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에도 ‘농담’ ‘느림’ ‘정체성’ ‘향수’가 10만 부 이상 팔리며 작품 모두를 합해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쿤데라는 우리나라 작가 이상으로 독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쿤데라의 책을 꾸준히 펴낸 민음사는 올해 11월 세계 최초로 그의 전집을 펴내기 시작했다. 전집 1번은 ‘농담’이 차지했다.
쿤데라가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한 출판사에서 책을 꾸준히 펴낸 데 있다. 출판사가 꾸준히 프로모션을 하고,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독자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등 작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10년 이상 모든 노력을 경주한 결과다. 모두 15권으로 구성된 전집 중 13권은 이미 출간된 책이다.
최근 신작 ‘웃음’(전 2권)이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 또한 열린책들에서만 책을 내고 있다. 1993년 6월 ‘개미’가 나온 후 밀리언셀러가 된 그의 작품은 벌써 10여 종에 육박한다. 교보문고가 분석한 2009년 소설 판매 결과에 따르면, 베르베르는 그때 이미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가 됐다. 그의 모든 책은 스테디셀러기에 그의 작품 중 밀리언셀러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없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열린책들은 이 밖에도 파트리크 쥐스킨트 등 여러 작가의 전작을 출간하며 작가의 미래에 출판사의 운명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도 한 작품만 제외하고 모두 민음사에서 출간했다. 요시모토는 한국에서의 출간 일정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쿠니 가오리 또한 소담에서 거의 모든 작품을 펴냈다. 이들 작가가 국내 독자의 꾸준한 사랑을 누리는 것은 불문가지. 이에 비하면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등으로 한때 인기절정이었던 오쿠다 히데오는 출판사들이 과도한 선인세 경쟁을 벌인 끝에 서로 나눠 출간하면서 인기가 싸늘하게 식고 있다. 알랭 드 보통 또한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의 책을 여러 권 펴낸 출판사들이 부도 위기를 겪는 바람에 그의 철학적 에세이는 예전 명성에 걸맞지 않게 존재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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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