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최고의 공연을 관객이 망치기도 한다. 문제는 관객이 내는 소음, 그중에서도 휴대전화 벨소리가 대표적이다. 2011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당시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느린 악장 연주 도중 1분 가까이 지속된 벨소리, 2013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교향곡 9번’ 공연 도중 터져 나온 가요 ‘벚꽃 엔딩’ 등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례들이다. 그런데 지난 유럽여행에서 필자는 기침소리도 휴대전화 벨소리 못지않게 공연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6월 26일 독일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Klavier-Festival Ruhr)’ 일환으로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의 독주회가 열렸다. 소콜로프는 미하일 플레트뇨프와 더불어 현존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가운데 최고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 일부 피아노 음악 애호가 사이에선 거의 신처럼 떠받드는 경향마저 있지만, 유럽 밖으로는 연주여행을 다니지 않는 독특한 습성 때문에 많은 이를 애태우는 비르투오소(대가)다.
필자는 지난해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소콜로프의 실연을 처음 접했는데,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공연 중에는 무척이나 엄청난 연주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고, 끝나고 나서는 그 소감을 정리할 말을 찾지 못해 좌절했다. 단 한 번 접한 것만으로는 제대로 파악하거나 규정하기 어려운 부류의 대가라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가 오기를 바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고, 따라서 이번 도르트문트 리사이틀에 대한 기대는 앞서 소개한 마리스 얀손스-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크리스티안 지메르만-베를린 필하모닉 공연 못지않게 컸다.
이번에도 소콜로프는 역시 대단한 연주를 들려줬다. 프로그램은 바흐 ‘파르티타 1번’, 베토벤 ‘소나타 7번’, 슈베르트 ‘소나타 a단조(D.784)’, 그리고 앙코르로 쇼팽 마주르카 등. 필자는 다시 한 번 묵직하고 강력하면서도 둥글고 유연한 그 아취 깊은 타건에 빠져들었고, 풍부하고 다채로우면서도 확고한 일관성을 견지한 그 신비로운 음색에 매료됐으며, 청자를 자신이 의도한 흐름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여 편안히 심신을 맡길 수 있게 해주다가도 어느 순간 의표를 찌르는 표현을 돌출해 당혹감과 경이를 선사하는 그 오묘한 표현과 해석에 전율했다.
그런데 그런 연주에 마음껏 심취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객석 여기저기서 수시로 무분별하게 혹은 무심하게 터져 나온 기침소리였다. 특히 소콜로프가 각 곡의 느린 악장으로 진입하고자 건반 위에 손을 막 올려놓을 때면 어김없이 터져 나온 기침이 최악이었다. 비록 소콜로프는 크게 개의치 않고 별반 흔들림 없이 연주를 이어 나갔지만, 필자 같은 관객은 흐트러진 감흥을 추스르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최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우리 사회에 큰 긴장과 불안을 야기했지만, 그 반대급부 중 하나로 국내 공연장에서는 반가운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바로 이전에는 지나칠 정도로 극심하던 관객의 기침소리가 현저히 감소한 것이다. 아무쪼록 이것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공연장에서 ‘배려의 문화’로 지속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6월 26일 독일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Klavier-Festival Ruhr)’ 일환으로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의 독주회가 열렸다. 소콜로프는 미하일 플레트뇨프와 더불어 현존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가운데 최고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 일부 피아노 음악 애호가 사이에선 거의 신처럼 떠받드는 경향마저 있지만, 유럽 밖으로는 연주여행을 다니지 않는 독특한 습성 때문에 많은 이를 애태우는 비르투오소(대가)다.
필자는 지난해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소콜로프의 실연을 처음 접했는데,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공연 중에는 무척이나 엄청난 연주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고, 끝나고 나서는 그 소감을 정리할 말을 찾지 못해 좌절했다. 단 한 번 접한 것만으로는 제대로 파악하거나 규정하기 어려운 부류의 대가라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가 오기를 바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고, 따라서 이번 도르트문트 리사이틀에 대한 기대는 앞서 소개한 마리스 얀손스-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크리스티안 지메르만-베를린 필하모닉 공연 못지않게 컸다.
이번에도 소콜로프는 역시 대단한 연주를 들려줬다. 프로그램은 바흐 ‘파르티타 1번’, 베토벤 ‘소나타 7번’, 슈베르트 ‘소나타 a단조(D.784)’, 그리고 앙코르로 쇼팽 마주르카 등. 필자는 다시 한 번 묵직하고 강력하면서도 둥글고 유연한 그 아취 깊은 타건에 빠져들었고, 풍부하고 다채로우면서도 확고한 일관성을 견지한 그 신비로운 음색에 매료됐으며, 청자를 자신이 의도한 흐름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여 편안히 심신을 맡길 수 있게 해주다가도 어느 순간 의표를 찌르는 표현을 돌출해 당혹감과 경이를 선사하는 그 오묘한 표현과 해석에 전율했다.
그런데 그런 연주에 마음껏 심취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객석 여기저기서 수시로 무분별하게 혹은 무심하게 터져 나온 기침소리였다. 특히 소콜로프가 각 곡의 느린 악장으로 진입하고자 건반 위에 손을 막 올려놓을 때면 어김없이 터져 나온 기침이 최악이었다. 비록 소콜로프는 크게 개의치 않고 별반 흔들림 없이 연주를 이어 나갔지만, 필자 같은 관객은 흐트러진 감흥을 추스르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최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우리 사회에 큰 긴장과 불안을 야기했지만, 그 반대급부 중 하나로 국내 공연장에서는 반가운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바로 이전에는 지나칠 정도로 극심하던 관객의 기침소리가 현저히 감소한 것이다. 아무쪼록 이것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공연장에서 ‘배려의 문화’로 지속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