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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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꽃'으로 살다간 고급 매춘부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5-01-06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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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꽃'으로 살다간 고급 매춘부
    “매춘부 마르그리트 고티에는 순진한 청년 아르망 뒤발을 만나 처음으로 참된 사랑을 한다. 그러나 마르그리트는 아르망과 헤어지는 것이 진실로 그를 사랑하는 것임을 깨닫고 그와의 관계를 끊는다. 그녀가 파리에서 다시 매춘부 생활을 하는 것을 본 아르망은 그녀의 마음이 변한 것으로 오해, 그녀에게 모욕을 주고 떠난다. 실의와 체념에 빠진 그녀는 지병인 폐병이 날로 악화되고 뒤늦게 진실을 안 아르망은 그녀에게 달려가지만 그녀는 곧 숨을 거두고 만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2세가 1848년 발표한 소설 ‘춘희’의 줄거리다. 춘희는 여주인공 마르그리트의 별명이고, 마르그리트의 모델이 되었던 것은 파리의 고급 매춘부로 이름을 떨치던 마리 뒤플레시스였다. 유명 작가의 작품 모델이 될 정도로 파리의 고급 매춘부들은 당시 사교계의 유명인사였던 셈이다.

    ‘파리의 여인들’(버지니아 라운딩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은 마리 뒤플레시스를 포함한 4명의 고급 매춘부들에 대한 이야기다. 마리 못지않게 유명인사였던 아폴로니 사바티에, 코라 펄, 라 파이바의 삶을 집중 탐구했다.

    19세기 파리는 유럽 각국의 지식인과 예술인들이 모여들던 시기로, 고급 매춘부들은 이들과 교분을 쌓으면서 ‘막후 실력자’로 활약했다. 수많은 귀족과 유력한 정치가들을 애인으로 거느리고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창조적인 영감을 제공하는 구실을 했다. 단순히 성(性)을 파는 존재라고 하기엔 그들의 위치와 구실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 아름답고 야망에 가득했던 여인들의 삶은 끝내 매춘부라는 굴레를 벗지 못했지만, 이들이 당대 최고의 지식인·예술가들을 매혹시키고 그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만드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또 책에서 여인들의 삶을 뒤쫓다 보면 당시 파리의 살롱과 밤의 문화, 본격적인 상업 자본주의의 탄생, 그리고 유럽 국가 간의 갈등 등 정치ㆍ사회적 모습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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