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악어컴퍼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르는’ 인간관계는 상황마다 달라지는 민감하고도 어려운 문제다. 이에 격려(encouragement)가 필요하다. 격려의 어원은 라틴어 ‘심장(cor)’이다. ‘격려하다’를 어원 그대로 해석하면 ‘심장(마음)을 바치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의지할 곳 없는 이에게 격려는 변화를 일으키는 마법 지팡이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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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 북부의 낡고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 고아 형제 ‘트릿’(이동하 · 윤나무 · 장우진 분)과 ‘필립’(문성일 · 김바다 분)은 누구보다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진다. 형 트릿은 생계를 위해 좀도둑이 돼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형은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고, 동생은 외부와 연결통로를 모두 끊은 채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간다. 동생에 대한 책임감과 집착에 가까운 과보호 사이에서 두 사람은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트릿이 술에 취한 갱스터 해롤드를 집에 데리고 오면서 사건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해롤드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생면부지의 두 형제를 마음으로 품는다. 해롤드 자신도 부모 없이 세상에 내몰린 ‘앵벌이 키즈’였기 때문이다. 이제 형제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해롤드의 격려가 초기에는 서먹하고 불편했지만, 버터 녹듯 이내 사라진다.
어찌 보면 1980년대 전형적인 미국 희곡의 간결하고 냉소적 감성을 한국적 정서로 느끼기에 ‘오펀스’는 벅찰 수 있다. 그러나 연출자 김태형과 무대 디자이너 김미경은 뭉클한 ‘한국적 무대언어’로 탈바꿈시켰다. 그래서 관객의 눈가가 더욱 촉촉해졌는지 모른다.
완벽한 인간이 있을까. 누구나 모자라고 아픈 상처를 숨기며 살아간다. “앵벌이 키즈들에게 필요한 건 엄마가 아니라 그저 격려였을지도 몰라”라는 해롤드의 대사처럼, 격려를 통해 보듬어야 진정 어린 소통과 화합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