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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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콘셉트로 더 깊어진 비투비 임현식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3-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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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투비 임현식. [임현식 X]

    비투비 임현식. [임현식 X]

    임현식은 2012년 데뷔한 그룹 비투비(BTOB) 멤버다. 경쾌한 곡을 많이 선보인 보이그룹이지만, 흔히 말하듯 ‘래퍼마저 노래를 무척 잘하는’ 그룹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중기 이후 발라드 기조로 팀 컬러를 선회하기도 했고, 보컬 중심의 유닛(비투비-블루) 활동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임현식은 2017년 멤버별 솔로 싱글 프로젝트였던 ‘SWIMMING’을 비롯해 2019년 첫 솔로 미니앨범 ‘RENDEZ-VOUS’ 등을 통해 얼터너티브 록 기반의 곡을 내고 있다. 5년 만의 두 번째 솔로 미니앨범 ‘The Young Man and the Deep Sea’도 이런 기조를 이어간다.

    비투비 임현식이 두 번째 솔로 미니앨범 ‘The Young Man and the Deep Sea’를 선보였다. [임현식 X]

    비투비 임현식이 두 번째 솔로 미니앨범 ‘The Young Man and the Deep Sea’를 선보였다. [임현식 X]

    타이틀곡 ‘고독한 바다(La Mar)’는 끝없는 어둠 속으로 침잠하는 바다를 그린다. 가사 ‘남아 있던 빛마저 아득하게 멀어져만 가’에서 화자는 고독의 공간에 가시적 희망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미리, 그리고 몇 번쯤 못 박아둔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지키고 꿈을 찾아가겠다고 말한다. 딱히 근거는 없다. 이제는 K팝에서 매우 흔해진 서사처럼 청춘이나 미래, 보상 같은 것을 말하지도 않는다. 막연하지만, 그럼에도 무책임하거나 얄팍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그 이유를 알려면 곡을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K팝을 기대하게 하는 단초

    밴드 편성으로 이뤄진 사운드는 때로 몽상적으로, 때로 날카롭고 매섭게 일렁이는 공간을 연출한다. 팝적인 매끈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연주의 몸짓이 손과 귀에 닿을 것만 같은 생생함 역시 보존한다. 그것이 압도적으로 끝없는 어둠과 그 속에 보일 듯 말듯 어슴푸레한 빛을 이미지화한다. 차갑고 넓은 공간감에 이어 느긋함 없이 나아가는 비트의 당당한 속도감도 매력적이다. 소재와 주제를 모두 잘 형상화한 사운드다. 거기에 임현식의 송라이팅과 보컬은 마냥 ‘본격 록’만 표방하진 않는다. 오히려 가요적 질감의 풍부한 서정을 효과적으로 도입한다. 그 결과는 단지 이색적인 결과물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임현식의 목소리는 처연하게 시작해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꿈틀거리는 절절함으로 나아간다. 거기에는 몸부림치는 발라드적 처절함으로 들릴 여지가 있지만, 끝내 어떤 선을 넘지는 않는다. 꼭 필요한 때와 정도를 사려 깊게 지켜내는 그의 쏟아냄은 목소리가 애절하기에, 메시지가 막연하기에 오히려 더 단호한 확신처럼 들리는 마술을 보여준다. 인디 록과 K팝-가요의 중간 지대에서 양쪽 강점을 흡수하고 균형점을 찾아나가는 작법과 표현력이다. 역시나 어둡고 광막한 공간과 고독을 그렸던 전작으로부터 이어지며 한층 완숙해진 그만의 기예라고 할 만하다.

    뮤직비디오에서 임현식은 정장을 입은 채 바닷속에 침잠하기도 하고, 스팀펑크(Steam Punk)풍의 모습으로 잠수에 도전하기도 한다. 스팀펑크는 근대의 투박한 수공업 장비로 이뤄지는 좀 더 미래적인 시도를 상상하는 세계관으로, 대자연 앞에 미약한 존재로서 인간과 불가능에 가까운 인간의 무모한 꿈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곡은 이처럼 시각요소와 콘셉트, 사운드, 작곡, 실연 모두를 통해 소재를 집중력 있게 담아낸다. 또한 비애가 깃든 허무주의와 가녀리지만 확실한 희망을 가슴속에 큰 울림으로 떨궈 넣는다. 참신한 발견을 곁들일 수 있는, 준수하고 깊이 있는 작품이다. 흔히 획일적이라는 K팝 산업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혹은 그럼에도 K팝에서 어떤 새로움과 다양성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하게 하는 단초라고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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