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쇼트팬츠를 입은 여성이 독재자에게 대항해 커다란 망치를 휘두르는 한 장의 이미지. 역사상 가장 도발적인 캠페인의 하나로 손꼽히는 이 광고는 애플이 1984년 매킨토시를 세상에 처음 소개하면서 조지 오웰의 고전 ‘1984’의 내용을 패러디한 것이다. 두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 영상에서 애플은 획일적인 시스템을 강요하는 독재자 캐릭터 IBM에 대항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애플을 무미건조하고 기계화된 방식과 관습에 맞서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희망하는 캐릭터로 설정하고, 기업이 마주한 도전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승리하는 모습까지 보여준 것이다. 이 영상이 애플 구성원에게 ‘우리는 의미 있는 변화를 자유롭게 주도하는 주인공’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음은 불문가지다.
가장 효과적인 전략적 전달 기법
구성원이 기업의 가치와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 협력하는 것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쉽지 않을 뿐이다. 정보 전달 위주의 딱딱한 커뮤니케이션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활용하는 기업이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이를 통해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 증대를 꾀하는 것이다.
‘이야기(Story)’와 ‘말하기(Telling)’의 합성어인 스토리텔링은 청중의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를 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되, 가장 효과적인 표현 방법까지 고려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기법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쉽게 이해시키고, 기억하게 하며, 정서적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특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로저 샹크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인간의 인지구조 자체가 단편적 정보보다 이야기의 흐름 속에 담긴 정보를 더 잘 이해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스토리텔링은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다음과 같은 여러 영역에서 활용된다.
먼저 구성원에게 기업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차원에서 스토리텔링을 활용할 수 있다. 소속 기업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받은 구성원은 그에 부합하는 태도와 방식으로 업무에 임하고, 주어진 업무의 의미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핵심 가치와 비전은 추상적이고 압축적인 언어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서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면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가치와 비전을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애플의 ‘1984’ 캠페인의 경우, 단순히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인류를 위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기업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고객과 구성원에게 전달했다. 자신만의 이상과 열정으로 세상을 바꾼 아인슈타인이나 마틴 루터 킹 같은 위인과 애플을 연결시킨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캠페인 역시 자신들은 특별한 일을 한다는 강력한 기업 가치를 구성원에게 심어줬다.
부서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도 스토리텔링을 활용할 수 있다.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협업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부서 간 소통과 협력도 점차 중요해졌다. 이를 활성화하려면 조직문화는 물론 일하는 방식과 추구하는 방향, 업무 내용 등에 대한 상호이해가 중요한데, 이를 일일이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다른 부서의 업무 방식이나 내용을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통해 전달하면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새로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러한 용도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각 자회사와 부서가 참여해 자신을 대표하는 47개 스토리를 발굴한 다음, 이를 5개 주제로 나눠 책과 온라인 게시판, 스토리 박람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전체에서 공유한다. 이들 스토리는 해당 조직 특유의 조직문화와 지향점을 생생히 담았다. 다른 부서 직원 누구나 이를 통해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축적된 업무 관련 지식을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데도 스토리텔링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단순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기 십상인 기존의 지식 공유 방법을 뛰어넘어, 실제 업무에서 실용적으로 활용 가능한 노하우나 암묵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경험에 대한 스토리에 이런 암묵적 지식을 포함하면 효과는 배가된다.
거짓과 과장 배제 진실 전달이 먼저
LG CNS는 최근 기업 내 지식공유를 위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의 특성상 프로젝트 매니저(PM)의 역량과 경험은 기업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기술적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교육방식은 이들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충분히 담아낼 수 없었다. 반면 스토리텔링을 이용한 교육은 PM이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겪은 인간적 고충과 감정, 여러 관련자와의 관계를 모두 포함하므로, 현장에서 직접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와 역량을 효과적으로 교육생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LG CNS의 스토리텔링 교육과정은 PM이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초기부터 이슈 상황이 극에 달한 시점까지를 스토리로 만들어 배경을 제시하면 교육생이 나머지 부분의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보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교육생은 자기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스토리를 만드는 동안 프로젝트 상황을 간접 체험할 수 있고, 나중에 들려주는 PM의 전체 스토리를 통해 실제 업무에 활용 가능한 지식과 교훈도 얻어갈 수 있다.
물론 이렇듯 스토리텔링을 기업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고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려면 무엇보다 거짓과 과장을 배제한 진실한 스토리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 첫째다.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겠다는 욕심에 현실을 왜곡하거나 미래에 대한 환상만 쏟아낼 경우 이내 무시당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내 스토리텔링 활용은 잘 만든 스토리를 멋지게 전달하고 끝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끊임없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스토리를 접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 제도를 마련해주는 일도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의 세계적 전문가로 손꼽히는 스티브 데닝 전 세계은행 지식경영 디렉터는 “사람들은 스토리를 통해 생각하고 말하고 이해하며, 심지어 꿈도 스토리 방식으로 꾼다. 조직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의 힘을 빌려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존의 딱딱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벗어나 구성원의 이해와 공감,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주목하자.
가장 효과적인 전략적 전달 기법
구성원이 기업의 가치와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 협력하는 것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쉽지 않을 뿐이다. 정보 전달 위주의 딱딱한 커뮤니케이션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활용하는 기업이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이를 통해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 증대를 꾀하는 것이다.
‘이야기(Story)’와 ‘말하기(Telling)’의 합성어인 스토리텔링은 청중의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를 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되, 가장 효과적인 표현 방법까지 고려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기법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쉽게 이해시키고, 기억하게 하며, 정서적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특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로저 샹크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인간의 인지구조 자체가 단편적 정보보다 이야기의 흐름 속에 담긴 정보를 더 잘 이해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스토리텔링은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다음과 같은 여러 영역에서 활용된다.
먼저 구성원에게 기업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차원에서 스토리텔링을 활용할 수 있다. 소속 기업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받은 구성원은 그에 부합하는 태도와 방식으로 업무에 임하고, 주어진 업무의 의미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핵심 가치와 비전은 추상적이고 압축적인 언어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서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면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가치와 비전을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애플의 ‘1984’ 캠페인의 경우, 단순히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인류를 위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기업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고객과 구성원에게 전달했다. 자신만의 이상과 열정으로 세상을 바꾼 아인슈타인이나 마틴 루터 킹 같은 위인과 애플을 연결시킨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캠페인 역시 자신들은 특별한 일을 한다는 강력한 기업 가치를 구성원에게 심어줬다.
부서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도 스토리텔링을 활용할 수 있다.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협업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부서 간 소통과 협력도 점차 중요해졌다. 이를 활성화하려면 조직문화는 물론 일하는 방식과 추구하는 방향, 업무 내용 등에 대한 상호이해가 중요한데, 이를 일일이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다른 부서의 업무 방식이나 내용을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통해 전달하면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새로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러한 용도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각 자회사와 부서가 참여해 자신을 대표하는 47개 스토리를 발굴한 다음, 이를 5개 주제로 나눠 책과 온라인 게시판, 스토리 박람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전체에서 공유한다. 이들 스토리는 해당 조직 특유의 조직문화와 지향점을 생생히 담았다. 다른 부서 직원 누구나 이를 통해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축적된 업무 관련 지식을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데도 스토리텔링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단순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기 십상인 기존의 지식 공유 방법을 뛰어넘어, 실제 업무에서 실용적으로 활용 가능한 노하우나 암묵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경험에 대한 스토리에 이런 암묵적 지식을 포함하면 효과는 배가된다.
거짓과 과장 배제 진실 전달이 먼저
‘정주영 신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현대중공업의 기업 이미지 광고.
LG CNS의 스토리텔링 교육과정은 PM이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초기부터 이슈 상황이 극에 달한 시점까지를 스토리로 만들어 배경을 제시하면 교육생이 나머지 부분의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보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교육생은 자기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스토리를 만드는 동안 프로젝트 상황을 간접 체험할 수 있고, 나중에 들려주는 PM의 전체 스토리를 통해 실제 업무에 활용 가능한 지식과 교훈도 얻어갈 수 있다.
물론 이렇듯 스토리텔링을 기업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고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려면 무엇보다 거짓과 과장을 배제한 진실한 스토리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 첫째다.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겠다는 욕심에 현실을 왜곡하거나 미래에 대한 환상만 쏟아낼 경우 이내 무시당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내 스토리텔링 활용은 잘 만든 스토리를 멋지게 전달하고 끝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끊임없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스토리를 접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 제도를 마련해주는 일도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의 세계적 전문가로 손꼽히는 스티브 데닝 전 세계은행 지식경영 디렉터는 “사람들은 스토리를 통해 생각하고 말하고 이해하며, 심지어 꿈도 스토리 방식으로 꾼다. 조직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의 힘을 빌려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존의 딱딱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벗어나 구성원의 이해와 공감,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주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