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
둥펑-21D는 중국이 2013년 미 해군 항공모함에 대응하기 위해 실전 배치한 세계 최초의 대함탄도미사일(ASBM)이다. ‘항공모함 킬러’라 부르는 이 미사일의 제원을 잠시 살펴보면, 전장 10.7m, 무게 14.7t, 속도 마하 10, 사거리 1800~3000km에 달하고 200~500kt(TNT 폭약 20만~50만t 위력)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미사일은 바다뿐 아니라 지상 목표도 공격할 수 있다. 백두산에 배치됐다면 일본열도 전역은 물론 오키나와 등에 있는 주일미군기지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거점인 괌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 특히 둥펑-21D는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궤도를 바꿔 목표물을 정확히 공격할 수 있으므로 요격이 매우 어렵다.
민감한 위치, 전술적 묘수
중국 관영언론이 둥펑-21D의 백두산 배치라는 1급 군사기밀을 공개한 것은 최근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한미일 세 나라의 군사협력에 대해 중국 정부와 군부가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 정부와 군부는 지난 연말 세 나라가 체결한 군사정보공유 약정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들이 약정 체결을 계기로 군사협력을 강화해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국 측의 우려다. 중국이 현재 진행 중인 미·일 공동 MD체제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해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군이 둥펑-21D를 백두산에 배치한 또 다른 이유는 전술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까지 이 미사일을 산둥성에 집중 배치해왔다.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본과 무력충돌이 벌어질 경우 해상자위대와 주일미군 제7함대의 지원을 저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산둥성은 동중국해와 가까운 대신 해안에 노출돼 있어 항공자위대와 주일미군 공군의 기습 공격에 취약하다.
반면 중국 동북 지역과 백두산 일대는 산세가 험준하고 미사일을 은폐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은 편. 해발고도가 높고 인적마저 드문 데다 러시아와도 인접해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백두산의 둥펑-21D를 공격하려면 한반도와 동해 상공을 지나야 한다. 어느 모로 보나 둥펑-21D의 백두산 배치는 전술적인 묘수인 셈이다.
2014년 1월 중국의 주요 군사 웹사이트에 공개된 둥펑-21D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사거리가 200km인 사드는 탄도미사일이 하강하는 중간 단계인 30~150km에서 요격할 수 있다. 일본의 현재 MD체제는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이 해상요격용 스탠더드미사일-3(SM-3)를 발사해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파괴하고, 실패할 경우 지상에 배치한 PAC-3로 요격하는 2단계로 구성돼 있다. SM-3는 고도 100km 이상의 상층 방어, PAC-3는 고도 10∼30km의 하층 방어를 담당하는 식이다. 여기에 사드를 도입할 경우 중층 방어체계까지 3단계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최신예 요격미사일인 SM-3 블록 2A를 탑재한 이지스함 2척을 건조해 앞으로 5년 내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2020년쯤에는 이지스함 8척 체제를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일본 인근에서 이지스함 5척을 운용 중인 미국도 올여름부터 2017년까지 이 일대에 이지스함 3척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한 바 있다.
중국판 MD체제 2017년까지
이 밖에도 미국은 지난해 12월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X-밴드 레이더 1기를 일본에 추가 배치했고, 그에 따라 주일미군은 X-밴드 레이더 2기를 가동 중이다. 4800km 밖에 있는 야구공 크기의 금속물체까지 식별 가능한 X-밴드 레이더는 탄도미사일의 탄두와 발사체, 유도장치 등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일본 정부가 선제공격용 무기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말 확정한 2014∼2018년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탄도미사일 발사 수단에 대응하는 능력을 어떤 방식으로 둘지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다’는 문구를 포함한 바 있다. 흔히 ‘적 기지 공격 능력’이라 부르는 군사력 보유에 나설 뜻을 공식화한 것. 이 개념은 상대가 자국 또는 주일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 공격에 나설 기미가 보일 때 해당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집단자위권 행사를 선언한 만큼 선제공격용 무기도 보유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자위대는 크루즈(순항)미사일 개발 등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은 물론 일본의 공격에 대비한 MD체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최신예 지대공요격미사일 S-400을 들여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트리움프(승리)’라 부르는 이 미사일은 현재 지구상에 배치된 지대공요격미사일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40~400km 거리에 있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크루즈미사일, 전투기와 폭격기, 무인공격기 등을 포착해 고도 30~185km에서 격추할 수 있다. 최대속도 마하 14로 비행하는 공중 목표물도 요격할 수 있는 엄청난 무기체계다.
중국은 2017년까지 30억 달러어치의 S-400을 도입하는 계약을 이미 러시아와 체결했다. 러시아 정부는 극동지역에 실전 배치한 이 미사일을 그간 외국에 수출한 적이 없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대공 능력이 대폭 향상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 중국과 일본 두 나라가 미사일 전쟁을 상정하고 전개하는 ‘창과 방패’의 기싸움이 바야흐로 동북아를 달구고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