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영국 런던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던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와 아내 린다의 모습. [동아DB]
음악에 처음 빠져들기 시작했을 때 비틀스는 그냥 유명 팝그룹 같은 거였다. 아마 유치원생 때부터 아버지의 ‘세계의 골든 팝스’ 시리즈 LP반 등을 통해 ‘Yesterday’ ‘Let It Be’ ‘Hey Jude’ 등의 노래를 들은 거 같다. 그 노래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좋았다. 또 라디오에서도 수시로 들은 덕에 비틀스는 이미 공기나 다름없었다. 막 메탈에 입문했을 때 퀸과 비틀스를 좋아하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 ‘Help!’를 자랑스럽게 틀어주는 걸 보고 속으로 비웃었다. ‘이 자식아, 이런 팝은 메탈에 비하면…’ 하는 마음이었다. ‘Yesterday’를 틀어주며 정말 좋지 않느냐고 할 때는 속으로 ‘이 자식아, 이건 이미 유치원 때부터 알고 있던…’. 뭐, 그랬다.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고 졸업을 하고 한량이 됐다. 그 중간의, 그러니까 신촌 우드스탁이나 도어스나 놀이하는 사람들이나 JFK 같은 술집을 전전하던 어느 날이었다. 그 술집들 중 어느 곳인지, 어느 날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건 알겠다. 그때 내가 취중에 ‘A Day In The Life’를 들었고 “우와, 이건 뭐야. 이거 비틀스야?”라고 마주 앉아 있던 사람에게 감탄하며 물었다. 아마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 파트가 교차하는 부분의 오케스트라 오버 더빙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진짜 비틀스를 만났다.
사진 작가였던 린다 매카트니가 촬영한 비틀스 사진.[사진 제공 대림미술관]
결혼식을 앞두고 연주자를 섭외했다. 그 친구 역시 비틀스를 좋아한다. “오빠, 결혼식 때 설마 뻔한 결혼행진곡을 듣고 싶은 건 아니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말했다. “당연히 아니지.” 약간의 숙고 후에 그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날렸다. ‘입장곡은 일단 I Will.’ 먼저 묻지 않았더라면 피로연 배경음악으로 썼을 것이다.
직업이 음악을 듣는 것이다 보니 많이 접하게 되는 질문이 있다.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구냐는 것. 언젠가부터 이렇게 답했다. “비틀스요. 음악을 알면 알수록 비틀스의 위대함이 느껴져요.” 비틀스의 노래로, 그중에서도 최고 러브송을 배경 삼아 신랑이라는 이름으로 붉은 양탄자 위를 걷게 됐다. 새로운 인생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