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폭격으로 불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뉴시스]
옛 세계 3위 핵무기 강국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파상 공세 속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선방하고 있는 요인 가운데는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무기 FGM-148 재블린이 러시아군 기갑전력을 격파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은 FGM-148 재블린을 ‘성스러운 재블린’이라고 부르고 있다. 900㎜ 가까운 장갑을 격파할 수 있는 파괴력과 4㎞에 달하는 사거리가 강점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뉴시스]
FGM-148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제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비해 압도적 군사력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개전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다양한 루트로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하이브리드 전쟁을 수행했다.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회는 오랫동안 극심한 사회 분열과 갈등, 혼란에 휘말려야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전부터 진행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친러·반정부 세력을 물밑에서 지원하며 친서방 성향의 정권을 부패·무능 정권으로 몰아갔다. “친미 정권이 동부지역에서 러시아인을 상대로 인종 청소를 벌이고 있다” “네오나치 세력과 결탁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전체주의 국가로 만들고 있다” 등 여론전을 벌였다. 우크라이나 내부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 질서의 균열도 감지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호재로 여겼고, 결국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나섰다.
러시아 대대전술단의 실패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군 병력. [뉴시스]
하이브리드 전쟁을 선택한 러시아가 실제 투입한 군사력만 살펴봐도 이전 분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침공에서 러시아군은 이른바 대대전술단(Battalion Tactical Group)을 운용했다. 대대전술단은 통상 3000~4000명 병력과 제병협동부대, 지원부대로 구성되는 미국식 여단전투단(Brigade Combat Team)의 축소판이다.
1개 대대로도 독립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한 독특한 편제로, 대대전술단 병력은 1000명 정도다. 전차 10대로 구성된 1개 전차중대, 각각 15대 안팎의 장갑차량을 보유한 3개 차량화보병중대, 화력 지원을 담당하는 대전차자주포나 화력지원차량을 보유한 2~3개 중대 규모의 대전차·포병중대와 방공중대, 전투근무지원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러시아는 개전 전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100개 넘는 대대전술단을 배치했고, 유사시 이들을 전력 삼아 우크라이나를 삽시간에 장악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다만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러시아의 대대전술단 전략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전쟁 전략과 무기체계, 부대 편성에 이르기까지 최첨단을 자랑하는 러시아군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취한 대응책은 ‘인민전쟁(People’s War)’ 전략으로 보인다. 인민전쟁 전략은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이 이끌던 중국공산당의 싸움법이다. 객관적 군사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취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전략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이 전략에 말려들어 개전 사흘 만에 4000명 넘는 사상자와 1000대 넘는 전투용 차량 손실을 기록했다. 개전 후 얼마 안 있어 수렁에 빠진 것이다.
킬 존으로 유도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러시아군 탱크.[뉴시스]
우크라이나 정규군은 각 지역 무기고를 열어 시민들에게 무기를 쥐어줬다.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소비에트공화국은 소련 전체 군수품 생산의 30%를 담당했다. 국토 전역에 소총과 기관총, 대전차로켓 등 무기가 넘쳐났다. 무기를 받은 시민들은 정규군과 함께 자신의 거주지 주변에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러시아군을 기다렸다. 우크라이나 측은 기막힌 방법으로 러시아군의 진격을 방해했다. 비무장 상태인 시민 수백 명이 자발적으로 러시아 전차부대의 기동로를 가로막았다. 일부 시민은 도로 이정표를 없애거나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길 잃은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군이 미리 화망을 구축한 ‘킬 존(kill zone)’으로 유도한 것이다. 아파트나 자택에 몸을 숨긴 시민들은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러시아군 병력들의 위치와 동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군에게 실시간 중계했다. 시가전은 공격하는 측보다 방어하는 측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투다. 특히 공격자가 전투지역의 지형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했다면 제아무리 첨단 무기를 갖고 있어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미군이나 이스라엘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가자지구 등 시가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대통령 아닌 시민들이 영웅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지대공미사일을 드론 공격으로 파괴했다며 공개한 사진. [우크라이나 육군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