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치는 모든 정치활동을 여론과 연결시켜 그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하기 때문에 여론정치라고 부른다. 여론이란 어떤 공공의 문제에 관한 다수 국민의 공통된 의견이나 요구가 집약되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고대 서양에는 ‘민중의 소리는 신의 소리’라는 격언이 있었고, 동양에서는 ‘민심은 곧 천심’이라 하여 여론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두산백과’)
국민 여론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과 직결된다.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으면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국정 어젠다가 탄력을 받지만, 반발 여론에 부딪히면 좌초하거나 지지부진해지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리서치 전문업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취임 첫해인 2013년 3분기엔 긍정평가 비율이 60%로 높았지만, 지난해 40%대로 하락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30%대로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 피해가 극에 달하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까지 확산일로에 있던 6월 셋째 주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9%로 사상 처음 30%를 밑돌기도 했다. 30%대로 하락하긴 했지만, 박 대통령의 임기 3년 차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볼 때 평균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지지율 까먹은 정책들
집권 3년 차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현상은 5년 단임대통령제와 무관치 않다. 취임 초 높은 지지율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해 레임덕에 빠져드는 것. 1993년 취임 첫해 ‘하나회 해체’ 등을 밀어붙여 83%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95년 2분기 지지율이 28%로 취임 초 지지율의 3분의 1 수준까지 하락했다. 2003년 1분기 60% 지지율로 출발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5년 4분기 지지율은 23%로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3년 차인 2000년 6월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한 덕에 지지율이 한때 54%로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의약분업 후폭풍 등이 거세게 불면서 지지율이 30%대로 급전직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과 양상이 크게 달랐다. 취임 첫해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2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집권 3년 차에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안보 이슈가 부각하면서 지지율이 오히려 40% 중·후반으로 올라섰다.
‘콘크리트처럼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박 대통령 지지율이 올 들어 30%대로 하락한 이유는 뭘까.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가뜩이나 대통령이 소통을 잘 못한다는 여론이 높았는데, 권력 내부 문제에 이슈가 집중되면서 지지율이 하락했다”며 지난해 말 제기된 ‘정윤회 비선(秘線) 실세 개입’ 논란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또 “담뱃값 인상으로 블루칼라의 분노를 사고 연말정산 증세 논란으로 화이트칼라의 분노를 촉발한 데 이어, 지역의료보험 체계 개편 논란으로 자영업자의 분노를 사는 등 정책 시스템에 의해 지지율 하락이 유도돼 한때 박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는 ‘국정운영의 불투명성’과 ‘소통 미흡’을 부정평가 이유로 꼽았다. ‘독단적이고 독선적이며 자기중심적이다’ ‘국정운영이 원활하지 않다’ ‘리더십 부족’ 등 대부분 ‘불통’과 연관돼 있다. 메르스 초동대응을 잘못했다거나 안전대책 마련에 미흡했다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불통’ 이미지는 대통령 취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당시 이른바 ‘밀봉인사’ ‘깜깜이인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누가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임명됐는지 그 배경과 과정을 인사권자인 대통령 본인 외에는 알 수 없는 인사가 반복되면서 인사 참사로 이어진 경우가 적잖았기 때문. 이숙현 시사칼럼니스트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불통’ 이미지 때문”이라며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면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지지율 하락세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임기 3년 차는 전반기 국정운영 성과가 지표로 나타나는 시기다. 이 때문에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지지율 하락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집권 기간이 길수록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임기 중반은 국정운영 성과로 국민 기대를 충족해야 지지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데,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창조경제’ 등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가 여전히 국민 피부에 와 닿지 않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지지율을 끌어내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승부수가 부메랑으로
국민 10명 중 반이 넘는 7명 가까이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대통령이 소신껏 국정을 끌고 나가기 어렵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중반이 되면 하반기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저마다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YS는 집권 3년 차에 ‘역사바로세우기’를 명분으로 검찰이 ‘공소권 없음’이라고 결론 내렸던 12·12 쿠데타에 대해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며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YS의 승부수는 어느 정도 통했다. 집권 4년 차 YS의 직무 수행 평가는 40%대로 올라섰고,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선전하는 발판이 됐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중·후반 지지율 하락을 반등케 한 승부수적 요소가 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꺼내 든 ‘대연정’ 카드는 지지율 반등은커녕 오히려 지지층을 분열시켜 지지율 하락을 가속화한 부메랑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 이후 20%대 지지율로 하락했고, 집권 4년 차에는 1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올 들어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한 박 대통령은 어떤 승부수로 지지율 회복에 나설까.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노동개혁’을 박 대통령의 임기 중반 지지율 반등을 위한 승부수로 보는 인사가 많다. 정치권 한 인사는 “당·정·청 회동 이후 여당이 앞장서 노동개혁 이슈를 제기한 것은 노동 문제를 매개로 보수층의 결집을 시도하려는 뜻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보와 보수가 노동 문제로 극하게 대치하면 자연스럽게 보수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것.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이기적인 공무원집단’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며 “노동개혁 논의는 ‘귀족노동조합(노조) 대 비정규직’이란 프레임 설정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즉 결과에 상관없이 노동개혁 논의 자체가 국민의 주의를 환기해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여권이 꺼내 든 ‘노동개혁’ 카드는 과연 박 대통령 지지율 반등을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 노동개혁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국민 여론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과 직결된다.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으면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국정 어젠다가 탄력을 받지만, 반발 여론에 부딪히면 좌초하거나 지지부진해지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리서치 전문업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취임 첫해인 2013년 3분기엔 긍정평가 비율이 60%로 높았지만, 지난해 40%대로 하락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30%대로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 피해가 극에 달하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까지 확산일로에 있던 6월 셋째 주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9%로 사상 처음 30%를 밑돌기도 했다. 30%대로 하락하긴 했지만, 박 대통령의 임기 3년 차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볼 때 평균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지지율 까먹은 정책들
집권 3년 차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현상은 5년 단임대통령제와 무관치 않다. 취임 초 높은 지지율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해 레임덕에 빠져드는 것. 1993년 취임 첫해 ‘하나회 해체’ 등을 밀어붙여 83%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95년 2분기 지지율이 28%로 취임 초 지지율의 3분의 1 수준까지 하락했다. 2003년 1분기 60% 지지율로 출발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5년 4분기 지지율은 23%로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3년 차인 2000년 6월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한 덕에 지지율이 한때 54%로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의약분업 후폭풍 등이 거세게 불면서 지지율이 30%대로 급전직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과 양상이 크게 달랐다. 취임 첫해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2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집권 3년 차에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안보 이슈가 부각하면서 지지율이 오히려 40% 중·후반으로 올라섰다.
‘콘크리트처럼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박 대통령 지지율이 올 들어 30%대로 하락한 이유는 뭘까.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가뜩이나 대통령이 소통을 잘 못한다는 여론이 높았는데, 권력 내부 문제에 이슈가 집중되면서 지지율이 하락했다”며 지난해 말 제기된 ‘정윤회 비선(秘線) 실세 개입’ 논란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또 “담뱃값 인상으로 블루칼라의 분노를 사고 연말정산 증세 논란으로 화이트칼라의 분노를 촉발한 데 이어, 지역의료보험 체계 개편 논란으로 자영업자의 분노를 사는 등 정책 시스템에 의해 지지율 하락이 유도돼 한때 박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는 ‘국정운영의 불투명성’과 ‘소통 미흡’을 부정평가 이유로 꼽았다. ‘독단적이고 독선적이며 자기중심적이다’ ‘국정운영이 원활하지 않다’ ‘리더십 부족’ 등 대부분 ‘불통’과 연관돼 있다. 메르스 초동대응을 잘못했다거나 안전대책 마련에 미흡했다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불통’ 이미지는 대통령 취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당시 이른바 ‘밀봉인사’ ‘깜깜이인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누가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임명됐는지 그 배경과 과정을 인사권자인 대통령 본인 외에는 알 수 없는 인사가 반복되면서 인사 참사로 이어진 경우가 적잖았기 때문. 이숙현 시사칼럼니스트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불통’ 이미지 때문”이라며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면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지지율 하락세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임기 3년 차는 전반기 국정운영 성과가 지표로 나타나는 시기다. 이 때문에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지지율 하락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집권 기간이 길수록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임기 중반은 국정운영 성과로 국민 기대를 충족해야 지지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데,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창조경제’ 등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가 여전히 국민 피부에 와 닿지 않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지지율을 끌어내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승부수가 부메랑으로
국민 10명 중 반이 넘는 7명 가까이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대통령이 소신껏 국정을 끌고 나가기 어렵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중반이 되면 하반기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저마다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YS는 집권 3년 차에 ‘역사바로세우기’를 명분으로 검찰이 ‘공소권 없음’이라고 결론 내렸던 12·12 쿠데타에 대해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며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YS의 승부수는 어느 정도 통했다. 집권 4년 차 YS의 직무 수행 평가는 40%대로 올라섰고,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선전하는 발판이 됐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중·후반 지지율 하락을 반등케 한 승부수적 요소가 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꺼내 든 ‘대연정’ 카드는 지지율 반등은커녕 오히려 지지층을 분열시켜 지지율 하락을 가속화한 부메랑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 이후 20%대 지지율로 하락했고, 집권 4년 차에는 1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올 들어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한 박 대통령은 어떤 승부수로 지지율 회복에 나설까.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노동개혁’을 박 대통령의 임기 중반 지지율 반등을 위한 승부수로 보는 인사가 많다. 정치권 한 인사는 “당·정·청 회동 이후 여당이 앞장서 노동개혁 이슈를 제기한 것은 노동 문제를 매개로 보수층의 결집을 시도하려는 뜻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보와 보수가 노동 문제로 극하게 대치하면 자연스럽게 보수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것.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이기적인 공무원집단’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며 “노동개혁 논의는 ‘귀족노동조합(노조) 대 비정규직’이란 프레임 설정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즉 결과에 상관없이 노동개혁 논의 자체가 국민의 주의를 환기해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여권이 꺼내 든 ‘노동개혁’ 카드는 과연 박 대통령 지지율 반등을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 노동개혁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