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영화사 수필름이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다. 작품은 영화의 큰 줄거리와 결말을 그대로 따라간다. 주인공 정인의 독설이 빛을 발하던 라디오 코너 ‘오후의 불청객’도 그대로 살렸다. 예쁘고 섹시한 데다 완벽한 요리 솜씨까지 갖춘 아내 정인과 아내의 불평, 독설 때문에 하루하루 사는 게 죽을 맛인 소심한 남편 두현. 이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내가 무서워 말도 꺼내지 못하던 두현은 옆집 사는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작품은 연극이지만 피아노 연주와 조연들의 라이브 덕에 뮤지컬 같은 느낌을 준다. 정인을 제외한 모든 배우가 한 곡 이상씩 노래를 부른다. 영화 속 화제의 장면인 성기의 ‘핑거발레’는 미리 찍어둔 캠코더 영상과 무대에서 실시간 연기하는 모습을 겹쳐 재미있게 표현했다. 공연 내내 이 캠코더는 요긴하게 쓰인다. 성기와 두현이 영상 통화를 할 때 실시간으로 얼굴을 찍거나, 모래 그림을 그리는 성기와 찍어둔 영상을 합쳐서 보여주는 등 무대라는 한계를 벗어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현재 공연되거나 제작 단계에 있는 영화 원작 연극은 10여 편 된다. 기존 영화 관객의 공연계 유입은 물론, 공연을 보고 굿다운로드나 IPTV로 영화를 다시 찾아보는 경우까지 기대할 수 있어 여러모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따발총같이 대사를 쏘아대던 정인과 ‘더티 섹시’ 성기의 매력을 생생한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나는 내 아내(남편)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6월 29일까지, 서울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