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총각네 야채가게’ 성공 스토리는 인터뷰와 책, 드라마를 통해 이미 많이 소개됐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줄거리를 반복하는 대신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공간에 젊은 세대가 많이 하는 고민을 담았다. 야채가게에서 일하는 다섯 청년은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꿈을 포기하고,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부모에게 반항하며, 뜻이 맞지 않는 동업자 때문에 고민한다. 이러한 갈등은 작품에 보편성을 부여했지만 그 결과 이야기가 진부해졌다. 분명 야채가게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가 있을 텐데 아쉽다. 이왕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라면 갈등을 더 정교하게 빚었다면 좋았을 터.
특히 아쉬운 점은 음악이다. 음악은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축인데, 이 작품에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느낌이다. 오프닝과 하이라이트, 피날레에 나온 곡이 모두 같다. 게다가 그 곡을 부르는 배우들의 안무, 행동, 표정까지 모두 똑같다. 처음엔 흥겨웠지만 두 번, 세 번 반복하니 지겨워졌다. 제목답게 배우들은 모두 잘생기고 훤칠했지만, 노래 실력은 많이 아쉬웠다. 몇몇 배우는 기본 음정마저 불안했다.

야채가게를 이끄는 다섯 총각 가운데 관객이 가장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역은 막내 철진이다. 제주 출신으로 ‘총각네 야채가게’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고 군 제대 후 무작정 가게로 달려온 어리바리한 철진. 그는 형들의 삶을 동경하고 정말 성실히 배운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도 그들처럼 인생을 개척하며 살겠다고 거듭 다짐한다. 관객들은 그런 철진을 보면서 나 역시 지금은 어려울지 몰라도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한 걸음 먼저 걸어가면 언젠가는 기회를 잡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7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1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