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2

2023.10.27

펫보험 활성화 대책 부작용은?

[이학범의 펫폴리] 개체식별 강화·진료기록 증빙 문제 선결해야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3-11-0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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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정부가 최근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이란 공보험(국민건강보험 등)이 아닌 사보험을 뜻합니다. 사람의 실손보험처럼 사설 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이죠. 올해 기준 국내 11개 보험사가 펫보험을 판매 중인데요. 국가가 운영하는 동물건강보험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펫보험은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동물건강보험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은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대안이 되고 있다. [GettyImages]

    국가가 운영하는 동물건강보험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은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대안이 되고 있다. [GettyImages]

    펫보험 가입률 1%도 안 돼

    문제는 국내 펫보험 가입률이 0.9%로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 영국(25%), 일본(12.5%)과 비교하면 가입률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습니다. 상위 1~3위 보험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판매 실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가 동물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펫보험에는 가입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인 거죠.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가 펫보험 활성화 대책(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펫보험 활성화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7월 국정과제에 펫보험 활성화가 포함됐고 같은 해 9월 관련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 펫보험업계가 TF에 참여했고, 올해 3월 회의부터는 대한수의사회도 참석했습니다. 그렇게 1년여 간 논의 끝에 발표한 대책이 바로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입니다. 방안은 △보험 인프라 구축 △소비자 편의성 증대 △맞춤형 상품 개발 활성화 △신규 플레이어 진입 허용 등 크게 4가지로 구분됩니다.

    ‘신규 플레이어 진입 허용’부터 역순으로 하나씩 설명하겠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11개 보험사가 반려동물 보험상품을 판매 중인데요. 그중 펫보험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보험사는 하나도 없습니다. 반면 해외에는 펫보험만 전문으로 다루는 보험사가 많습니다. 미국 트루패니언(Trupanion), 일본 애니컴(Anicom), 아이펫(ipet) 등 펫보험으로 유명한 회사 대부분이 펫보험만 다루는 보험사입니다. 이에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펫보험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허용할 예정입니다.



    다음으로 ‘맞춤형 상품 개발 활성화’는 반려동물의 품종, 연령, 질병 특성 등을 고려해 보장 범위와 보험료를 다양화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판매되는 펫보험은 동물의 개체별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보장 한도와 보험료만 조금씩 차이가 날 뿐입니다. 획일적이죠. 맞춤형 펫보험 상품이 늘어나면 소비자 선택권도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 편의성 증대’는 펫보험 가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원스톱(one-stop)으로 펫보험 청구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동물병원 등을 간단손해보험대리점으로 지정해 반려동물보험에 손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소비자가 비대면으로 관련 서류를 보험사로 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죠. 현재는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동물병원에서 서류를 받아 일일이 보험사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따라서 원스톱 청구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소비자의 편의성이 크게 증대될 전망입니다. 다만 보험업계와 동물병원업계 간 협의가 필요하겠죠.

    인프라 구축 전 해결 과제 多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보험 인프라 구축’입니다. 여기에는 개체식별 강화, 진료기록 증빙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펫보험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개체식별이 가능해야 하는데요. 똑같이 생긴 몰티즈 형제를 키우는 보호자가 한 마리만 펫보험에 가입해놓고 다른 강아지가 아플 때도 펫보험을 청구하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함입니다. ‘동물등록제’라는 강력한 개체식별 무기가 있긴 하지만 고양이는 동물등록이 의무가 아니고, 반려견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외장형 등록이 여전히 허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개체식별 강화를 위해 고양이 동물등록을 의무화하고 비문(코주름 무늬), 홍채 등 생체인식정보를 동물등록 방법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이중 고양이 동물등록 의무화는 당연히 필요합니다. 다만 생체인식정보를 동물등록 방법에 추가하는 방안은 재고해야 합니다. 생체인식정보의 부정확성은 차치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표준 동물등록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한국만 생체정보로 동물등록을 허용한다면 반려동물 수출·검역 등에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개별 보험사가 개체를 구분하려고 생체정보를 활용할 수는 있겠으나 법적인 동물등록 방법에 추가하는 계획은 반드시 수정돼야 합니다. 오히려 외장형 등록을 없애고 내장형으로 동물등록 방법을 일원화하는 것이 개체식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또한 보험금 청구 시 동물병원의 진료내역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보험금 청구를 위한 증빙 자료는 진단서와 진료항목이 포함된 세부 영수증으로 이미 충분합니다. 현재도 진료기록 증빙에 부족함이 없는데, 펫보험 활성화를 핑계로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 시작하면 자가진료에 의한 동물학대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불법 제왕절개가 자행된 대규모 번식장에서 수많은 약물과 주사기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봤을 것입니다. 번식장 등에서 자가진료에 의한 동물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동물병원의 진료내역을 공개하게 하는 것은 정부가 동물학대를 부추기는 꼴입니다. 진료내역 공개를 의무화하려면 수의사처방제 예외조항을 삭제해 약물 유통 관리를 강화하고 불법 자가진료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선행돼야 합니다.

    펫보험이 활성화되면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이 낮아져 반려동물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펫보험 활성화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고 해서, 또 대통령실이 펫보험 활성화 문제에 관심을 둔다고 해서 부작용을 초래하는 방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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