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의 황태덕장.
옛날에는 황태를 노랑태, 더덕북어로 불렀다. 명태는 6·25전쟁으로 한반도 허리가 끊기면서 주산지가 동해 북쪽에서 강원 속초와 주문진으로 바뀌었다. 원산과 함흥에서 몰려온 함경도 실향민들은 고향과 가장 가까운 속초에 둥지를 틀고 명태 사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가장 비싼 황태를 재현하기 위해 고향처럼 추운 곳을 찾아 덕장을 만들었다. 평창 횡계리와 인제 용대리가 그곳이었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할 정도로 오지였던 용대리에서 실향민 출신 사업가들이 1960년대 황태덕장을 시작했다. 동해에서 잡힌 명태는 산속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속초로 온 뒤 전국으로 팔려 나갔다. 함경도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던 서울 중부시장은 황태·북어 유통의 중심지가 됐다. 용대리 주민들은 처음엔 고용인으로 일을 했지만 80년대 ‘용바위식당’에서 원주민으론 처음 황태덕장을 연 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작은 마을 용대리에서 생산되는 황태는 연매출 500억 원을 넘길 만큼 규모가 크다.
용대리 칼바위 근처의 ‘용바위식당’은 자신들이 만든 황태를 이용한 황태정식을 판다. 황태정식 원조집의 명성과 맛을 제대로 지켜오는 드문 집이다. 황탯국의 진하고 깊은 국물과 보드라운 황태 살, 산나물과 잘 지은 밥까지 흠잡을 것 없는 식당이다. 황태의 양도 다른 곳보다 배는 많다.
1924년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콩(태)으로 만든 두부와 콩나물 그리고 명태를 넣은 삼태탕(三太湯)이 나온다. 황탯국은 대부분 삼태탕과 비슷하다. 칼바람으로 지친 몸을 푸는 데 따스하고 개운한 황탯국만한 음식이 없다.
강원 인제군의 명물 ‘서호순모밀국수’의 막국수.
인제군청과 가까운 곳에 있는 ‘남북면옥’도 막국수와 수육으로 유명하다. 막국수를 주문하면 그때서야 만들기 시작한다. 막국수를 먹기 전에 막국수와 환상의 짝꿍인 수육을 먼저 먹는다. 수육은 고소하고 김치는 맛을 거든다. 면은 인제 지역의 메밀로 만든 100% 메밀면이다.
‘전씨네 막국수’는 토박이가 즐겨 찾는 곳이다. 투박한 메밀면에 동치밋국과 김칫국을 섞은 국물이 나오는 게 특징. 시원하고, 단맛이 나지만 나쁘지 않다. 면의 향이 강한 편인데 직접 밭에서 기른 메밀을 사용한다고 한다. 식재료로 쓰는 배추와 무까지 직접 농사짓는다. 막국수의 원형을 간직한 집으로 꼽힌다. 호수, 막국수와 함께 춘천의 ‘삼수’인 이외수 선생의 서명 글이 신발장 앞에 맛집 증명서처럼 붙어 있다.
겨울에 무슨 막국수 타령이냐고 하는 이도 있겠지만 냉면처럼 막국수도 늦겨울이 제철이다. 특히 수입 메밀이 아닌 직접 생산하는 메밀은 1월에서 3월 사이 가장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