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단 어릴 때만 하는 상상은 아닐 것이다. 나이가 들어 세파에 시달릴수록 우리는 보물섬을 원한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상상하던 보물섬 이야기는 보물 자체보다 보물을 찾아가는 멋진 모험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했다. 순수한 동심이었기에 가능했다.
소설 ‘보물섬’ 원작자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은 어릴 때부터 병약해 고향인 스코틀랜드의 어둡고 흐린 날씨를 피해 요양 여행을 자주 다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각 나라의 여러 이야기를 들었고, 상상의 나래를 펴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윽고 변호사라는 본업을 접고 전업 작가로 전향한다.
29세의 작가 스티븐슨은 여행 중 프랑스 파리에서 11세 연상의 미국인 패니 오즈번을 만나 불타는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남편과 별거 중이었지만, 스티븐슨은 유부녀 오즈번과 가슴 아픈 이별을 해야 했다. 이듬해 그녀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스티븐슨은 단숨에 미국으로 건너가 그녀와 결혼한다. 그가 44세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질 때까지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은 항상 그의 곁을 지켰다.
스티븐슨은 의붓아들이 그린 섬 지도를 우연히 본 뒤 아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이야기를 구상하고 집필에 박차를 가한다. 1883년 모험 소설 ‘보물섬’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스펙터클한 무대, 환상적인 군무(群舞)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을 명작(名作)이라 하지만, 사실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는 이유로 작품성과 상관없이 ‘명작’이라는 말이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 진정한 명작은 시대를 넘어 그 빛을 발한다. 그런 점에서 ‘보물섬’은 진정한 명작이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의 판타지 세계를 선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보물섬’을 시공간이 한정된 무대 위에 옮기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연출자 채훈병은 ‘어린이 공연의 마법사’다운 실력을 발휘해 ‘보물섬’의 여정을 세밀히 보여준다. 스펙터클한 무대와 한 치 오차도 없는 배우들의 환상적인 군무(群舞)는 선량한 선원과 무서운 악당을 오가며 미지의 섬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또한 원작에 없는 인물을 추가해 함께하는 이들의 진정한 우정과 거친 뱃사람들의 야성적 매력을 아이들 시각에서 담았다. 초가을, 가족이 함께 미지의 보물섬으로 가는 화끈한 모험을 즐기기에 충분하다.