETTYIMAGES]
우리 식탁의 미래, 그린바이오
전북 순창군과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은 미생물 분야에서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대응해 우리 고유의 안전한 미생물 소재를 발굴하고, 다양한 기능성 연구를 기반으로 기업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순창군 유용미생물은행’을 통해 전통 먹거리가 미래까지 이어지도록 미생물 소재를 보전하고 있으며, 미생물 특성·실물자원 마이크로바이옴 등 데이터베이스(DB)를 공공데이터로 활용해 그린바이오 산업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2030년에 이르면 전통 장류 등에서 분리한 한국형 미생물과 생물자원이 10만 건 이상 자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순창군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먹는 미생물 공급기지로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자원 확보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정보·소재 제공을 활성화해 자원 선순환을 통한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에 기여할 방침이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
1만3000명 마음 모인 행복의 하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