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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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만보

전문의가 해설하는 ‘호르몬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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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2-03-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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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뭉크 씨, 도파민 과잉입니다
    안철우 지음/ 김영사/ 312쪽/ 1만7500원

    호르몬은 우리 몸의 지배자로 불린다. 단순히 생체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을 넘어,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관장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 키로 인식된다. 체내 호르몬은 4000가지가 넘는다고 알려졌으며, 전문가들에 의해 정확히 밝혀진 호르몬은 100가지 정도다. 이 책은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들어왔지만 구체적인 기능이나 개념이 모호하던 호르몬에 대해 명화를 통해 배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EBS ‘명의’, KBS ‘생로병사의 비밀’ 등 다양한 방송과 강연을 통해 호르몬 건강 상식을 알려왔다. ‘호르몬 명의’로 유명한 안 교수는 ‘호르몬 도슨트’가 돼 미술관 옆에 진료실을 열어 호르몬을 진단하고 처방한다. 작품으로 들어가면 마치 미술관처럼 감정에 따라 4관으로 구성돼 있다. 제1관 기쁨, 제2관 분노, 제3관 슬픔, 제4관 즐거움이다. 저자는 관별로 해당 감정과 연관된 호르몬을 명화를 통해 설명한다. 이와 함께 건강과 균형을 되찾아주는 식습관, 생활습관 등 호르몬 처방전도 내려준다. 총 14가지 중요 호르몬을 50점 넘는 미술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14가지 중요 호르몬은 엔도르핀, 옥시토신, 세로토닌, 갑상선호르몬, 도파민, 코르티솔, 레닌,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가바, 인슐린, 테스토스테론&에스트로겐, 그렐린&렙틴, 마이오카인이다.

    제1관 기쁨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통해 갑상선호르몬을 이야기한다. 모나리자는 눈썹이 없고 눈두덩이가 부어 있으며 다소 우울해 보인다. 저자는 모나리자의 이런 얼굴 특징이 갑상선기능저하증에서 볼 수 있는 증상과 유사하다고 진단한다. 모나리자처럼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다면 요오드와 티로신을 섭취하라는 처방전도 내린다. 제2관 분노에서 저자는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 ‘절규’를 보고는 감정과 감각을 지배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을 떠올린다. 도파민은 상대 혹은 사물에 대해 호감과 비호감을 판가름하기에 ‘호감 호르몬’으로 불린다. 하지만 과다 분비되면 대상에 강한 충동이나 탐닉, 의존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도파민의 특성과 함께 도파민 관리에 좋은 생활 습관으로 충분한 수면과 명상, 햇볕 쬐기 등을 권한다. 제4관 즐거움에서는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마술사(네 팔의 자화상)’가 나온다. 팔 4개로 식사하면서 음료와 디저트까지 챙기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현대인의 무한한 식탐을 재치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저자는 마술사 작품을 통해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과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을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호르몬 미술관에 간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호르몬과 명화의 이토록 절묘한 조합이라니! 시간 날 때마다 미술관에 들른다는 저자의 폭넓은 미술 상식이 한층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평소 궁금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호르몬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가이드하는 신박한 책이다.





    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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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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