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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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덕꾸덕 말린 생선이 더 맛있다

동해엔 가자미, 서해엔 박대

  • 글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입력2012-09-24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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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덕꾸덕 말린 생선이 더 맛있다

    말린 박대다. 굽거나 쪄서 먹으면 맛있다. 가자미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맛이 있다.

    추석이 다가오면 내 어머니는 생선 준비로 바쁘다. 어시장에 나가 싱싱한 생선을 사다가 내장과 비늘을 제거하고 왕소금을 뿌려 살짝 말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반건조 생선으로, 추석 차례상에 이 생선을 쪄서 올린다. 예전에는 고향의 외가(바닷가 도시에 있다)에 이 일을 부탁했는데, 외가 어른들이 돌아가시거나 나이가 많이 드시자 어머니가 직접 한다. 어느 해 며느리에게 이 일을 잠시 넘긴 적이 있는데 어머니가, 아니 온 가족이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그 생선 맛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반건조 생선을 만드는 일을 두고 ‘생선을 다린다’고 하는데, 이 생선 다리는 일이 보통 노하우가 필요한 게 아니다.

    도시 소비자가 생선에 대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싱싱한 생선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부 그럴 수는 있지만, 생선은 대부분 잘 손질해서 살짝 말려야 맛있다. 말리는 과정에서 비린내 나는 미끌미끌한 물질이 제거되고 생선살에 있는 자체 효소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면서 감칠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바닷가 사람들은 이런 반건조 생선이 맛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바닷가 어시장에 가보면 싱싱한 생선보다 반건조 생선이 더 많다. 그런데도 도시 시장에서는 이 반건조 생선이 보이지 않는다. 마트 냉동실에 반건조 생선이라고 파는 것이 있기는 한데, 이걸 샀다가 거의 먹지 못한 적이 있다. 생물을 꽁꽁 얼려 반건조했다고 판다. 이건 생물보다 못하다.

    바닷가에 갈 일이 있으면 어시장에 꼭 들른다. 바닷바람에 잘 말린 생선을 사기 위해서다. 지방마다 말리는 주요 어종이 달라 전국을 다니면서 반건조 생선만 맛보아도 흥미로운 미식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시장 중에서도 반건조 생선이 특히 많이 보이는 곳이 있다. 대체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이 그렇다. 일본 사람이 반건조 생선을 즐기는데, 그 영향이 없잖아 있을 것이다. 전북 군산 어시장도 그중 하나다.

    군산 앞바다에서 나는 생선은 퍽 다양하다. 군산 앞바다는 금강과 만경강 물을 받아들이면서 널따란 갯벌을 펼쳐놓는데, 그 갯벌 덕이다. 군산 어시장에서 볼 수 있는 반건조 생선은 조기, 갈치, 병어, 우럭은 기본이고 박대, 붕장어, 꼬치고기 등 조금 특별한 생선도 있다. 군산에서는 심지어 고등어도 반건조한다. 이 반건조 고등어는 자반보다 짜지 않아 좋다.



    군산 어시장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반건조 생선은 박대다. 군산 사람들은 반건조 생선 가운데 이 박대를 가장 맛있다고 여긴다. 거래하는 양도 제일 많다. 박대는 참서댓과 생선이다. 참서댓과 생선에는 박대 외에 참서대, 개서대, 용서대 등이 있다. 서대라 부르는 생선의 제 이름이 참서대다. 또한 지역에 따라 여러 참서댓과 생선을 서대라 부르기도 한다. 참서댓과 생선은 황해와 남해 서부에서 많이 잡히는데, 참서대와 박대가 주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가 아니면 이 둘을 구분하기 힘들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대충 이렇게 분류하면 된다. ‘박대는 말려먹고, 서대는 회로 먹는 것이다.’

    나는 군산에 가면 늘 이 박대를 맛보거나 사온다. 군산에는 박대구이와 찜을 메인 메뉴로 내는 식당도 있다. 박대는 넙데데한 것이 살을 바르기 쉽고 비린내가 없어 깔끔한 맛이 난다. 서해안 고운 갯벌에서 자라서인지 살맛이 여리다. 동해 가자미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맛이 있다. ‘동해 가자미, 서해 박대’라는 말을 만들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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